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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의 천사? ‘쫓아내고 쫓겨나고’ 그 이분법젠트리피케이션에 떠나는 사람들…특성화 사업으로 변화 모색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5.31 14:44
서울 용산구 해방촌은 해방 직후 일본군 관사에 무단 거주하던 월남 피난민들이 미군에게 쫓겨나면서 시작됐다. 해방촌 가파른 골목길에 '치안강화구역'이라는 플래카드가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산등성이를 악착스레 깎아 내고 거기에다 게딱지같은 판잣집을 다닥다닥 붙여 놓은 이 해방촌이 이름 그대로 해방촌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범선의 1959년 작 단편소설 ‘오발탄’ 속 해방촌 묘사다. 해방촌은 해방 직후 일본군 관사에 무단 거주하던 월남 피난민들이 미군에게 쫓겨나면서 시작됐다. 판잣집은 일제시대에 일본군이 전쟁전사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었던 경성호국신사의 간판과 건물을 떼어다 지었다고 한다. 

남산아래 첫 마을인 이곳에 가기 위해, 오름과 내려감을 반복하며 비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걸었다. 도로포장은 잘 안 되어있고, 주차할 곳은 부족했다. CCTV도 거의 없었다. 사진/ 이혜진 기자

그러다 보니 해방촌이라는 지명의 뜻은 주민들 스스로 이곳에서 벗어나는 걸 해방됐다고 표현할 만큼 터부시한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이들의 별명이 삼팔따라지(삼팔선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였을까. 

30일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갔다. 남산아래 첫 마을인 이곳에 가기 위해, 오름과 내려감을 반복하며 비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걸었다. 도로포장은 잘 안 되어있고, 주차할 곳은 부족했다. CCTV도 거의 없었다. 

방송인 노홍철 씨가 3년 전에 해방촌에 서점을 해서 동네가 떴지만 건물 값이 오르고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떠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서울 용산구 해방촌. 골목에 노점상과 승용차와 오토바이들이 주차해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이날 해방촌 신흥시장의 ㄴ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방송인) 노홍철 씨가 3년 전에 여기서 서점을 해서 동네가 더 떴는데, 2년 반 만에 (매매가가) 두 배 올랐다”며 “결국 지난해에 가게를 팔아서 시세 차익을 엄청 봤다”고 전했다. 

하지만 ‘뜨는 동네’ 해방촌 신흥시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연면적 1376㎡인 이곳엔 국수를 직접 공장에서 만들어 팔아 유명한 ㅇ상회와 오락실 등 ‘젊은 가게’ 60여 곳이 있지만, 빈 집과 부동산 매물도 많았다. 노 씨의 책방 때문에 건물 값이 오르고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떠난 사람들이 많기 때문. 

해방촌이라는 지명의 뜻은 주민들 스스로 이곳에서 벗어나는 걸 해방됐다고 표현할 만큼 터부시한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 골목 위에 도로명을 나타내는 팻말이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노 씨가 지난해 판 건물 내 한 점포의 보증금은 3000만원, 임대료는 3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1월 서울시와 임대인, 임차인이 상인과 쪽방 세입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체결했던 ‘신흥시장 상생협약’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협약은 서로 간의 약속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해방촌에 천사는 없었다. 쫓아내고 쫓겨날 뿐. 

여론은 나쁘다. 해방촌 신흥시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ㄱ씨는 “장사는 잘 안 되는데 임대료와 집값만 올랐다”며 “매달 높아진 임대료를 내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31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의 ‘공급 대비 수요’는 10점 만점에 0점, ‘배후 주거인구’는 5점 만점에 1.5점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 신흥시장의 ‘공급 대비 수요’는 10점 만점에 0점, ‘배후 주거인구’는 5점 만점에 1.5점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한 노포, 열쇠 전문점에 다양한 열쇠들이 걸려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해방촌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해방촌 니트협동조합’이 설립된 것이다. 1970~1980년대 해방촌만의 특성화된 사업기반이었던 니트제조업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노력이다. 3월부턴 공방·니트 공동판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상점과 빈 집 사이엔 한 때 해방촌의 경제를 떠맡았던 니트 공장이 있다. 아래층에선 기계가 돌아가고 위층은 살림집인 형태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상권 내몰림)으로 인근 경리단길의 전철을 밟았던 해방촌. 이젠 해방촌만의 개성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여행자를 다시 끌어 모을 수 있을까. 

이혜진 기자  travel-bik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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