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성의 유럽여행기] 오스트리아,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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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의 유럽여행기] 오스트리아, 빈
  • 김현성
  • 승인 2015.04.30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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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을 흐르는 아름다운 도나우 강의 모습. 사진 / 김현성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을 흐르는 아름다운 도나우 강의 모습. 사진 / 김현성

[트래블바이크뉴스] 김현성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빌레 역에서 오스트리아로 향하는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촌스럽게도 조금 설레는 기분이다.

야간열차는 유럽여행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살짝 고단하지만, 한편으로 근사한 여행이다. 숙박이 해결된다는 실용을 떠나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이국의 사람들과 어울려 잠을 청한다는 것이 말이다.

나는 이탈리아인 가족 삼대(할머니, 엄마, 딸)와 함께 4인실에 탔는데, 승무원이 친절하게 위쪽 침대를 예약해주어서 천장을 코앞에서 마주보며 잠을 잤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잠은 잘 왔다.  

► 가수 김현성의 40일간의 유럽 여행 칼럼이 매주 트래블바이크뉴스에 연재된다.

►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는
 야간열차에 몸을 실은 김현성.   

취향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든다

좋아하는 것을 따라 여행을 즐기면 심심할 겨를이 없다.

오스트리아 빈의 첫 인상은 건물들이 무척 화려하다는 것이었다. 유럽인들이 자신의 문화유산을 잘 보존해놓아서 한 도시의 주요 건물의 양식을 보면 이 지역이 어느 시기에 가장 융성했는지 대략 알 수 있다. 빈의 궁전이나 귀족의 주택 등을 보면 바로크 양식을 곧바로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조금 자세히 보다보면 외벽과 내부의 치장이 과하다 싶을 만큼 많다는 것이 느껴진다. 어딘가 향락적인 인상마저 준다. 바로크의 정점을 지나 로코코로 17~18 세기는 마리아 테레지아 왕녀의 수완 아래 합스부르크 왕조가 유럽의 패권을 쥐었던 시기와 겹친다.

그러고 보니 이와 같은 건축 양식의 클래식에서의 응답이 바로 오스트리아의 슈퍼스타 모차르트의 음악이다.   

► 빈 미술사 박물관의 화려한 자태. 질적 수준에서는 유럽 1·2위로 손꼽히며, 서양 미술사의 명작들이 다수 소장되어 있다. 

미술관 내부 모습과 단체 관람을 온 학생들. 작품마다 주변에 쇼파가 있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빈 미술사 박물관에 소장된 명작들을 만나다

빈의 미술사 박물관은 그 자체로 화려함의 끝이다. 내가 이렇게 누추한 차림으로 이런 곳에 들어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전시장은 관람자를 위해 무척 친절하게 배려되어 있다. 그림을 감상자로부터 격리시키지도 않고(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전시장 중앙에 소파가 있어서 좋아하는 그림 앞에 얼마 동안이고 앉아 있을 수 있다. 한 번 나오면 표를 다시 끊기 전에는 들어갈 수 없는 다른 미술관들과 달리 이곳은 마음껏 드나들어도 상관없다.

과연 문화를 사랑하고 즐기는 시민들이기에 떠올릴 수 있는 발상이 아닌가 싶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 '피터 브뤼겔(Pieter Bruegel)'의 명작 '바빌론'을 감상한다. 그는 탑의 묘사를 통해 기술적 완벽성과 더불어 신화에 대한 독창적 해석을 통해 예술가의 진정한 재능을 보여준다.

서민들의 삶을 애정이 깃든 시선으로 그려낸 그의 연작들은 따듯한 공감과 웃음을 선사한다. 한국에 전시를 왔을 때도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다시 보아도, 책으로 보아도 늘 경이로움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 '바빌론'의 일부.
 
네델란드의 유명 화가, '렘브란트'의 '자화상'. 슬픈 눈빛이 인상적이다.

서양의 예술사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작가들이 서로 배우고 경쟁하고 토론하며 일궈놓은 인간의 감성과 지성의 장이다. 그러니 그림을 보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며, 미술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그림이 좋은 것이고 또 아닌지 분별하기가 어렵고, 무척 유명한 작품인데 도대체 왜 좋다고 하는 것인지 공감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럴 때는 그저 유명한 그림이니까 그냥 좋은가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작품에 따라 수 백 억(가격과 예술성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을 호가하는 작품들을 보면서 그렇게만 느끼고 지나치는 것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다.

► 이탈리아 화가 '귀도 레니'의 작품, '성 히에로니무스(성 제롬)'. 

김현성이 추천하는 미술작품 감상법

예술을 감상하는 데에는 약간의 분별력이 필요하다. 취향이 예술을 삼켜버린 시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분별하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기초적인 다섯 가지 기준을 적어 볼까 한다(모더니즘 시기 이전의 작품에 적용할 수 있다.). 나는 전공자도 아니고, 나름으로 익힌 것이기 때문에 온전히 신뢰해도 좋다고 말은 못하겠다. 읽는 이의 선택에 맡긴다. 

첫 째, 표정
작품 속 인물의 표정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주제를 정확히 드러내고 있는가. 표정을 자세히 보는 훈련만 되어도 누가 더 뛰어난 예술가인기 조금씩 파악이 된다. 인물의 표정은 평작과 걸작을 가르는 무엇보다 결정적인 요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떠올려 보라. 조토의 벽화 속 유다를 바라보는 예수의 표정은 예술사에 유일무이하다. 

둘 째, 움직임
같은 미술관에 걸려 있는 작품들 중에도 뛰어난 작가의 작품과 그보다 덜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에는 인물의 움직임의 자연스러움의 차이가 확연하다. 재능이 조금 부족한 작가들은 인물의 동작이 어딘가 경직되어 있거나 딱딱하다. 물론 중세시대 회화 속 인물들은 대부분 움직임이 어색하다. 그건 그 시대 작가들의 전반적인 기술을 고려해야 한다.

셋 째, 구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재능 있는 작가들 중에 구도에 감각이 없는 사람은 드물다. 또한 구도는 학습으로 얼마든지 채울 수 있다. 그러나 구도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다.

넷 째, 주름
옷의 주름도 그 작가의 재능을 분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인물의 동작과 마찬가지로 주름을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것은 작가에게 큰 과제였다(그래서 주름은 종종 모더니즘 작가들의 패러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물론 단지 섬세하게만 그린다고 주름을 잘 그리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작가와 탁월한 작가의 작품 속의 주름은 확연하게 혹은 미세하게, 어쨌거나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다섯 째, 해석
신화 건, 성화 속 사건이건 그것의 해석은 곧 작가의 지적인 역량을 의미한다. 이것 역시 단지 뛰어난 작가와 탁월하게 뛰어난 작가를 나뉘게 만든다.

전문적으로 파고들면 더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우리 같은 비전문가에게는 이러한 다섯 가지 기준만 있어도 그림을 즐기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가 거장이라 부르는 작가의 작품 중에 이 다섯 가지 기준을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은 단언컨대, 없다.
 
그러나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이 모두 걸작은 아니다. 당대에 꽤 영광을 누렸을 그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관람자는 냉정한 것이고, 시간과 정신의 기력을 아끼기 위해 평작이다 싶으면 사정없이 지나쳐야 한다.

합스부르크 왕가 앞 정원에서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

 빈 국립도서관 '프룬크잘'은 화려함과 고풍스러움의 극치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힌 '프룬크잘' 빈 국립도서관

빈의 국립도서관 '프룽크잘'에서는 화려한 외양만큼이나 의미 있는 고서들을 만날 수 있다.

15세기에 빈 대학을 위시로 학문 발달을 위해 지어진 이 도서관에는 당시 천문학과 지리학의 정보를 도서화 하여 공유했고, 세계 최초로 졸업생에게 예술사 학위를 수여한 곳이기도 하다. 

► '프룬크잘'에 전시된 예술사 인장.

► 고서 속에 삽입된 그림들이 무척 귀엽다. 당시 학생들은 얼마나 진지하게 이 그림을 보며 공부를 했을까.

► 빈의 지하철은 매우 단순하고 편리하다.

오스트리아 빈은 과거와 현재가 문화를 매개체로 공존하는, 무척 활발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고풍스런 도시지만 자본주의의 침투도 현저하게 느껴진다. 지하철은 사람들로 붐비고, 그들의 발걸음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분주하다.

나는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빈이라는 도시에 금세 정이 들어버렸다. 나의 눈에 비친 빈이라는 도시는, 현재의 삶이 과거에 지나치게 의존하지도, 또 과거가 현재로부터 외면당하지도 않는 묘한 공존, 어떤 균형의 공간 속에 다양한 군상의 인간들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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