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산악인들의 구조견 ‘세인트 버나드’
상태바
길 잃은 산악인들의 구조견 ‘세인트 버나드’
  • 박시인
  • 승인 2014.12.03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위스 알프스의 명물 세인트 버나드 견은 과거 산악인들의 목숨을 살린 구조견으로 활약했다. 사진 제공/ 스위스 관광청
스위스 알프스의 명물 세인트 버나드 견은 과거 산악인들의 목숨을 살린 구조견으로 활약했다. 사진 제공/ 스위스 관광청

[트래블바이크뉴스] 박시인 기자  세인트 버나드(Saint Bernard) 견은 스위스의 특별한 상징이다. 이 크고 온화한 성격의 개가 알프스에서 길 잃은 산악인들의 목숨을 살렸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세인트 버나드 견의 목에는 자그마한 통을 달고 있는데 술을 담아가지고 다닌 적은 한 번도 없다. 목 아래 돌돌 말아 고정시켜 두었던 담요를 예술가들이 술통으로 바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개들은 구조원들이 개가 짖는 소리를 듣고 찾아올 때까지 길을 잃은 여행자들과 끝까지 남아 있도록 훈련 받았다.

특히, 힘이 매우 좋아 2-3m 깊이의 눈도 쉽게 헤치고 올라가 길을 내주며 후각도 예민해 눈 속에 빠진 사람을 잘 찾아낸다. 두터운 털은 조난자의 체온을 유지해주는 효과도 갖고 있어 알프스의 명물로 떠올랐다.   

산악인의 짐을 나르다가 알프스 구조견으로

세인트 버나드 견은 헬리콥터나 눈사태 조사에 구조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현재는 관광용이나 애완견으로 키워지고 있다. 이 독특한 스위스 품종의 개를 위해서 세운 배리 재단(Barry Foundation)은 세인트 버나드 견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중세 시대 아우구스티노 수도승에 의해 설립된 피신처인 호스피스(Hospice)에 있는 유리로 된 개집에서 6월부터 9월까지 이들을 볼 수 있으며, 현재 대부분은 마티니(Martigny)에서 연중 만나볼 수 있다.

현재는 애완견이나 반려견으로 키워지고 있는 세인트 버나드 견. 사진 제공/ 스위스 관광청

세인트 버나드 견은 처음에는 산악인들의 짐을 나르기 위해서 동행했지만, 이후에는 산사태나 눈사태시 구조견으로 수도승들에 의해 고산지대 패스에서 사육돼 왔다.

현재 알프스 여행자들을 위한 호스텔격인 호스피스에는 아주 작은 박물관이 하나 있는데, 이곳의 전시품에서는 세인트 버나드 견이 얼마나 용감했으며 위험천만한 길을 택했는지 그 아슬아슬한 여정을 찾아볼 수 있다.

시저는 기원전 57년에 “알프스를 지나는 상인들이 안전하기를 바란다. 그들은 위험을 각오하고 무척이나 비싼 통행료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1800년 5월 보나파르트는 그의 황금부대와 6천필의 말, 60대의 대포, 30대의 차량, 상태가 좋지 않은 신발을 신은 군대를 이끌고 이탈리아에 거주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인들을 공격하기 위해 눈 덮인 알프스를 건넜다.

9일 동안 푸른 제복의 군대가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졌지만, 몇 조각의 비스킷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만 소지한 채 행군 명령을 받고 아침 일찍 출발한 그들은 10시간의 등반 이후에 지칠대로 지치고 배가 곯을 대로 곯아 호스피스에 도착하게 됐다.

수도원에서 이탈리아 측으로 본 호수 경관. 호수의 끝 부분에 있는 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알프스 여행자들을 위한 호스텔로 사용되고 있는 호스피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마지막 낙오자가 도착할 때 즈음 호스피스의 창고 관리인은 자그마치 16,237병의 와인과 1,211kg의 치즈를 내온다. 보나파르트는 이에 대한 보상을 반드시 하리라 약속을 한다. 호스피스가 제공한 물량은 자그마치 4만 프랑에 달했다,

호스피스는 수년이 지난 후에서야 그 액수의 반만 회수하게 된다. 세인트 버나드 고갯길을 넘는데 성공한 그는 마렌고(Marengo)에서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나폴레옹으로 거듭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구조견 보고 싶다면 세인트 버나드 고개로

세인트 버나드 견을 보기 위해서는 스위스의 세인트 버나드 고개를 가야 한다. 마티니부터 시작되는 구불구불한 고갯길은 과수원과 가파른 포도밭, 성당을 에워싸고 있는 돌로 지어진 가옥들, 좁은 계곡, 소나무 숲과 들판을 지나며 그 길을 이어 나간다.

이 급커브로 가득한 산길을 피해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로 곧장 이어지는 6km에 달하는 터널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지 모른다. 유럽에서 가장 높지만 알프스를 남북으로 관통하며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이어주는 가장 지름길인 황폐한 산길을 올라야만 한다.

국경 지역에서 바라본 세인트 버나드 경관. 오른쪽에는 호수, 뒷 쪽으로 호스피스가 보인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수 세기 동안 여행자들 대부분은 세인트 버나드 고개를 두려워했다. 좁은 고갯길에 대한 공포에도 불구하고 세인트 버나드 고갯길 순례는 계속되고 있으며, 주변 마을의 환대에도 변함이 없다.

1905년에 차량용 도로가 만들어졌으며, 1964년 터널이 뚫린 이후,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세인트 버나드 호스피스와 심플론(Simplon) 호스피스, 그리고 다른 게스트 하우스까지 손님을 받으면서 스위스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