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본 ‘수조 원’ 자본 낀 제주 관광개발, 현재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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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자본 ‘수조 원’ 자본 낀 제주 관광개발, 현재 모습은?
  •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7.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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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흉물 방치된 곳, 난개발 추진되는 곳 모두 주민 아우성
제주 헬스케어타운 입구에 중국어로 된 현수막이 보인다. 중단된 공사가 오는 10월까지 진행되지 못하면 투자진흥지구에서 해제된다. 녹지그룹은 이 사업에 약 1조 원의 투자를 계획해 6천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사진/ 이혜진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제주도 개발 광풍이 가라앉은 것일까? 중국이 제주 관광개발사업의 돈줄을 끊었다. 2017년 촉발된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갈등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사업비 확보 등의 이유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지난 8일 찾은 서귀포시 표선면의 록인제주복합관광단지(해반산 리조트)는 공사가 중단된채 흉뮬스럽게 방치되어 있었다. 이미 이곳은 2017년 6월부터 사업비 확보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업체 측은 지난해 11월 제주도 측에 사업기간을 오는 2022년까지 연장하고 총사업비를 당초 2736억 원에서 4702억 원으로 두 배 증액하는 하는 내용의 개발사업 변경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 8일 찾은 제주도 록인제주복합관광단지. 공사가 중단된채 철골 구조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 특위는 오는 16일 이곳을 방문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이혜진 기자

하지만 사업 규모는 오히려 축소됐다. 같은 해 12월 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가 기간 내 사업계획의 지속적인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규모를 축소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 앞서 도는 당해년도 말 사업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던 헬스케어타운과 백통신원제주리조트(이하 백통신원) 에 대해서도 투자계획의 실효성 문제로 재검토 의결을 한 바 있다. 

특히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 토평동 일대에 들어설 계획은 헬스케어타운의 경우 오는 10월 9일까지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면 투자진흥지구에서 해제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8일 방문 당시 건축 자재가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이곳은 앞서 제2종 종합휴양업으로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받았지만, 아직 관광 숙박업 단계까지만 진행된 곳이다. 

아시아 최고의 의료복합단지로 알려진 제주헬스케어타운의 공사현장. 공사가 중단된 현장엔 건축 자재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다. 뒤에 보이는 건물은 중국 자본인 녹지그룹의 건물이다. 사진/ 이혜진 기자

해당 시설은 2단계 개발 사업을 위해 중국 자본인 녹지그룹이 추진하는 1700억 원대의 대출을 성공하지 못하면, 사업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사업시행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시행사 측은 실무협의를 강화해 사업 정상화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순탄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헬스케어타운에서 서남쪽 방향으로 차로 30분을 더 달려가 도착한 예래휴양형주거단지도 공사가 중단된 것은 마찬가지. 2015년 7월부터 4년 간 공사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 당초 이곳엔 2조5천억 원을 투입해 서귀포시 예래동 일원 74만4205㎡ 부지에 휴양콘도와 호텔, 의료시설, 상가시설, 휴양·문화시설 등을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의 자유로운 이용을 위한 유원지에 고소득 노년층이라는 특정집단이 사용하는 시설을 인가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래서 소송에 휘말렸고 소송을 제기한 토지주가 승소했다.

공사비 미지급으로 멈춰선 제주헬스케어타운이 공사 재개되려면 PF 대출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에 따르면 녹지그룹은 2단계 사업 공사비를 PF 대출을 통해 지급할 계획이다. 사진/ 이혜진 기자

주민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8일 토평동에 사는 주민 ㅇ씨는 “수년째 공사가 중단되면서 동네가 흉물이 됐다”며 “대출받아 차린 가게에 관광객들이 오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장기간 중단됐던 개발 사업이 최근 다시 추진되어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곳도 있다.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 입구의 ㄷ 한식 전문점에서 기자와 만나 “안 그래도 근처에 골프장도 있는데 마을에 20만 평 짜리 동물원이 생겨 천오백여 마리의 동물이 들어오면 (분뇨 등으로) 환경이 오염되고 악취가 심해진다. 테마파크 측에선 주민들에게 ‘마을에 노인 관련 시설을 지어주겠다’는 등 회유책을 쓰고 있지만 (토착민이 아닌) 젊은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공사장에 공사 중임을 알리는 문구가 눈에 띈다. 테마파크가 조성되는 선흘리 지역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 최초 람사르습지도시로 지정된 곳이다. 사진/ 이혜진 기자

이어 “동물원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에서 매일 회의를 하고 있다. 이곳이 동물원 말고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개발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위원장인 박흥선씨도 같은 날 오후 기자와 만나 “마을 총회에서 80%가 넘는 주민들이 (동물테마파크 건설을) 반대했다. 지역신문에서 전체 도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찬성보다) 두 배 가량 나왔다”며 “그런데도 권력자(도지사)는 도민이 뽑은 선출직임에도 (도민의 뜻을 따르지 않고) 권력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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