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짜장’이라는 당황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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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짜장’이라는 당황스러움
  •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4.29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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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얼함에 기침 나와도 “탕수육보다 짜장”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 ㅅ 중국음식 전문점에서 주문한 고추쟁반짜장. 면발을 뒤집으면 채 썬 청양고추가 가득하다. 사진/ 이혜진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짜장면은 향수다. 그룹 지오디는 노래 ‘어머님께’에서 이렇게 말했다.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들었었어/그러자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짜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과거엔 아련한 별식이었다던 짜장면. 유년의 기억과 거리가 먼 그것은 청년이 된 후 미식을 위한 메뉴가 됐다. 최근 서울 영등포의 추천할 만한 맛집 ㅅ 중국음식 전문점을 찾았다. 이곳엔 특이한 짜장이 있다. 시그니처 메뉴이기도 한 ‘고추쟁반짜장(12000원)’. 2인분 이상부터 판매한다.

지난 13일 찾은 서울 영등포 ㅅ 중국음식 전문점의 외관. 다수의 맛집 프로그램 출연을 인증하는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ㅅ 중국음식 전문점의 짜장엔 채 썬 청양고추가 넉넉하게 나온다. 얼얼한 향에 기침이 나올 만큼. 전체 짜장의 양도 푸짐하다. 약 3인분 정도. 남은 음식은 포장할 수 있다. 최근 이연복 셰프가 출연하는 tvN 예능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에 나온 ‘비건 짜장면’처럼 고기는 없다. 짜장이 저렴한 이유다.

면발에선 ㅅ 중국음식 전문점 특유의 부드러움이 전해진다. 다만 이른 시간에 뽑은 국수를 한참 지나 요리해서인지 면발이 불어터져 있다. 서로 한 몸이 됐을 정도. 그래서 젓가락에 제대로 올라붙지 않는다. 돼지고기의 고소함과 양파의 아삭함이 입안으로 밀려들기도 전, 면발이 중간에 뚝뚝 끊긴다. 처음 온 사람이라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 ㅅ 중국음식 전문점에서 주문한 고추쟁반짜장. 면발이 서로 붙어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그러나 불어터진 국숫발처럼 사람들의 발걸음이 동강동강 끊어질 것 같진 않다. 오른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남성은 짜장면에 고명으로 올려진 채 썬 고추들을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 한 입에 집어넣으며 음식을 다 먹어치웠다. 맞은편에서 “너무 맵다. 먹지 말 걸 그랬다”는 여성의 볼멘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대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남성도 “탕수육보다 짜장이 훨씬 맛있다”고 말하며 좋아했다. 콜록거리며 기침하긴 했지만. 땀 뻘뻘 나는 매운 맛이 이 집의 인기 요인인 것이다.

지난 13일 찾은 ㅅ 중국음식 전문점 카운터에 신연경 대표가 앉아있다. 곳곳에 맛집임을 인증하는 상패가 보인다. 사진/ 이혜진 기자

아니나 다를까. 가게 관계자에 따르면 다리 건너 여의도 직장인들도 일부러 이곳을 찾아온다고 한다. 때문에 50석 남짓한 공간은 늘 만석이다. 신연경 ㅅ 중국음식 전문점 대표가 아버지 신무송 전 화교외식업협회장의 매운 전통을 이어가는 이유다. 그렇게 70여 년 간 지켜온 맛은 오늘도 누군가의 입속을 얼얼하게 감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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