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눈 속에 펼쳐진 3천개 돌탑길
상태바
[강릉] 눈 속에 펼쳐진 3천개 돌탑길
  • 박시인
  • 승인 2014.12.19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머니의 모성애가 가득한 강원도 정선의 노추산 모정탑길. 최근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사진/ 박시인 기자
어머니의 모성애가 가득한 강원도 정선의 노추산 모정탑길. 최근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사진/ 박시인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강릉] 박시인 기자  겨울의 강원도는 하얀 눈꽃이 내려앉은 설경을 감상하기 좋으며, 등산이나 트래킹을 위한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강릉에 위치한 노추산은 눈 덮인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웅장한 느낌의 소나무 숲, 그리고 3천여 개의 돌탑길에 하얀 발자국을 내며 걷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분주한 곳이다. 

원래 노추산은 산악인들이 주로 찾는 등산 코스로 잘 알려져 있지만,  '모정탑길'이라 불리는 돌탑길이 들어선 이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노추산을 걷는 길에는 우뚝 솟아 있는 붉은 빛깔의 소나무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노추산에서 학문을 닦았다는 율곡이이 선생의 구도장원비가 세워져 있다.

► 돌탑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다양한 크기의 돌탑들을 볼 수 있다.

'모정탑길'이 생겨난 것은 고 차옥순씨의 애틋한 이야기가 알려지면서부터다.

꽃다운 나이(23살)에 서울에서 강릉으로 시집을 온 고 차옥순씨는 자녀 4남매를 두었지만 아들 둘을 잃고, 남편은 정신 질환을 앓으면서 실의에 빠졌다고 한다.

그녀가 40대로 접어든 어느 날 갑자기 꿈에서 산신령이 나타나 계곡에 돌탑 3,000개를 쌓으면 가정에 평화가 온다는 말을 듣게 되고, 이후 율곡이이 선생의 정기가 살아 있는 노추산에서 26년간 돌탑을 쌓았다고 전해진다.

강릉시와 왕산면 대기리 마을 주민들은 2011년 차옥순씨가 숨을 거둘 당시 돌탑을 잘 보전해 달라는 유언에 따라 이곳을 '노추산 모정탑길'로 이름 짓고, 명소화 사업을 추진, 현재는 새로운 관광 명소로 발돋움했다.

특히, 11월이 되면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과 수험생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노추산으로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등산객들이 걸어가면서 생긴 발자국이 진하게 남아있다. 

고 차옥순씨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이 쌓아둔 작은 돌탑도 여럿 볼 수 있다. 돌탑 뒤에는 시원한 계곡이 보인다.

노추산 모정탑길은 사계절 언제든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지만 겨울에는 눈으로 덮인 설경 자체만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높게 우뚝 솟은 소나무와 함께 광활하게 펼쳐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노추산의 맑은 공기와 고요한 분위기 역시 힐링을 위한 트래킹을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가는 길에는 아기자기한 돌탑부터 제각각 다른 돌이 쌓이고 쌓여 큰 탑에 이르기까지 멋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작은 계단 위로 비석 하나가 세워져 있는데, 이것이 율곡 이이 선생의 구도장원비다.

이 비석은 조선 선조 때 율곡 선생이 노추산에서 학문을 닦으며 쓴 글을 새긴 돌이다. 전국 각지의 유생들이 비문을 보면 관운이 있다 하여 구름처럼 모여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좁은길과 계곡 사이에도 돌탑들이 세워져 있다.  

눈과 강풍에도 끄덕 없이 서있는 돌탑. 설경과 함께 멋진 그림을 만들어낸다. 

계곡을 따라 가는 길은 다소 좁고 구부러진 편이며, 길의 일부가 매끄럽게 정비되지 않은 곳도 있다. 울퉁불퉁하게 솟은 작은 돌이 곳곳에 박혀있으므로 눈이 쌓인 겨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계곡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좌우로 돌탑이 보이고, 길게 들어서 있다. 자그마치 돌탑 길이는 1km 정도다. 이 많은 돌을 무려 26년 동안 연약한 여자 혼자 옮겼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늘지고 한적한 돌탑길을 지나칠수록 저절로 숙연해지고 만다.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과 애틋한 사랑을 헤아리면 뭉클한 감정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고 차옥순씨뿐만 아니라 이 세상 어미니들 모두에게 자식은 희망이자 사랑이다. 

모정탑길로 가는 길에는 갖가지 작은 돌탑을 볼 수 있는데, 등산객들이 이곳에 와서 쌓은 돌이다. 가족을 생각하는 숭고한 마음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