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래블바이크뉴스=김지수 기자] 여행지 편집장으로 10년째 살고 있는 여병구 <뚜르드몽드> 편집장이 그동안 잡지 지면에 다 풀어내지 못했던 격정적 여행 이야기와 순간의 이미지들, 그리고 현지에서 맞닥뜨린 여행의 감성에 흠뻑 젖은 시작詩作 메모를 더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차고 넘치는 여행 정보는 최대한 배제했다.
여병구 편집장은 여행을 떠난 이들이 습관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정해진 루트를 답습하는 여정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목격하고 자기만의 언어로 여행을 흡수하기를 바란다. 여행하는 모든 이들이 제각각 여행의 이유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는 자신이 겪은 감동의 순간들에 대해 아주 진솔하게 쏟아내고 있다.
‘하필, 여행을 떠났다’에는 노르웨이 시르케네스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곶까지 22개국의 29개 지역에 대한 여병구 저자만의 격정 여행기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각 지역에 대한 전체적인 소개가 아니라 어느 막다른 골목 혹은 해질녘의 언덕 위에서, 더러는 느닷없이 만난 어느 누군가를 통해 전혀 다르게 맞닥뜨리게 된 여행지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부제처럼 낯선 길 위에서 다른 ‘나’를 만나는 즐거움이 빼곡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뷰파인더에 소장했던 사진들과 저자의 감정이 느껴지는 시작 메모는 그의 여행을 감각하게 만드는 반가운 덤이다.
방송과 영화를 통해 우리와 친숙한 세계 도시들을 여병구 저자의 여정에서 다시 만나는 재미도 특별하다. jtbc 여행 예능 ‘트레블러’의 쿠바 아바나, tvN ‘꽃보다 청춘’에 등장했던 페루 마추픽추와 라오스 루앙프라방, 북유럽의 오로라, 영화 ‘카모메 식당’의 배경지 핀란드 헬싱키까지 때론 친근하고 때론 더욱 낯설게 펼쳐진다. 물론 바누아투의 포트 빌라를 비롯해 사모아의 아피아, 슬로베니아 피란, 카타르 도하, 미얀마 양곤처럼 좀처럼 여행지로 찾지 않았던 생경한 도시들을 속속들이 탐색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자자는 책 제목 ‘하필, 여행을 떠났다’에서 ‘하필’을 ‘의도하거나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낭패를 보는 경우’를 뜻하는 본래 의미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하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도리어 더 깊은” 감동의 순간에 대한 저자만의 감탄사에 가깝다. 1996년부터 기자를 시작한 이후 다양한 분야를 거쳐, 10년 전부터 전문 여행지 편집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여병구 편집장이 취재와 무관하게 낯선 이국의 땅에서 ‘하필’ 그 순간 마주했던 지독한 여행의 여운을 더 많은 독자와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