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세계유산, ② 성곽 속살 들여다보기
상태바
남한산성 세계유산, ② 성곽 속살 들여다보기
  • 조용식
  • 승인 2014.06.21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일 유네스코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 총 11.7km에 달하는 험준한 자연지형을 따라 성곽이 세워졌으며, 4대문, 5개의 옹성, 16개의 암문으로 이루어졌다. 사진 / 조용식 기자
21일 유네스코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 총 11.7km에 달하는 험준한 자연지형을 따라 성곽이 세워졌으며, 4대문, 5개의 옹성, 16개의 암문으로 이루어졌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남한산성 행궁을 나와 로터리, 남문(지화문)을 거쳐 수어장대로 오르는 탐방 1코스를 올라가 봤다. 탐방 1코스는 북문, 서문을 지나 수어장대 그리고 남문을 통해 다시 산성로타리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총 길이는 3.8km로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남문으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 30기의 비석이 모셔져 있다. 이곳은 '남한산성비석군'으로 행궁복원 사업에 따라 이전된 11기와 현 위치에 보존되어있던 19기를 포함해 총 30기의 비석이 한 곳에 모셔 놓았다. 이곳에 있는 비석은 역대 광주유수 및 수어사, 부윤, 군수 등의 비이다.

조금만 올라가면 남한산성 도립공원 탐방코스가 표시된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자신이 가고 싶은 탐방코스를 선택해서 가면 된다. 남문을 통해서 갈 수 있는 코스는 총 3코스(남한산성 탐방코스 참조)가 있다. 바로 앞에 남문인 지화문이 보인다. 남문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탐방객을 뒤로하고, 청량산(해발 482.6m)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 남문인 지화문을 중심으로 총 3개의 탐방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수어장대를 둘러보는 코스가 가장 인기가 높다.

► 청량산의 영춘정을 가기 전 탐방객들이 쌓아올린 돌탑이 사람 키보다 훨씬 더 크게 올려져 있다.

► 남한산성 성곽이 능선을 가로질러 푸른 녹음을 둘로 갈라놓은 듯하다.

길게 늘어선 성곽은 푸름을 자랑하는 나무들을 벗 삼아 높게 청량산 정상을 향해 늘어서 있는 모습이다. 쳐다만 봐도 한없이 높을 것 같이 느껴지는 산성을 따라 길을 걸었다. 평일이라 탐방객이 많이 보이지 않지만, 주말에는 많은 사람이 이곳을 방문한다.

영춘정을 못 가서 커다란 돌탑이 보인다. 하나하나 쌓아 놓은 돌탑일진데, 키를 훌쩍 넘어 올라가 감히 돌을 얹혀 놓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조용히 소원을 빌며 돌아오던 길을 뒤돌아봤다. 청량산을 둘러쌓고 있는 산성이 나무에 숨겨져 보일 듯 말 듯하면서도 멀리까지 뻗어 있는 것을 보며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쳐낸다.

살짝 평지의 길을 걷다 보면 다시 오르막길이 나온다. 더위에 지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미지근해 버린 물을 마시며 휴식을 달래본다. 정상이 가까워졌는지 모든 풍경이 산 아래로 머물러 있다.

정상 부근에서 바라본 청량산은 주변 숲을 갈라놓은 산성을 중심으로 위로는 굳세고 강인한 소나무들이 수성하고 있고, 아래로는 마치 산성을 공격하듯 잎새를 위로 향하고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마치 병자호란 때를 떠올리게 한다. 결국, 47일 만에 항복을 하고 말았지만.

► 청량산 정상의 성곽 부근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한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 성곽이 S라인으로 곱게 뻗어 있어 탐방객들이 잠시 쉬어가는 코스이기도 하다.

남한산성도 휴식의 시간이 필요한 시기다. 오랜 세월의 풍파 속에서 영춘정은 새롭게 지붕보수 공사를 하는 모습이다. 공사기간을 보니 올가을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영춘정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수어장대에 거의 다다랐다. 수어장대로 오르기 전에 총 16개의 암문 중에 제6암문을 만났다.

암문은 성벽의 흐름 방향과 달리 입구가 북서쪽으로 향하고 있어 외부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 비밀통로이다. 적의 관측이 어려운 곳에 설치하여 성내의 필요한 병기, 식량 등 물자 운반은 물론 위급 시 구원을 요청하거나 원병을 받으며, 적을 역습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서암문 파적지'라 불리는 제6암문은 인조 5년 적병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것을 몽둥이로 쳐서 성 박으로 떨어뜨리고, 돌과 화살 포탄을 퍼부어 적을 물리친 곳으로 그 당시의 승리를 두고서 부르게 된 것이다. 파적은 '적을 깨트렸다'는 뜻이다. 허리를 구부려야 지나다닐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이제 경기유형문화재 제1호인 수어장대를 마주할 시간이다. 지휘와 관측을 위한 군사적 목적의 누각으로 남한산성에 있던 5개 장대 중 유일하게 남아있다. 외부에는 헌종 2년에 '수어장대(守禦將臺)' 편액을 달았으며, 2층 내부에는 '무망루(無忘樓)'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었다.

► 사진 1. 경기유형문화재 제1호인 수어장대. 지휘와 관측을 위해 만들어진 5개 장대 중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축물로 가장 화려하고 웅장하다. 사진 2. '무망루'가 병자호란 때 인조가 겪은 시련과 8년간 청나라 심양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승하한 효종의 원한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영조가 이름 지은 것임을 알리고 있다. 사진 3. 무망루가 수어장대 오른편 보호각에 걸려 있다.

► 사진 1. 가족과 함께 남한산성을 오르고 있는 일가족의 모습. 사진 2. 남한산성 성곽 길을 따라 힘차게 달리기를 하는 모습을 간간이 볼 수 있다. 사진 3, 4. 등산스틱을 양손에 잡고 남한산성을 탐방하는 사람들.

► 북문인 전승문을 지나오면은 푸른 소나무군의 전경과 밤나무의 향기에 흠뻑 취하게 된다.

'무망루'는 병자호란 때 인조가 겪은 시련과 8년간 청나라 심양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귀국 후 북벌을 꾀하다 승하한 효종의 원한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영조가 이름 지은 것이다. 지금은 수어장대 오른편에 보호각을 지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보관하고 있다.

다시 서문을 향해 산성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남한산성을 코스로 운동하는 젊은이, 가족끼리 탐방을 온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등산스틱을 양손에 잡고 청량산으로 오르내리는 탐방객의 모습에서 남한산성의 청량감을 느끼게 된다.

서문(우익문)을 지나 북문(전승문)으로 향하는 길이 예술이다. 푸른 소나무들이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해의 빛줄기를 받으며 더욱 싱그러운 공기를 분출하는 형상이다. 한참을 내려오면 북문이 나타나는데, 이곳에서는 밤 향기에 흠뻑 취하게 된다. 북문 정상 위에 올라가서 보면 전방에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잠시 북문 성 밖으로 내다보니 성곽을 주변으로 조성된 위례 둘레길을 걷는 등산객을 만날 수 있었다. 북문 성곽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면 봉암성을 만날 수 있으며, 동장대터에서 장경사를 거쳐 동문(좌익문)으로 빠져나오는 총 7.7km의 5코스도 만날 수 있다. 소요시간은 3시간 20분이다. 아쉽게도 기자는 해가 지는 시점이라 1코스인 3.8km 구간을 도는데 만족을 해야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