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실레마을로 떠나는 김유정 문학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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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실레마을로 떠나는 김유정 문학기행
  • 김대성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14.07.2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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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레마을에는 그의 삶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김유정문학촌’이 세워져 있다. 사진 / 김대성 여행칼럼니스트
실레마을에는 그의 삶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김유정문학촌’이 세워져 있다. 사진 / 김대성 여행칼럼니스트

낭만을 싣고 달리던 경춘선은 어느 틈에 세련된 전철로 바뀌었다. 덜컹거리며 찬바람이 스며들던 기차는 이제 추억이 깃든 사진 속 이야기일 뿐이다. 강변을 따라 추억 속을 달리던 전철은 춘천 시내로 들어가기 전 김유정역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역을 나와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덧 소설 속 무대 위로 오르게 된다. 

순탄치 않은 삶을 살다간 천재 작가 김유정

새벽 6시 30분, 고요한 어둠을 밀어내며 희미하게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며 밤을 버텨온 그는 창틈으로 새어드는 빛을 따라 눈을 떴다. 길게 숨을 몰아쉬고는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 2010년 12월, 수도권 전철 경춘선이 개통되면서 새로운 역사로 이전했다.

► 문학촌 내에 연못과 정자가 있어 조용히 사색을 즐기기에 좋다.

► 사진 1.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차분히 책을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진 2. 기념전시관에서는 김유정의 작품집과 작품이 발표된 잡지 등을 볼 수 있다. 사진 3. 기념전시관에는 김유정의 생애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홍보영상물과 사진 등으로 꾸며 놓았다. 사진 4. 실레이야기길은 열여섯마당으로 이어지며 코스별로 30분~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1937년 3월 29일, 그는 그렇게 떠나갔다.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로 급하게 떠나버린 그는 바로 소설가 김유정이다. 김유정은 짧은 문단 활동에도 불구하고 소설 30편을 비롯해 수필, 편지 등 5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1930년대 암울한 시대의 사회 문제들을 자신만의 해학적 방법으로 그려낸 작가다. 등장인물의 옳고 그름보다는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글로 표현하며, 그 이면에 근심과 걱정을 담고 있는 것이 김유정 소설의 특징이다.

1908년 1월,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에서 태어난 김유정. 부호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7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2년 후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나며 그의 삶에 어둠이 드리운다. 생활고와 늑막염으로 고생하던 그는 갈수록 허약해져 치질과 폐병까지 얻게 된다. 하지만 병약한 몸을 벽에 기대고 앉아 필사적으로 소설에 매진한다. 그에겐 글을 쓰는 것이 암울한 운명을 떨쳐버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친구 안회남에게 쓴 편지에서도 그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3월 18일 친구에게 쓴 편지가 그의 마지막 글이 되고 만다. 쓸쓸하고 짧았던 그의 삶은 그렇게 끝을 맺는다.

김유정 소설의 무대이자 고향인 '실레마을'

실레마을 앞을 지나는 경춘선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인 1939년 개통되었다. 고향 앞길에 철도가 놓이면 가장 좋아했을 사람 중 한사람이었을 터라 괜스레 아쉬운 생각이 든다. 개통 후 65년 동안 ‘신남역’ 으로 불리어오다 2004년 12월 ‘김유정역’으로 변경되었다. 우리나라 철도 역사상 최초로 사람 이름을 사용한 역이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그의 문학적 업적을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 실레마을에는 그의 삶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김유정문학촌’이 세워져 있다.

► 문학촌 입구에 들어서면 소설 ‘동백꽃’ 속 점순이가 닭싸움을 시키는 모양의 동상이 있다.

► 장독대앞에는 소설 '봄봄'에서 주인공과 장인이 점순이의 키를 재는 조형물이 있다.

현재 실레마을에는 그의 삶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김유정문학촌’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마을 전체를 두고 김유정문학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쓴 30편의 소설 가운데 「봄봄」, 「산골나그네」, 「동백꽃」, 「만무방」, 「소낙비」 등 12편의 작품이 실레마을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삶과 한을 그려낸 그의 작품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김유정문학촌 내에는 그의 일생을 되짚어볼 수 있는 기념전시관과 생가가 복원되어 있으며, 문학촌을 중심으로 마을길 따라 ‘실레이야기길’이 조성되어 있다. 소설 속 실제 지명을 돌아볼 수 있는 ‘실레이야기길’은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맹꽁이 우는 덕만이길> <춘호처가 맨발로 더덕캐던 비탈길> <김유정이 코다리찌개 먹던 주막길> 등 열여섯 마당으로 이어지며 코스별로 30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봉필영감의 집터를 지나다 보면, 점순이와 성례를 안 시켜주고 일만 부려 먹는 데 불만을 느낀 ‘나’가 장인과 드잡이하며 싸우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소설에는 나오지 않지만 ‘나’와 점순이는 훗날 성례를 올리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그들의 자녀가 현재 춘천 시내에 살고 있다고 하니 소설이 현실이 되어 다가오는 기분이다.

마을 동쪽 금병산(해발652m)자락에는 <봄봄길> <동백꽃길> <만무방길> 등 소설 제목으로 이름 붙여진 등산로가 산을 찾는 이들을 소설 속으로 이끈다. 시골 정취와 문학의 향기에 젖어 실레마을을 거닐다 보면 스물아홉 김유정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김유정의 삶과 문학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동백꽃’이 아닐까 싶다. 1930년대 삶의 아픔을 그만의 독특한 향기로 표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알싸한 ‘동백꽃’ 향기가 실레마을 가득 퍼져갈 즈음 다시 한 번 찾아도 좋을 듯하다.

♦  김유정기념사업회와 강원도민일보사가 김유정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4 김유정 신인 문학상’ 작품을 공모한다. 공모작은 소설·시·동화 부문이며, 접수기간은 8월 4일~29일 까지다. 당선자에게는 300만 원~1,000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김유정문학촌 www.kimyoujeong.org)

► 'ㅁ'자 구조의 생가 모습.

♦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은 남쪽 해안에 피는 붉은 동백꽃이 아니라 생강나무 꽃이다. 강원에서는 생강나무 꽃을 동백꽃 혹은 산동백이라고 불러왔다. 「정선아리랑」의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 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의 올동박이도 바로 생강나무를 뜻한다. 김유정은 소설에서, 붉은 동백꽃과 구별이라도 하려는 듯 ‘노란 동백꽃’이라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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