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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눈으로 본 서울…겸재의 벼슬길 엿보다그림 같은 한강변 소악루에서 만난 겸재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8.20 16:52
소악루에서 바라보는 한강은 뛰어난 절경으로 유명해 겸재 정선도 이곳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1994년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를 토대로 한강 조망을 고려해 지금의 위치에 복원했다. 사진/ 이혜진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삼박자를 갖춘 여행지가 있다. 유적, 풍경, 미술관 등 보고, 배우고, 감동할 수 있는 공간이 어우러져 있으면 이 또한 삼박자를 갖춘 여행지이다. 게다가 교통이 편리하고 인근에 맛집 골목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7월 무더위에 멀리까지 발품을 팔 엄두가 나지 않으면 서울 강서구의 양천향교와 궁산을 찾아볼 일이다. 궁산 자락 아래에는 겸재정선미술관도 위치해 있다.

각 여행 공간들의 대의부터 짚어보자. 양천향교는 서울에 위치한 유일한 향교로서 그 가치가 높다. 양천향교를 넉넉하게 품어 안는 산이 궁산이다. 한강을 바라보고 솟은 낮은 산이지만, 임진왜란 때 의병과 관군이 진을 치고 왜적에 맞서 싸웠던 곳이다. 최근에는 옛 산성터를 발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궁산에 오르면 겸재 정선이 한강의 풍취에 반해 산수화를 남긴 소악루라는 누각이 있다. 궁산을 내려오면 그 여운을 이어 겸재정선미술관으로 향한다.

20일 겸재정선미술관에 갔다. 이곳에선 정선의 생애와 주요 작품, 양천 현아를 축소해놓은 모형 등을 통해 강서구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이곳 구경은 일단 양천향교에서 시작한다. 서울 한 귀퉁이에 향교가 있는 것도 새롭지만, 제법 옛 모습을 갖추고 있어 더욱 인상 깊다. 양천향교는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도보로 불과 5분 거리에 있다. 주택가를 지나면 불현듯 고풍스러운 기와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낸다.

붉은 홍살문 너머 외삼문의 자태가 예스럽다. 향교를 방문하기 전 상식 한두 가지를 챙기면 동행한 꼬마들에게 제법 멋진 설명이 가능하다. 홍살문은 충신, 효자, 열녀 들을 표창해 임금이 그의 집이나 마을 앞에 세우게 한 붉은 문이다. 향교 앞 외삼문은 문이 3개인데, 들어설 때는 동문, 나설 때는 서문을 이용하는 게 관례다. 가운데 외신문은 제례 때만 개방된다. 매년 음력 2월과 8월에 이곳에서 공자를 추모하는 석전대제가 열린다. 석전대제는 중요무형문화재 85호로 지정돼 있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겸재정선미술관 내부. 겸재정선미술관 뒤편에 있는 궁산근린공원 입구로 들어서면 오르막길 양쪽으로 노랑과 빨강 바람개비가 봄바람에 휘휘 돌며 춤춘다. 사진/ 이혜진 기자

외삼문 너머 드러나는 명륜당의 모습이 위풍당당하다. 명륜당은 직접 교육이 진행됐던 교실로 학생 30~50명이 이곳에서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향교는 공자 등 선현에 대한 제사를 모시는 공간일 뿐 아니라, 조선시대 지방 향리들의 자제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이었다. 명륜당 뒤편으로는 내삼문을 거쳐 대성전으로 연결되는데, 이곳은 공자 등 선현들의 위패를 모신 공간이다.

양천향교는 조선 태종 11년(1411)에 건립된 것을 1980년에 복원했으며, 서울시 문화재 기념물 8호로 지정돼 있다. 유생들의 숙소로 사용됐던 동재와 서재, 각종 문화행사가 진행되는 유예당 등이 향교에서 두루 둘러볼 곳이다. 양천향교에서는 성년례, 혼례 등을 치를 수 있으며, 문화유산에 대한 가르침과 충효, 예절교육 등이 실제로 이뤄진다.

궁산근린공원 산책로. 예전엔 파산, 성산, 관산, 진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조선 시대에 공자의 위패를 모신 향교가 들어서면서 숭배의 뜻을 담아 궁산이라 불렀다. 사진/ 이혜진 기자

양천향교에서 비석들을 지나 옆길로 들어서면 궁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길이 여러 개지만 이 길이 호젓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어 길에 이끼가 끼어 있고 잡초가 자란다. 이 호젓한 길을 걷다 보면 겸재 정선의 흔적이 서린 소악루로 연결된다.

소악루는 궁산에 얽혀 있는 호국의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풍경과 풍류를 즐겼던 선비들의 사연이 깃든 곳이다. 소악루는 조선 영조 때 옛 악양루 터에 재건되었다. 이 누각에 오르면 안산, 인왕산, 남산, 관악산 등이 한눈에 보이고 탑산, 선유봉 및 드넓은 한강 줄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병연, 윤봉구, 조관빈 등 당대 명사들이 즐겨 찾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이 이곳 현령으로 재직할 당시에 그린 〈경교명승첩〉에서도 당시의 아름다운 경관을 짐작할 수 있다. 소악루에 올라서면 옛 시절 그랬던 것처럼 한강과 그 뒤를 둘러싼 산세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누각에는 〈안현석봉〉 〈목멱조돈〉 등 당시 겸재 정선이 그렸던 작품들이 함께 내걸려 당시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다.

궁산에서 10분 정도 비탈을 천천히 오르다 보면 누각 하나가 한강을 바라보며 서 있다. '작은 악양루'란 뜻을 가진 소악루다. 지금 누각은 1994년 신축된 것이다. 사진/ 이혜진 기자

소악루에서 궁산 정상으로 향하면 옛 궁산 성곽터와 마주하게 된다. 양천고성은 행주산성, 오두산성과 더불어 삼국시대부터 한강 어귀를 지킨 중요한 성곽이었다. 사적 지정 이후 발굴이 진행돼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옛 성벽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발굴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어서 일부 구간은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성곽터를 지나면 궁산 정상의 전망대와 마주하게 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한강의 자태는 소악루에서 보던 것과 또 다르다. 한강 교각 위로 열차가 지나고, 그 건너에 행주산성이 아련하게 보인다. 강변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이마를 어루만진다. 옛 성곽에서 나라를 지키며 강을 마주했을 병졸들의 애틋한 마음이 풍광과 함께 가슴에 차오른다.

강서구엔 서울에 있는 유일한 향교인 양천향교도 있다. 입구에는 홍살문이 있고, 외삼문 왼쪽에는 배출한 인재를 기리는 비석들이 서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궁산길은 여러 길들과 호흡을 맞춘다. 궁산 둘레길이 조성돼 있으며 안양천, 양화교까지 이어지는 역사유적순례길과도 연결된다. 둘레길을 따라 궁산을 내려서면 겸재정선미술관이 길손을 반긴다.

미술관에서는 양천 현령으로 재직하며 〈경교명승첩〉 〈양천팔경첩〉 등의 진경산수화를 남긴 겸재 정선의 작품과 생애를 만나볼 수 있다. 궁산 일대는 양천향교역뿐 아니라 5호선 발산역과도 가깝다. 맛집 골목이 형성돼 있는 발산역 일대에서 다양한 메뉴로 여행을 든든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한의학 전문 박물관으로 900여 점의 한방 관련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모형, 영상, 터치스크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허준의 일생을 총망라해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이혜진 기자

이혜진 기자  travel-bik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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