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르드프랑스! 저희와 같이 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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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드프랑스! 저희와 같이 달려요'
  • 조용식
  • 승인 2014.07.22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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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 우먼스 100:서울에 참가한 여성 라이더들이 출발에 앞서 본인과 타인에 관련된 모든 행동과 안전에 책임을 진다는 내용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라파 우먼스 100:서울에 참가한 여성 라이더들이 출발에 앞서 본인과 타인에 관련된 모든 행동과 안전에 책임을 진다는 내용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난 20일 한강 반포에서 춘천까지 100km를 자전거로 달리기 위해 35명의 여성을 포함, 모두 80여 명의 라이더가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현재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뚜르드프랑스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멀리서나마 응원하기 위해서다. 이들을 포함해 전 세계 350곳에서 7.631명의 여성 라이더가 100km를 달리는 이벤트에 참가했다.

그들은 왜 100km를 달렸을까?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지난해 뚜르드프랑스가 100주년을 맞았다. 이에 영국 자전거 의류업체인 라파에서 뚜르드프랑스 출전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전 세계 여성들이 함께 라이딩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100주년을 기리기 위해 '100km'를 달리자는 것이다. 지난해 약 4,000명이 참가했던 '라파 우먼스 100'에 올해는 두 배나 늘어난 7,631명이 참가를 했다.

전 세계 7,600여 명이 함께한 라파 우먼스 100
춘천까지 100km를 달리다. 여성 라이더 35명 포함 80명

서울에서 열린 '라파 우먼스 100:서울(Rapha Women`s 100:SEOUL)'. 이 행사를 주최한 베카 발드윈(30. 미국)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성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춘천을 가게 되어 기쁘다. 안전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게 가이드 역할을 하는 바이크파티서울(bikepartyseoul), 클리큐 그리고 오늘 함께 나온 모든 분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 지난 20일 한강 반포에서 춘천까지 100km 라이딩을 위해 '라파 우먼스 100:서울'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출발에 앞서 함께 온 가이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여성 라이더들.

► 사진 1. '라파우먼스100:서울'행사를 주최한 베카 발드윈(사진 왼쪽)과 그의 남편 다니엘 씨. 사진 2. 이번 행사에는 외국인도 많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3. 한 참가자가 후원한 술떡을 나누어 주고 있는 모습. 사진 4. 참가자들이 친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이벤트에는 다양한 참가자들이 모였다. 사이클 복장을 한 엘리트급 참가자들 사이로 편안한 복장을 한 외국인들 그리고 픽시를 타는 젊은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주위에 세워놓은 자전거만 봐도 로드 사이클, MTB, 하이브리드 그리고 픽시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이른 아침 공복에 나온 참가자를 위해 한 참가자가 후원한 술떡(장안동 '떡사랑')으로 허기를 달래기도.

80여 명의 참가자는 잠수교를 지나 한강 북단 방향으로 라이딩을 시작했다. 코스는 팔당, 운길산을 지나 북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춘천의 송암스포츠타운까지 약 100km를 달리는 것이다. 처음 11명이 출발한 초초(블로그명) 팀이 앞서 달리던 픽시크루를 제치고 선두로 나서며 라이딩을 시작했다. 이 팀은 평균 속도 30km로 달렸다고 한다.

대성리 부근에서 다시 만난 라파 우먼스 100 참가자들. 한 그룹, 두 그룹이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지나간다. 사진기를 들이대니 모두 밝게 웃어준다. 하지만 이날은 올해 들어 가장 무더웠던 날로 강원도 홍천이 35.7도를 기록한 날이다. 특히 북한강 자전거길은 그늘이 없어 가민의 온도계는 35도를 꾸준히 유지했다. 청평교를 지나 하나로 마트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워 무척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일부는 대성리 부근에서 점심을 하고, 선두 그룹은 춘천에서 닭갈비로 허기를 달래겠다며 각자의 페이스로 라이딩을 계속했다. 한 외국인 참가자 역시 청평에서 마주쳤는데, 무더운 날씨에 많이 힘들어하면서도 화이팅을 외치기도.

그늘 한 점 없는 북한강 자전거길, 폭염 특보로 더욱 지쳐

북한강 자전거길은 그늘이 곧 쉼터이다.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다리 밑의 그늘은 흐르는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 만큼 행복감을 전해준다. 특히나 폭염 특보가 내려진 날에는 바람 한 점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 대성리역 부근을 지나고 있는 라파우먼스100 참가자들. 여성 라이더 뒤로 남자들이 가이드 역할을 해 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 대성리를 지나 가평 방향으로 라이딩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 사진 1. 커플로 참가한 여성 라이더가 청평교를 지나고 있다. 사진 2. 폭염 특보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꾸준히 달리고 있는 외국인 참가자. 사진 3. 가평 근처의 매점에서 만난 '라파우먼스100:서울' 참가자들. 사진 4. 한 외국인 참가자가 혼자서 춘천까지 라이딩을 하고 있다.

청평역을 지나면서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경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가끔 나무 그늘 사이를 지날 때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어 잠시나마 땀을 거둬 들이는 느낌이다. 폐선 철노 교량 주변의 생태계 복원 사업으로 만들어진 경춘선 조종천이 보인다. 데코를 지나가니 철도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다. 가평까지 15km, 색현터널까지는 2.6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춘천 방향에서 서울로 가는 MTB 팀이 질서정연하게 한 줄로 지나간다. 라이딩을 하다가 마주치는 사람을 보니 다시 힘이 나 열심히 페달을 밟아본다. 코너를 도니 시원한 음료와 국수를 파는 매점이 잠시 쉬어가라고 유혹을 한다. 무더위에 지치고 허기가 져 잠시 어가기로 했다. 콩국수 7,000원, 슬러시 1,500원 등 메뉴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후 라파 우먼스 100 참가자가 더위를 피하기 위해 같은 자리에 앉았다. 오늘의 화제는 '찌는 듯한 무더위'. 아침에 처음 만나 일행 중 3명은 중도에 헤어지고 4명이 라이딩을 하다 잠시 쉬기 위해 멈추어 선 것이다. 이들은 '라파 우먼스'답게 모두 '라파'를 입고 있었다. 휴식이 끝나고 다시 춘천을 가기 위해 라이딩을 시작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색현터널에 들어왔다. 온몸이 다 시원함을 느끼며 행복에 젖을 수 있는 달콤한 시간. 터널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으며 달렸다. 뒤이어 나오는 내리막길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이 즐거움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길고 긴 내리막이었다.

"뚜르드프랑스! 우리들도 함께 달렸어요. 마지막까지 화이팅!"

이제부터는 안전한 라이딩을 해야 한다. 자전거, 자동차, 농기계가 함께 공유하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승용차, 어린이집 버스 등 차량 몇 대를 보내면서 길을 지났다.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10월 3~5일)을 알리는 광고판을 보며, 데코로 만들어진 자전거길을 달린다.

► 강촌역 부근의 북한강 모습.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이지만, 강물로 비쳐진 풍경 덕분에 잠시 더위를 잊게 만든다.

► 의암댐을 지나 김유정 문인비를 '라파우먼스100:서울' 참가자가 지나가고 있다.

► 사진 1. 북한강 자전거길 옆으로 춘천행 ITX청춘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 2. 무더운 여름에 라이딩을 할 경우,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를 이용해서 잠시 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다. 사진은 청평교를 지나 바로 위치한 하나로마트. 사진 3. 강촌역 방향의 약 4km 구간의 자전거길이 한창 공사중에 있다. 사진 4. 장마를 대비해 지난해 파손이 된 자전거길에는 물이 빠져나갈 수 있게 배수관을 설치해 놓았다. 

강촌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공사 중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잠시 도로를 타고 가야 하는 번거러움을 느꼈지만, 잠시 후 행복한 미소가 입가를 찾았다. 바로 주변의 나무들로 인해 그늘이 만들어지는 도로를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시안 강촌역을 지나 다시 자전거길로 접어들었다.

바람 한 점 없는 길을 따라가는데 오른쪽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북한강변에 비치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잠시 자전거를 멈추어 섰다. 무더위에 오래 있기에는 무리라 사진 촬영 후 다시 라이딩을 시작했다. 의암댐이 보이고, 그 뒤로 춘천이 보인다. 지금은 댐을 막아놓아 물의 흐름이 거의 없다.

의암댐을 건너 자전거길을 따라가니 김유정 문인비가 보인다. 라파 우먼스 100 참가자 일행도 간간이 보여 서로 고생했다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목적지인 춘천 송암 스포츠타운으로 올라갔다. 가파르지 않은 언덕길인데도 마지막이라 그런지 길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 내리막길이다. 시원스레 내려와 보니 '춘천 송암 스포츠타운'이란 간판만이 반겨주고 있다. 주변에 자전거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 무더위에 지쳐 닭갈비를 먹으러 간 것이다.

'라파 우먼스 100:서울'은 출발은 같이 하지만, 그룹별로 이동하기 때문에 목적지에서의 뒤풀이는 따로 없다. 그룹별로 식사하거나 라이딩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라파 우먼스 100'의 취지는 뚜르드프랑스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그 자체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100km를 달리면서 땀으로 만들어지는 노력과 결실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래서 전철로 돌아오는 길은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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