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둘러볼 곳이 많아 하루가 짧은 데이트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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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둘러볼 곳이 많아 하루가 짧은 데이트 코스
  • 김대성
  • 승인 2014.08.31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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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오서점은 1934년 지은 한옥 건물로, 책방을 연지 63년이나 되는 서촌의 명물.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이다. 사진 / 김대성 기자
대오서점은 1934년 지은 한옥 건물로, 책방을 연지 63년이나 되는 서촌의 명물.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이다. 사진 / 김대성 기자

요즘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곳이 서촌이다. 최근 방송에서 아기자기한 매력을 선보이며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막상 찾아가면 관광안내소 하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서촌은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마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서촌을 찾는 이유는 뭘까. 그 답을 찾으러 서촌을 돌아봤다.

오래된 건물 사이로 서촌만의 소박한 정서 가득

경복궁 서쪽 마을 서촌. 인왕산 자락 아래 자리한 이곳은 조선시대 궁녀와 의관 등 중인들이 살던 터다. 그래서일까. 권세가들이 거주하던 북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서촌은 다양한 계층의 주거 문화를 기반으로, 옛 추억과 예술 공간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 50년 전통의 영화루는 고추짜장이 유명하다. 오후 3시~5시 까지는 재료 준비를 위해 장사를 하지 않는다.

► 80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지켜온 보안여관은 통의동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광복 이후 지방에서 올라온 시인, 작가, 예술인들이 장기 투숙하던 공간이다.

► 통의동 골목에는 갤러리와 카페가 많다. 전시를 보기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 키가 16m에 달했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웠던 통의동 백송은 1990년 태풍으로 쓰러지고 밑둥만 남아 있는 상태다.

경복궁 서문인 영추문을 마주 보고 있는 통의동. 골목 사이로 30여 개의 갤러리와 공방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오래된 한옥이나 근대건물이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문화공간이다. 소박한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곳이 많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통의동 이곳저곳을 거닐다 보면, 보안여관이 눈길을 끈다. 1930년대 지은 건물로 2004년까지 영업을 해오다, 2007년부터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곳이다. 30년대 서정주 시인이 이곳에 머물며 김동리, 김달진 등과 함께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을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다.

한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던 역사적인 장소로 서촌의 상징적인 건물 중 하나다. 전시 기간 외에는 문이 닫혀 있어 전시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 1951년 문을 연 대오서점의 내부 모습. 각종 방송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이상의 집'은 그가 세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살았던 집터의 일부에 자리하고 있다. 현대식 통유리와 한옥의 기와가 조화를 이룬다.

► '이상의 집'에는 이상과 관련한 도서가 구비되어 있다. 이상을 기억하는 이들을 위한 무료 공간으로 차와 커피도 제공한다.

► 개량 한옥의 화려한 철대문이 기와와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통의동에서 서쪽으로 이동해 통인동으로 건너가 보자. 자하문로의 우리은행 뒷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이상의 집’을 만나게 된다. 문학가 이상이 실제 살던 집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살던 집터 일부를 포함한 작은 한옥을 고쳐 그를 기념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현대식 통유리와 한옥의 기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들러 차 한 잔 마시며, 이상과 관련된 도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통인시장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대오서점이다. 1934년 지은 한옥 건물로 각종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된 곳이다. 1951년 서점이 문을 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제 서점의 기능은 없어졌지만, 오히려 찾아오는 사람은 늘었다고 한다. 대오서점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안채 일부를 카페로 변경해 놓았다. 카페를 통해 책방 안채의 이모저모를 구경하며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골목 사이사이 특별한 멋과 맛이 넘치는 곳

수성동 계곡으로 향하는 옥인동 골목에도 특별함이 가득하다. 허름한 건물 사이로 조그만 카페들이 들어서고, 젊은 작가들의 작업실이 둥지를 틀었다. 또한, 누상동 9번지 담벼락엔 ‘윤동주 하숙집터’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이곳 소설가 김송의 집에 하숙하며 ‘서시’ ‘별 헤는 밤’ 등 대표작을 썼다고 한다. 

► 기름떡볶이는 통인시장의 대표 먹거리다. 기름과 간장을 넣어 볶은 떡볶이를 맛보고자 멀리서도 찾아온다.

► 통인시장은 1941년 효자동 인근의 일본인을 위하여 조성되었다가,  6·25전쟁 이후 서촌 지역에 인구가 늘면서 시장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 통인시장에서는 엽전으로 먹고 싶은 반찬을 사서 도시락카페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 인왕산 수성동 계곡 풍경은 18세기 겸재 정선의 회화 속에 그대로 묘사되어 있다. 특히 기린교라 불리는 돌다리 까지 그림과 똑같이 보존되어 있어 수백년이 흐른 세월 속 풍경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골목 사이사이 감춰진 사연을 찾아다니던 서촌 산책길은 인왕산 수성동 계곡에서 끝난다. 하지만 수성동 계곡 역시 가벼이 여길 대상이 아니다. 겸재 정선의 <수성동> 회화에도 등장하는 곳으로 그냥 스쳐 갈 수만은 없다.

조선시대 역사 지리서에 명승지로 소개되고 있으며, 당시의 아름다운 풍경을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조선후기 중인층을 중심으로 펼쳐진 위항문학의 주 무대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촌의 이곳저곳을 헤매다 보면 허기진 배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하지만 걱정 붙들어 매자. 서촌에는 맛있는 먹거리도 꽤 많으니까 말이다.

수성동 계곡에서 내려오다 보면 남도분식이 있다. 즉석떡볶이에 통 오징어가 들어간 오순떡 그리고 상추에 튀김을 싸먹는 상추튀김이 대표메뉴다. 누하우동초밥집은 간판도 없는 허름한 일본식 선술집이다. 테이블도 몇 개 안 되는 비좁은 곳이지만 우동과 초밥을 먹으러 오는 단골이 많다.

► 서촌의 한옥은 1920년대 이후 지어진 개량 한옥이 대부분이다. 기와와 맞닿은 양철 물받이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 아이들이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현금을 엽전으로 바꾼 뒤, 시장에서 먹고 싶은 반찬을 골라 사고 카페로 돌아와 먹을 수 있다.

서촌의 진짜 맛은 통인시장에 있다. 그리 큰 규모의 시장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바로 도시락카페 때문이다. 현금을 엽전으로 바꾼 뒤, 도시락을 들고 시장을 돌며 직접 반찬을 고르는 시스템이다.

먹고 싶은 반찬을 담아 들고 카페로 돌아와 밥과 국을 사면 한 끼 식사로 거뜬하다. 엽전 한 냥은 500원, 열 냥 정도면 충분하다. 이 외에도 효자베이커리, 영화루, 체부동잔치집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맛집이 서촌에 가득하다.

서쪽 하늘의 노을빛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길, 아쉬움이 밀려온다. 허름한 골목 사이로 녹아든 역사의 흔적이 발길을 쉬 놓아주지 않는다. 문화예술의 향기가 깃들어 있는 서촌, 골목골목 햇살 가득한 날 다시 찾으면 좋을 듯하다.

서촌 산책 tip

서촌을 찾아온 관광객이 경복궁역에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서촌이라는 이름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이곳을 서촌이라 부른다. 경복궁의 서편에서 인왕산의 동쪽까지 15개의 법정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 창성동 미로미로 골목은 지난 14일 방송된 동네한바퀴의 신동엽과 멤버들이 처음 만난 오프닝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서촌이라는 이름을 두고 논란이 많다. 2011년 종로구에서 이 일대를 ‘세종마을’로 선포하면서 지역 명칭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세종마을로 변경하게 된 것은 세종대왕이 태어난 마을이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야한다는 입장이며, 종로구에서는 세종마을로만 불러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경복궁역에서 세종마을이란 표지판에 당황하지 말고 계획한 대로 서촌 거리를 거닐어 보자. 경복궁역 4번 출구로 나오면 통의동이다. 한옥이 어우러진 골목을 따라 대림미술관과 통의동 백송, 류가헌, 보안여관 등을 돌아볼 수 있다.

대오서점과 영화루, 통인시장, 수성동 계곡을 선택했다면 2번 출구로 나와 우리은행 골목(자하문로7길)으로 가면 된다. 서촌을 거닐다 힘에 부친다면 주저하지 말고 마을버스를 이용하자. 수성동 계곡에서 남대문을 오가는 9번 마을버스가 경복궁역과 마을길 곳곳에 정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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