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서울 사람들에게는 여행 기분을 내면서 갔다 올 수 있는 지역. 하지만 비교적 가까워 만만해 보이는 곳. 16일 춘천행 새벽 열차를 탔다. 춘천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다.
볼거리, 먹을거리 가득한 춘천에서 올 여름 찜통더위를 잊으려면 시원한 ‘물길 여행’이 제격이다. 의암호의 ‘물레길’은 육지에 난 여느 ‘OO길’과 달리 호수 위에 난 길이다. 걷는 대신 나무 카누를 타고 질주해 그 어떤 ‘OO길’ 여행보다 편했다. 호수 밖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것은 익숙했지만, 안에서 바깥 자연으로 시선을 돌린 적은 생전 처음. 카누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흐르는 자연은 평화로웠다. 뱃머리에 부딪히는 물소리는 티 없이 맑다.
나무 카누라서 위험하진 않을까? 걱정할 필요 없다. 적삼나무로 제작해 플라스틱보다 튼튼하다. 중심 잡기도 수월하다. 또 10여 분만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쉽게 카누를 조정할 수 있다. 17일 현재 의암호 주변에는 ‘춘천중도물레길’ ‘춘천물레길’ ‘춘천의암호물레길’ ‘사단법인 물길로’ 등에서 카누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코스는 업체별로 다양하다. 다만 중도유원지와 무인도 자연생태공원 등을 거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의암호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짜릿한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의암호 스카이워크’. 김유정 문인비 방향에서 도보 10분, 송암스포츠타운 방향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사실 의암호 스카이워크는 ‘소양강 스카이워크’에 비교하면 소박한 규모다. 하지만 산책길이 완만하고 나무 그늘이 있어 좋았다. 카누를 탈 때 놓쳤던 풍경을 천천히 눈에 담을 수도 있었다.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도 이곳의 매력. 단,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아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또 있다. 길을 따라 스카이워크에 올라서면 의암호 수면 위 12m 높이에 길이 10m의 돌출된 전망대가 있다. 이곳은 바닥이 전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다. 바닥 아래 아찔한 풍경을 보고 오금이 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 스카이워크에선 호기롭게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핫플레이스도 방문했다. 지난 2017년 말 조성된 ‘김유정 벽화거리’다. 500m 구간에 14개의 회색빛 콘크리트 교각을 캔버스 삼아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의 주요 장면 등을 벽화로 꾸며 놓은 공간이다. 글과 그림으로 되살아난 '동백꽃'의 장면들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추억의 책 한 권을 다시 읽은 기분이 들었다. 근처의 ‘트레일뮤지엄102’는 옛 춘천 102보충대의 입대 장면과 옛 풍경을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막국수를 주제로 한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도 이곳에만 있는 이색 관광지다. 건물 외관부터 막국수를 뽑는 국수틀과 가마솥의 모양을 본 땄다. 1층 전시관에선 춘천 막국수의 유래와 메밀 재배법, 막국수 조리 과정을 볼 수 있었다.
한편 현지인이 안내하는 ‘진짜 패키지여행’을 하는 방법도 있다. 춘천 서면의 ‘쟁강협동조합’ 관광두레를 이용하면 된다. 북한강 변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가 연합해 만든 두레다. 이곳에선 숙박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홈페이지로 여행과 숙박을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