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흐르는 청계천…재래시장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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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흐르는 청계천…재래시장은 살아있다
  •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5.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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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의 행복’ 젊은층 데이트코스로도 인기
남대문시장은 안경, 그릇 등을 간판 품목으로 내걸어 국내 다양한 전문 수요층을 흡수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한때 생활의 중심이었던 재래시장. 이젠 대형 할인점의 공세에 못 이겨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지난 2005년 복원된 청계천은 인근 재래시장의 노후한 혈관에 새로운 피를 공급하고 있다. 청계천에 가는 이들이 주변 재래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 청계천 주변에서 가볼만한 재래시장엔 어떤 곳들이 있을까. 

육회(왼쪽)와 떡볶이, 순대(오른쪽)는 광장시장의 인기 메뉴다. 사진/ 서울시

먹거리의 메카, 광장시장

광장시장은 1905년에 생겼다. 당시 이곳은 의류 원단을 거래하던 시장이었다. 시장은 점차 커져 각종 먹거리도 팔았다.

요즘 이곳은 먹거리로 더 유명하다. 상인들의 끼니를 책임지던 시장 안 ‘먹자골목’이 가성비 맛집으로 떠올라서다. 10여 년 전 ‘한류 예능’으로 인기를 끌었던 SBS '런닝맨'에 소개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온다. 이들은 테이블 위에 높게 쌓인 순대와 어묵 등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상인들은 서툰 외국어로 관광객을 붙잡는다.

광장시장에서의 식사는 불편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름에 튀겨지는 빈대떡 앞에 삼삼오오 모여든다. 광장시장의 명물인 녹두빈대떡은 한 장에 5000원. 마약김밥과 떡볶이 등 다른 인기  메뉴도 대개 1인분에 5000원 이하다. 두 명이 배불리 먹어도 만원이면 충분하다. 지갑이 얇은 젊은 연인들의 발길이 많아진 이유다. 반찬이나 과자를 사면 요구르트나 귤을 덤으로 주는 상인들도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5가에 위치한 방산시장은 ‘종합 포장 인쇄타운’을 표방하는 전문 시장이다. 사진/ 서울시

국내 최대 인쇄·포장 전문시장, 방산시장

광장시장에서 마전교를 지나면 청계5가 사거리 근처에 방산시장이 있다. ‘종합 포장 인쇄타운’을 표방하는 전문 시장이다.

시장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종이류를 취급하는 지업사와 제과제빵 재료 및 도구를 파는 가게 들이 나온다. 1954년 문을 연 ㅇ상회도 그 중 한 곳. 이곳은 과거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나와 유명세를 탔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예전엔 전국을 상대로 한 도매 위주였지만 지금은 소매 손님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시장엔 역사의 흔적도 있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7호로 지정된 성제묘가 바로 그것. 삼국지로 잘 알려진 관우 부부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서울의 옛 동서남북 성안 4곳에 있던 관왕묘 중 하나다.

통인시장에선 판매처에서 환전한 엽전으로 도시락카페 가맹점을 찾아가 먹고싶은 음식을 골라담을 수 있다. 사진/ 서울시

돈 대신 엽전, 통인시장

‘꿀호떡 엽전 2냥, 씨앗호떡 엽전 3냥’ 

조선시대가 아니다. 통인시장 호떡가게의 메뉴판 내용이다. 2012년부터 통인시장에선 지폐와 엽전 모두 돈으로 쓰인다. 엽전은 통인시장 중앙의 판매처에서 환전할 수 있다. 엽전 하나에 500원 꼴이다. 

통인시장에선 엽전으로 먹고 싶은 반찬을 골라 담는 ‘엽전 도시락’도 판매한다. 엽전 열닢(5000원)이면 4~5가지 음식을 담을 수 있다. 다만 도시락카페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골라 담은 후 고객센터 2층과 3층에 위치한 도시락카페에서 식사를 즐기면 된다. 카페 내에서는 국과 밥도 판다. 각각 1000원이다.

통인시장의 장점은 도시락카페만이 아니다. 부침개집, 반찬가게 등 지역민에게 필요한 상점들도 있다. 이곳들은 한국에선 평범하지만, 외국인에겐 이색 상점으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남대문시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 시장이다. 사진/ 네이버 플레이스

 
칼국수를 시키면 냉면과 보리밥이 서비스, 남대문시장

남대문시장은 이제 전통시장이라기보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다.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 시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기에 없으면 다른데도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전국 각지의 제품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외국인에겐 이곳이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실제 남대문시장엔 인삼, 김 등 다양한 한국 식품과 우리나라의 전통문양을 새긴 다양한 부채, 전통의 멋이 새겨진 자개장까지 각 지역의 특산품이 모여 있다. 남대문 시장 한 곳으로 전국 투어를 느낄 수 있을 정도.

아울러 남대문시장에선 한복대여 서비스와 숭례문을 연계한 문화체험 서비스, 잡채호떡·갈치조림·칼국수 등 먹거리 골목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칼국수 골목에서 비닐로 어설프게 만든 출입문 안으로 들어가 좁은 나무걸상에 앉으면, 주인이 한손으론 칼국수를 끓이고 다른 손으론 보리밥을 그릇에 담아내며 이내 냉면 위에 비빔장을 얹어낸다. 이외에도 남대문시장은 안경, 카메라, 시계, 그릇, 아동복 등을 간판 품목으로 내걸어 국내 다양한 전문 수요층을 흡수하고 있다.

동대문시장엔 수많은 원단 가게가 입점해 있다. 사진/ 서울시

‘나만의 옷’ 24시간 안에 만들어 드려요,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이 전통 관광지라면, 동대문시장은 대한민국 대표 쇼핑지대. 시장이라는 전통적 이미지와는 달리 패션관광 1번지로 시시각각 변하는 최신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달엔 24시간 안에 옷을 만들어주는 맞춤의류 매장도 생겼다. 시장 내에 위치한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에서 한 매장을 방문하면 고객이 키오스크(무인 단말기)에서 기본 디자인 패턴을 선택한 후, 자신의 취향에 따라 옷 색깔, 소매 길이, 단추, 주름 등을 추가로 고를 수 있다. 그러면 신체 사이즈를 반영한 아바타가 피팅을 하고 완성된 옷을 3D로 구현한다. 여기엔 3D 의상 제작 소프트웨어 등 첨단기술이 활용된다.

또 동대문시장엔 ‘완구거리’도 있다. 최신 유행 장난감부터 추억의 장난감, 구하기 힘든 수입 완구 등을 시중보다 최대 반값까지 저렴한 가격에 구매 할 수 있다. 가격흥정도 가능해 재래시장의 정을 느낄 수 있다. 그밖에 시장 바로 옆엔 3D 건축물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가 있어, 역사와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신·구 융합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풍물시장에서 다양한 중고 조명기구를 팔고 있다. 사진/ 서울시

잡동사니 속 보물찾기, 풍물시장 

낱개로 산더미처럼 쌓인 트로트 메들리 테이프, 누런 재킷의 LP판, 꼬질꼬질한 때가 묻은 헌 옷, 미군 군용식량인 시레이션, 호가만 수천 만 원인 이탈리아제 고가구…. 

2003년 동대문운동장으로 들어온 풍물시장은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는 황학동 벼룩시장의 명성을 잇고 있다. 좌판의 크기는 가로 2m, 세로 1.2m로 일정하다. 

시장 동문 인근엔 만물상, 동서쪽엔 식당, 북문 쪽엔 의료기구상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많은 품목이 이곳저곳에 섞여 있어 꼼꼼히 시장을 둘러봐야 한다. 단, 월요일엔 상인들이 물건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녀, 이날보단 새로 구한 물건들이 잘 손질돼 상점에 나오는 목요일과 금요일에 쇼핑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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