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한옥마을] 시간 속 풍경을 걷다 ‘북촌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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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 시간 속 풍경을 걷다 ‘북촌 산책’
  • 김대성
  • 승인 2014.08.21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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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북촌의 고즈넉한 골목길, 우산 속 연인들의 발걸음이 한결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사진 / 김대성 기자
비오는 날 북촌의 고즈넉한 골목길, 우산 속 연인들의 발걸음이 한결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사진 / 김대성 기자

비 오는 휴일 북촌을 찾았다. 안국역 3번 출구 앞, 몇 무리의 관광객이 머뭇머뭇하더니 하나둘 빗속으로 뛰어든다. 그렇게 그들은 북촌 산책길에 오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며 발길을 돌릴 만도 하건만 북촌을 찾은 이들은 그 자체로 여행을 즐기는 모습이다.

흘러간 시간이 고스란히 풍경이 되는 곳, 북촌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북촌은 권문세가와 왕족이 살던 마을이다. 가난한 선비들이 모여 살던 남산이 남촌이라면 세도가들이 살던 이곳이 북촌이다. 지체 높은 양반들이 터를 이룬 곳이라지만 저택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골목골목 빼곡하게 들어선 지금의 한옥은 1920년대 이후 변화된 모습으로 대체로 집의 규모가 작다.

► 북촌문화센터는 조선 말기 북촌의 전형적인 양반집을 복원한 한옥으로 단아한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북촌문회센터를 나와 북촌길 언덕을 오르면 돌담 너머로 보이는 창덕궁의 전경이 북촌 1경이다.

► 북촌문화센터에는 북촌의 역사와 가치를 홍보하는 홍보전시관이 있으며, 한옥의 정취를 즐기며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현재 북촌에 있는 1000여 채의 한옥은, 조선 후기에 지은 전통 가옥과 현대식으로 개량한 한옥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7~8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가게도 함께 뒤섞여 시대를 넘나드는 기분이 든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느긋하게 시간 여행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 바로 북촌이다.

북촌을 찾아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문화센터다. 이곳은 조선 말기 북촌의 전형적인 양반집을 복원한 한옥으로, 북촌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행랑채를 홍보전시관으로 꾸며 북촌의 역사와 가치를 알리고 있다. 오는 8월 28~31일까지는 ‘가을향기 그윽한 북촌’이라는 주제로 추석맞이 행사를 개최한다.

문화센터를 나서 창덕궁 방면으로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북촌1경을 만난다. 바로 돌담 너머로 보이는 창덕궁의 전경이다. 담장 밖에서 창덕궁을 바라보고 있자니, 궁궐 안 이야기를 궁금해하던 옛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북촌 전통문화 체험, 가회동 골목길 그리고 돌계단까지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풍경이 북촌2경이다. 골목 끝에 다다르면 왕실의 일을 돌보던 사람들의 흔적과 빨래터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 선생이 직접 설계하고 41년간 거주하던 가옥도 복원되어 있다. 긴 복도와 유리문, 툇마루와 대청의 실내 공간 등 근대 초기 한국 주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 고희동 가옥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 선생이 1918년 직접 설계해 지은 집을 복원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한옥살림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북촌 어디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돌담에는 낭만이 가득한 저마다의 사연이 녹아있다.

► 하나의 암반을 통째로 조각해 만든 돌계단길은 골목의 정경 세월의 자취를 함께 느낄 수 있어 북촌8경으로 꼽힌다.

► 한옥이 모여 만들어 내는 골목 풍경은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경관으로서 가치를 가진다.

그뿐만 아니라, 북촌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북촌3경과 기와지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북촌4경, 가회동 골목길 북촌 5경과 6경, 소박한 골목 북촌7경 그리고 커다란 암반을 통째로 조각해 만든 돌계단 북촌8경까지 저마다의 정취를 드러내며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로처럼 얽혀있는 골목골목마다 세월이 만들어낸 향기로 가득하다. 하나의 길이 두 개의 골목으로 나뉘고,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북촌. 시간의 발자취를 좇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다 보면 골목 여행의 참맛을 알게 된다.

창원에서 여행을 온 김성화(24) 씨는 “전주한옥마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골목을 찾아다니는 것이 재미있고, 차분하게 혼자 거닐기에도 좋은 것 같아 다음에 한 번 더 오고 싶다”고 말한다. 김성화 씨는 2박 3일간의 여행 일정 중 마지막으로 북촌한옥마을을 찾았다.

골목여행은 여럿이 다니는 것보다는 혼자나 둘이 훨씬 좋다. 그래서인지 북촌에서는 혼자 혹은 단둘이 여행 온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낭만이 가득한 돌담길을 따라 다정하게 걷는 연인들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보일 듯 말 듯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살갑게 어깨를 맞댄 부드러운 처마가 한옥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북촌을 거닐며 흐르는 시간 속 풍경을 마음속 깊이 담아두자. 소리 없이 흘러간 하루의 시간이 역사가 되고 풍경이 되는 곳이니까 말이다.

► 계동길에는 오래된 목욕탕과 이발소, 상점, 공방 등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다.

► 가회동 골목길에 올라서면 한옥 처마 사이로 서울의 전경을 볼 수 있다. 북촌6경으로 꼽혀 사람들이 오래 머무는 곳이다.

► 한 외국인이 북촌 문화센터의 사랑방을 들여다보고 있다.

북촌 한옥 마을 산책 tip

안국역 3번 출구를 나서서 좌측 계동길로 접어든다. 200m 정도 가면 좌측에 북촌 문화센터가 있다. 문화센터에 잠시 들러 홍보전시관을 먼저 보는 것도 좋다. 문화센터 앞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낮은 언덕을 따라 오르면 창덕궁 전경이 보이는 북촌 1경이다.

관광안내소에 먼저 들르고 싶다면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된다. 재동초등학교 앞 관광안내소에서 지도 한 장 받아들고 북촌 산책을 시작하면 된다. 

북촌을 여행하며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사생활 침해와 소음이다. 이곳은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생활공간으로 그들에 대한 예의와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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