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바이크뉴스] 이상엽 기자 경북 칠곡은 ‘호국의 고장’이라고 부른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넘어 한국전쟁까지 치열한 전투를 펼친 지역이 다름 아닌 칠곡이었다. 그만큼 칠곡에는 한국전쟁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올해로 광복 70주년, 6.25 발발 65주년을 맞이한 현재, ‘호국의 고장’ 칠곡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칠곡군 가산면에 있는 가산산성은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였던 곳으로 유명하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뒤 축조돼 외세의 침략은 받지 않은 산성이지만, 오히려 한국전쟁에서는 이 산성을 두고 숨 막히는 쟁탈전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1950년 8월에 펼쳐진 가산산성 전투는 당시 가산산성이 군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였음을 알려준다. 미군은 가산산성을 포함한 이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40여 톤의 폭탄을 투하하는 등 집중포격을 가하기도 했고, 국군은 이 지역을 사수하기 위해 수많은 피를 흘려야만 했다.
역사적으로는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지만, 현재는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매우 인기 높은 산행코스다. 소위 ‘가팔환초(가산~팔공산~환성산~초례봉)’라 불리는 40여 Km의 코스는 산행을 좋아하는 등산가라면 한 번쯤은 종주를 해봤거나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코스다. 가산산성 진남문은 계정사와 함께 가팔환초 산행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다부동 전적 기념관과 왜관지구 전적 기념관은 칠곡이 호국의 고장임을 보여주는 또 다른 명소다.
6.25 발발한 이후 국군과 연합군은 2달도 채 지나지 않아 낙동강까지 밀리게 된다. 대한민국 존망의 갈림길에서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한 낙동강 방어선이 펼쳐졌고, 다부동 전투는 방어선을 두고 벌어진 가장 치열한 전투였다.
다부동 전적 기념관은 다부동 전투에서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기념하기 위해 1981년 11월에 세워졌다. 기념관 전시실에는 당시 다부동 전투에서 사용했던 소총, 기관총, 박격포, 배낭 등이 전시돼 전쟁의 아픈 역사를 되새길 수 있다. 왜관지구 전적 기념관도 낙동강 방어선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진 곳으로써 6.25 참전용사 충혼비 등과 함께 박물관에는 당시에 쓰였던 야포 등 200여 점 이상을 전시하고 있다.
다부동 전적 기념관과 왜관지구 전적 기념관은 단순히 한국전쟁을 기념하는 공간만은 아니다. 우리의 과거를 넘어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의미 깊은 장소다.
현재 청소년의 절반 이상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연도를 알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다. 대학생의 40%가량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신재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는 말처럼, 갈수록 잊혀 가는 역사 속에서 두 기념관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유산이 될 수밖에 없다.
왜관철교도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북한군을 맞아, 국군과 연합군은 왜관철교를 폭파해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했다. 결국, 왜관철교의 폭파는 국군의 낙동강 전투의 승리와 북진의 계기를 맞이하게 되는 주요 사건이 됐고, 이때부터 왜관철교는 ‘호국의 다리’로 불지게 됐다.
현재 호국의 다리는 역사적인 의미와 함께 칠곡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가족 나들이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왜관철교를 중심으로 산책코스가 조성되어 있어, 자연을 벗 삼아 상큼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밤에는 왜관철교의 내뿜는 아름다운 자태를 볼 수 있어 야간산책은 칠곡 여행의 백미로 꼽히기도 한다.
칠곡은 한국전쟁의 아픔을 함께 공유했다.
서서히 잊혀 가는 역사, 그렇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품은 칠곡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호국의 달을 맞이한 지금,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최고의 가족 나들이 장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호국의 고장' 칠곡이며, 숭고한 혼이 잠든 이곳이야말로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의 소중한 고장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