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131년의 발자취를 더듬다 ‘인천 개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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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131년의 발자취를 더듬다 ‘인천 개항장’
  • 김대성
  • 승인 2014.08.18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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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옛 영사관이었던 중구청 앞에는 옛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건물을 정비해 놓았다. 사진 / 김대성 기자
일본 옛 영사관이었던 중구청 앞에는 옛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건물을 정비해 놓았다. 사진 / 김대성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인천] 김대성 기자  인천은 1883년 개항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세계 각국의 문물이 밀려들면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국제도시로 변화한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르네상스식 구조물과 프랑스풍 건축물 등이 개항의 역사와 격동의 세월을 증명하고 있다. 근대 문화가 오롯이 숨 쉬고 있는 개항장으로 떠나보자. 

평범함 속에 역사의 흔적이 담겨 있는 ‘개항장’

개항장이란 항구 주변의 일정한 장소를 말한다. 특정한 지역을 개방해 외국인의 왕래와 무역을 자유롭게 허용한 구역이다. 인천 역시 제물포항(현 인천항)의 개항과 더불어 현재의 중구청 일대에 개항장이 형성되게 된다.

개항장 탐방은 인천역에서부터 시작하면 좋다. 한국철도의 탄생역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곳은 1899년 개통된 경인철도(노량진-인천역)의 출발지다. 철도의 개통은 걸어서 12시간 걸리던 서울과 인천을 1시간 30분으로 줄이면서 일일 생활권이라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아담하고 소박한 역사 풍경이 마치 시간 여행의 관문처럼 느껴진다.

► 1899년 개통된 경인선은 한국 최초의 철도다. 경인선의 종착역인 인천역의 아담하고 소박한 역사 풍경이 정겹게 느껴진다. 

► 패루는 웨이하이시가 기증한 차이나타운의 대표 상징물이다. 중국의 전통대문인 패루는 차이나타운에 3개가 설치되어 있다.

► 일본영사관의 금고 역할을 했던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은 2010년 개항박물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1883년부터 1910년 까지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 사진 1. 일본 제1은행이었던 개항박물관에서는 개항기의 인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2. 개항박물관 제2전시실에는 한국 최초의 경인선 기차 모형과 경인철도 관련유물,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3. 개항박물관 주전시실에는일본에서 만들어 보급한 1912년식 우체통이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건너편의 패루다. 패루는 중국 전통대문으로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입구에 세워진다. 패루를 지나면 한국 속의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차이나타운으로, 개항 이후 중국인들이 모여 살면서 중국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된 곳이다. 진하게 전해지는 자장 볶는 냄새가 우리나라 최초의 자장면 발상지임을 실감케 한다. 

개항장에서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 바로 일본 은행 거리다. 옛 일본영사관으로 쓰였던 중구청 아래쪽에 일본 제1은행, 일본 제18은행, 일본 제58은행 등이 자리한다. 근대 건축물 형태 그대로 남아있으며, 현재 박물관과 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영사관의 금고 역할을 했던 일본 제1은행은 2010년부터 개항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다. 인천항을 통해 처음 소개된 근대문물을 관련 자료와 함께 전시하고 있으며, 경인철도와 한국철도의 역사, 개항기의 인천풍경 등을 볼 수 있다. 은행의 금고로 사용되던 방을 활용한 전시실에서는 개항기의 금융기관과 전환국 자료, 동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개항박물관 옆에 있는 일본 제18은행도 놓치지 말자. 현존하는 근대건축물과 소실된 건축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한 근대건축전시관이다. 단층으로 지은 건물 안에는 인천의 근대 건축문화를 작은 모형과 영상자료를 통해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사교클럽에서 교육청까지 기구한 운명의 ‘제물포구락부’

일본을 시작으로 청나라, 미국, 영국 등 여러 나라와 통상 조약을 맺으면서 근대문물이 대거 유입된 역사의 현장이 바로 개항장이다. 이곳에 영국영사관, 청국영사관 러시아영사관 등 각국 영사관이 들어서면서 다양한 국적의 상인들과 무역상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 시대에 따라 그 쓰임새가 계속 달라져 왔던 제물포구락부는 현재 문화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 제물포구락부는 외국인의 사교 클럽으로, 조계지의 당사자들이 각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조정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 일본 제18은행은 현재 근대건축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개항 이후의 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 일본 제18은행이었던 근대건축전시관에는 근대 건축문화를 작은 모형과 영상자료를 통해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개항장에는 일본조계, 청국조계 등 각국의 조계가 생겨났다. 조계지는 해당 외국인의 전용 거주 지역을 뜻한다. 그곳의 행정권마저도 그들에게 위임하는 제도로 외국인이 자유롭게 활동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자유공원 아래 위치한 제물포구락부는 조계지의 당사자들이 각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조정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러시아 건축가에 의해 건립되고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등 외국인의 사교 클럽으로 사용된 곳이다. 개항 당시 인천에 발을 내딛고 조계지에서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렸던 제국주의 열강들은 이곳에 모여 서로의 이견을 조율하고 친목을 다졌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개항장 일대의 조계를 모두 없애면서 회원국들은 모두 본국으로 돌아간다. 그 후 이곳은 일본인들의 사교클럽, 일본부인회, 미군 장교클럽, 북한군 대대본부, 인천시의회, 교육청 등 시대에 따라 그 쓰임새가 계속 달라져 왔다. 현재는 옛 모습을 재현한 문화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근대 공원인 각국공원에는 맥아더장군 동상이 서있다. 각국공동조계내에 위치했기 때문에 각국공원이라 불렸으나 1957년 자유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 이국적이고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답동성당은 1897년 건립된 고딕양식의 성당이다.

► 일본인의 우편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1923년 지은 근대식 건물이다. 현재 인천중동우체국으로 사용되고 있다.

► 홍예문은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조계지를 넓히기 위해 언덕을 뚫고 길을 내면서 세운 곳이다. 이곳을 지날 때 뒤를 돌아보면 귀신과 눈이 마주친다거나, 또 말을 하면  말한 사람과 헤어진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제물포구락부의 처음 명칭은 제물포클럽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조계 제도를 폐지한 후 클럽을 일본식 발음인 구락부로 부르게 된 것이다. 제물포구락부에 들러 잠시 땀을 식히다 보면, 긴 세월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구락부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개항장에는 1897년 건립된 고딕양식의 답동성당, 무지개처럼 생긴 문이라는 뜻의 홍예문,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근대공원인 자유공원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각처에 산재해 있다. 그저 지도 한 장 챙겨 들고 곳곳에 숨겨진 근대문화유산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범한 삶 속에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 인천 개항장. 화려함보다는 그 속에 담긴 진한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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