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자벌레여행기] 꿈틀상 - 단 한 사람을 위한 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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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자벌레여행기] 꿈틀상 - 단 한 사람을 위한 여행사
  • 김민수
  • 승인 2015.02.10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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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좋은 홍대 카페. 사진 / 김민수
분위기 좋은 홍대 카페. 사진 / 김민수

[트래블바이크뉴스] 제2회 자벌레여행기 꿈틀상 김민수 '258일, 6,192시간, 371,520분, 22,291,200초'

그녀와 맞는 첫 크리스마스까지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중 1/3도 안되겠지만…

난 그녀에게 있어 몹쓸 놈이다.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가 독립을 시작할 무렵 건넨 고백은 그녀에게 장거리 연애라는 짐을 안겨주었으니 말이다.

► 알콩달콩 겨울 여행 준비.

► 홍대의 라이브카페 언플러그드.

► 지하 라이브 카페의 공연.

게다가 그녀는 대학교 4학년 졸업반이었다. 반면 나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초년병이었고. 어디를 가든지 막내 생활을 벗어날 수 없었고 적응하는데 바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밖에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과 광주는 버스로 3시간 30분. 하지만 그 체감거리는 30시간 이상이었다.

그런데도 오히려 자기가 더 미안하다며 잘 해주려 하는 그녀.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그녀에게 함께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를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겨주고 싶었다.

24일도 변함없이 출근해야 했기에 멀리 가지는 못하고 서울과 그 근처에서 여행 코스를 짜야 했다. 멀리 떠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함께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그녀의 관심사에 맞춘 코스로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여행사가 되기로 했다.

온종일 시계만 쳐다보다가 7시가 되는 것과 동시에 사무실을 나와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홍대로 향했다. 성탄전야를 맞아 반짝이는 조명과 북적이는 사람들이 가득한 홍대에서 조금 떨어진 서교동 골목. 그곳에 있는 ‘언플러그드’라는 라이브 카페가 우리의 첫 목적지였다.

언플러그드는 카페와 동시에 지하에 공연장을 갖추고 있어 많은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마침 성탄전야에 ‘그 여자 작사 그 여자 작곡(그작그작)’이라는 그룹의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카페에서 나눠준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음식이라는 뱅쇼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다 보니 평화로워지는 느낌에 저절로 나른해졌다.

뱅쇼는 크리스마스에 먹는 프랑스의 감기약이라고 한다. 감기에 걸린 그녀에게 내 몫의 뱅쇼까지 챙겨주며 얼른 나으라고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뱅쇼는 감기약이기도 하지만 코냑이나 위스키가 들어간 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쩐지 술 냄새가 많이 난다 싶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감기가 잦아들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 겨울이 영글어 가는 파주출판단지.

► 지지향 숙소에 꽂혀있는 책.

► 지혜의 숲에 빠지다.

공연이 끝나고 카페를 나와 그녀를 위해 준비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은 파주의 지지향 게스트하우스와 지혜의 숲. 책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이보다 더 설레는 장소는 없을 거라 생각했고 예상과 같이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계획한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창밖으로는 특이한 외관을 자랑하는 출판사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고, 24시간 문을 연 지혜의 숲은 책 냄새로 가득한 곳이었다. 출판사와 사람들에게서 기부받은 책들이 6m 높이의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멋진 인테리어였다.

지지향에서 하루를 묵고 일어나 아침부터 총 3구역으로 나뉜 지혜의 숲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수많은 책에 둘러싸여 무엇을 읽을지 고민하다가 몇 권을 들고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책을 보다가 살짝 졸기도 하고. 크리스마스이긴 했지만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더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배꼽시계가 울릴 즈음 우리는 다시 서울로 향했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도심 한가운데서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의 ‘정동 전망대’로 향했다. 처음에는 “에이, 이런 곳에 전망대랑 카페가 있다고?” 하며 갸우뚱하던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에 내리자마자 창 밖 풍경을 보며 연신 감탄했다.

► 달콤하고 따뜻한  카페모카 두 잔.

► 시야가 탁 트이는 정동전망대.

우리는 카페모카 두 잔을 시키고 창가 자리를 꿰차고 앉아 바깥 풍경을 즐겼다. 덕수궁과 서울시청, 광화문이 내려다보이는 자리에서 여유를 누리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분위기가 달달해진 것이 카페모카 덕분인지 아니면 창밖 풍경에 취해서였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녀가 옆에 있어서였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여행을 마치고 다시 그녀를 떠나보낼 땐 어찌나 마음이 심란했는지 모른다. 매번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말로 다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그랬기에 더 애틋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서로 나눠 가진 선물 가방을 한 손에 들고 버스가 떠나기 전까지 한참을 서 있었다. 또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며.

여행 Tip.

파주 지혜의 숲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버스가 제일 편하다.

합정역에서 출발하는 2100, 2200번 버스를 타고 30여 분 정도 가다가 은석교 사거리에서 내리면 된다. 은석교 사거리에서 피노키오 박물관을 목적지로 삼고 찾아가면 걸어서 5~10분 이내에 도착한다.

심사평

꿈같았을 첫 크리스마스, 멀리서 와준 그녀와의 데이트, 그리고 또 다시 이별. 이 글은 이런 사랑의 즐거움과 애틋함을 듬뿍 담아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좋은 소재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홍대카페, 지지향, 지혜의 숲, 정동전망대 등 좋은 데이트 코스를 나열하는데 그치고 말았습니다. 연인만의 애틋한 러브스토리가 묻어있었다면 참 좋은 글이 될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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