[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서촌은 세종대왕이 나고 자란 곳이어서 ‘세종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선시대 중인과 일반 서민이 자란 삶의 터전이었으니, 그 생생한 느낌이야 500년 왕조 역사를 뚫고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7일 오후 서촌 탐방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시작했다. 3번 출구에서 나와 북쪽으로 걷다 스타벅스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다시 왼쪽으로 가니 ‘통의동 백송 터’가 나왔다.
터에 설치된 안내문에 따르면 통의동의 나무는 국내 흰소나무 중 가장 크고(높이 16m) 모양이 아름다워 1962년 천연기념물 제4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1990년 경향신문은 “밤새내린 집중호우로 통의동 주택가 공터에 있던 천연기념물 제4호 백송이 뿌리째 뽑혀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3년 뒤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백송은 사망선고 후에도 계속 방치되어오다 일정한 규격으로 절단돼 경기도 광릉의 산림박물관에 보내졌다.
태풍에 쓰러져 거대한 밑동만 남은 터 인근에는 지금도 소박한 옛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양반집이 남아있는 북촌보다 정겨운 느낌이었다. 통의동 한옥마을 뒷골목에선 종로 600년 골목길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서촌 한옥마을엔 근·현대 문화의 향기도 남아있다. 작가 이상과 윤동주 그리고 화가 이중섭과 박노수, 이상범 등 당대 유명 예술가들이 이곳에 살았다. 이 중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의 장인이자 친일파였던 윤덕영이 딸을 위해 1938년 지은 ‘박노수 가옥(현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은 한국화의 거장 박노수 화백이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해오던 집이다. 7일 찾아갔을 땐 미술관 개관 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인근엔 지난해 말 재개관한 ‘이상의 집’이 있다. 천재 작가 이상의 자료 156점과 동상을 전시하고 있는데, 매입·운영·재개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일반 시민의 참여와 민간기업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문화유산의 민관협력 운동에 새로운 이정표가 된 셈이다.
인근 윤동주문학관 2층에는 카페가 있어 창의문로를 직접 걸어온 시민들은 이곳에서 더위를 식힐 수 있다. 3층 시인의 언덕에서는 남쪽으로는 서울 강북 도심과 남산, 북쪽으로는 부암동과 평창동이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엽전 도시락과 기름떡볶이로 유명한 통인시장은 저렴한 값으로 한 끼를 책임진다. 우산을 쓰고 숨바꼭질하듯 서촌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