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바이크뉴스] 강화읍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외포리 선착장이 있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다시 10분가량 배를 타고 들어가면 석모도 석포선착장에 도착한다.
이제까지 석모도에 들어가려면 여객선을 이용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런 낭만 여행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17년 말이면 모섬인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에 연륙교가 생긴다. 배의 항로를 좇으며 새우깡을 받아먹던 갈매기의 재롱을 더는 볼 수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석모도 뱃길 여행, 당장 시작해보자.
출발지인 외포리 선착장에는 여객선보다 먼저 할머니 행상들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봄나물과 젓갈, 마른 나물, 잡곡 등이 담긴 붉은 대야 행렬은 이곳 볼거리 중 하나이다.
수많은 갈매기 떼를 거느리며 페리호를 타고 석포선착장에 도착, 자동차로 8㎞를 더 달리면 보문사 입구가 나타난다. 절 입구에서 대웅전까지는 도보로 10분가량 걸린다.
극락보전 앞에 조각된 두 마리 용의 모습이 생생하다 못해 금방이라도 하늘로 솟구쳐 오를 듯하다.
보문사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얼굴 모양이 각기 다른 500나한상이다. 적·청·황 등 다양한 색상으로 머리를 치장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나한의 모습이 이채롭다.
나한상을 뒤로하고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을 따라 돌계단을 올라보자. 숨이 턱에 다다를 무렵 석모도 마애불이 조각된 눈썹바위가 나타난다.
햇빛을 가리기 위한 걸까, 비를 피하기 위한 용도일까. 차양처럼 넓은 바위를 머리에 이고 앉은 마애불이 저 아래 세상을 유유자적 내려다보고 있다.
보문사에서 민머루 해변으로 가는 길, 폐허가 된 염전 터가 나온다. 지금은 무너진 소금창고만 덩그마니 놓여 있지만 한때 이곳은 연간 4,000천t 이상의 소금이 생산되던 삼량염전이었다.
갈 길이 급하지 않다면 염전을 끼고 좁은 논둑길을 걸어보자. 잡초를 흔드는 바닷바람이 여행길의 운치를 더할 것이다.
야옹야옹 우는 괭이갈매기 소리를 뒤로하고 석모도를 빠져 나오면 서쪽 하늘을 찬란하게 물들이는 낙조와 마주치게 된다. 석모도를 가장 석모도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낙조이다.
세상을 뜨겁게 달구던 태양도 수평선 너머로 물러가고, 길 떠나온 여행자는 생의 덧없음을 상기한다. 생을 압축한 이 하루가 저무는 순간, 석양에 물든 아름다운 석모도는 저들의 추억 속에 고이 간직되리라.
석모도 낙조는 서해안 3대 낙조 중 하나로 나머지 두 개의 영광은, 변산 채석강,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이 갖고 있다.
외포리와 석포선착장 주변에는 횟집들이 많다. 곧 5월, 밴댕이 철이 돌아온다. 밴댕이는 강화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으로 봄철에 잠깐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밴댕이에는 칼슘, 철분이 많아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과 피부 미용에 좋지만 상하기 쉬운 생선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흰살생선인 밴댕이는 잡은 후 12시간이 지나면 살이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산패하기 시작한다. 이때는 회를 포기하고 젓갈로 담가 먹어야 한다.
밴댕이는 담백하고 고소하며 식감이 일품인 데다 가격 또한 저렴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은빛을 띠고 반지르르한 윤기가 흐르는 것을 골라 회를 즐겨보자.
휴일에는 교통체증이 심하니 점심식사 후 바로 강화를 벗어나는 것이 좋다. 아니면 아예 밤늦게까지 강화에 머물다 길을 떠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외포리에서 출발하는 배는 30분당 한 대씩 있으며 성인 기준 2,000원의 요금을 받는다. 승용차는 별도로 16.000원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