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할배 이바구에 푹 빠지다
상태바
부산 할배 이바구에 푹 빠지다
  • 조용식
  • 승인 2014.07.18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민부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 시내의 전경. 멀리 부산역과 부산항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김민부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 시내의 전경. 멀리 부산역과 부산항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부산 토박이인 할배, 할매가 들려주는 '초량이바구길' 골목투어는 서민들의 애환이 구석구석 녹아들어 더욱 정감이 가는 곳이다. '이바구'란 사투리로 표준말로는 '이야기'란 뜻이다. 할배, 할매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초량이바구길' 골목투어를 떠나보자.

이바구길 코스는 부산역 건너편에 있는 옛 백제병원에서 남선창고 터, 초량교회를 지나 168계단, 김민부 전망대, 당산, 이바구 공작소, 장기려 박사 기념 더 나눔, 유치환의 우체통, 까꼬막으로 이어진다. 이 코스는 반대로 돌아볼 수도 있다.

이바구길 골목투어, "볼거리 많고 재미난 이야기 덕에 학생들 만족도 높아"

지난 6월 이바구길 골목투어를 다녀온 한 덕원중학교 백승철 교사는 참여 후기를 통해 "요즘 아이들 특성상 걷는 것을 싫어하고 쉽게 지루해지기 때문에 투어에 참가하면서도 걱정이 많았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볼거리들이 너무 많았고, 거기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을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너무나 잘 해주셔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 동백꽃을 단 모자를 쓴 부산 토박이 할배 해설사가 이바구길 전망대에서 부산 지명에 대한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 1.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당산은 마을의 풍요와 평안 등을 기원하는 지역 공동체적 의례가 열리는 곳이다. 사진 2. '게스트하우스'인 이바구 충전소에서는 부산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3. 김민부 전망대는 부산 시내를 내려다보는 즐거움과 함께 착한 가격의 음료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 4. 김민부 시인이 작사한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노랫말이 담벼락에 전시되어 있다.

이바구 공작소에서 시작된 골목투어는 동백꽃 모자를 쓴 할배 해설사가 구수한 사투리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바구 전망대에서 보니 부산역과 부산항이 보인다. 할배 해설사는 부산역과 부산항이 내려다보이는 부산 동구가 '부산의 종가'라고 강조한다.

"1402년 태종실록에 의하면 그 당시 부산은 부자 부(富)를 사용했다. 산 좋고 물이 좋아 모든 것이 풍부하니 부자라 부(富)를 썼었다. 1470년 성종실록에는 산 모양이 시루같이 생겼다고 해서 가마 부(釜)를 사용했다. 그런데 역전화재, 국제시장 화재 등 큰 화재들이 일어나자 용두산 공원 뒤에 화재를 예방하는 비석을 세우고 나서 대형화재가 적어졌다."

사명대사와 관련된 이야기도 새롭다. 이바구 공작소에서 위로 올라가면 금수사라는 절이 있다. 사명대사가 일본과의 강화교섭을 위해 부산을 거쳐 일본을 가야 했다. 그 당시 사명대사가 절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하며 목이 말라 물 한 사발을 마셨다. 물을 마신 후 "물맛이 금(금물)보다 좋다"고 해서 금수사로 이름이 지어졌다는 설도 할배 해설사에게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1년에 두 번 당산제가 열리는 당산이 있다. 이곳은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신(당산 할아버지와 당산 할머니)에게 마을의 풍요와 평안 등을 기원하는 지역 공동체적 의례가 열리는 곳이다.

할배제당과 할매제당이 위, 아래로 있는데, 할배제당에는 산신도가 할매제당에는 할매도를 모시고 있다. 당산제가 거행되지 않는 날에는 무당들이 찾아와 제사를 올리거나 자녀의 진학을 기원하는 등 축원을 부탁하는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이바구 충전소가 있는데, 이곳은 잠을 잘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이다. 가격은 1인 15,000원이며, 1층 온돌방은 40,000원, 2층 작은방은 30,000원 2층 큰 방은 60,000원이다. 예약문의는 051-467-7887.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 저절로 나오는 노랫말

부산 시내의 전경을 한 폭에 담을 수 있는 김민부 전망대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과 목을 축일 수 있는 음료수도 판매한다. 음료 가격은 커피 종류는 1,000원이며, 아이스 커피를 주문할 경우 500원을 추가로 받는다.

► '168 계단'은 아주 오래전 이곳 주민들이 물 양동이를 지고 오르내렸던 곳으로 서민들의 애환이 그대로 투영된 곳이다.

► 담벼락에는 초량이바구길 안내도가 잘 표시되어 있으며, 담장갤러리, 동구 출신 인물인 나훈아, 이경규, 박칼린 등의 사진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김민부 전망대는 '기다리는 마음', '석류' 등을 발표한 김민부 시인을 기리며 곳이다. 이곳을 찾는 나이 지긋한 여행자들은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라며 김민부 시인이 작사한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흥얼거리기도 한다. 그 옆 담벼락에서 김민부 시인의 대표작인 '기다리는 마음', '석류'를 만나 볼 수 있다.

김민부 전망대에서 나와 뒤편을 바라다보면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168 계단'으로 불리는 이 계단을 이용해 물 지게를 지고 올라다녔다고 한다. 168 계단을 물지게나 물 양동이를 이고 올라다녔을 그 당시를 생각하니 머리에 식은땀이 절로 흘러내린다. 부산시는 '168 계단' 옆으로 3m를 넓혀서 모노레일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골목 입구에는 추억을 담은 '168 도시락국'을 판매하는 식당이 있다. 메뉴는 사락국밥(3,500원), 추억의 도시락(3,500원), 소고기 국밥(4,500원)이며, 수익금은 전액 마을 어르신들에게 배분된다고 한다.

동구의 산북도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담장 갤러리, 동구 출신 인물인 나훈아, 이경규, 박칼린 등 유명인사와 동구의 미래상을 볼 수 있는 담장 덕분에 골목길도 여유 있게 지나갈 수 있다. 담장 바로 앞에는 초량교회가 보이고, 조금 더 내려가면 구 백제병원과 남선 창고터를 만나볼 수 있다.

부산 최초의 근대식 건물 '백제병원'의 기구한 운명을 듣다

구 백제병원은 1922년 한국인이 설립한 서양식 5층 건물로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이다. 그러다 10년 후에 병원문을 닫고 봉래각이란 중국 요릿집에서 일본 아까즈끼 부대의 장교 숙소를 거쳐 해방 뒤에는 치안대 사무소, 중화민국 영사관으로 주인이 바뀌는 기구한 운명을 맞이한 건물이다. 그 후로도 1953년 신세계 예식장으로 운영되다 1972년 화재로 건물 내 일부가 소실되었다.

► 부산 최초의 근대식 건물인 백제병원은 역사의 아픔이 그대로 묻어나는 곳이다.

► 사진 1. 168 도시락국집. 이곳은 추억의 도시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사진 2. 부산지역 최초의 대한 예수교 장로회 합동소속 교회로 1893년에 설립됐다. 이 교회는 항일민족독립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사진 3. 부산 최고의 해산물 보관창고였던 남선창고의 터. 지금은 다 소실되고 붉은 적벽돌 담장만 남아있다. 사진 4. 부산역 건너편에 세워져 있는 초량이바구길 안내도.

그 뒤편으로는 남선창고 터가 있다. 이곳은 1910년 부산 상인 정치국이 중심이 되어 해산물 보관창고를 세운 곳이다. 약 1천 평의 대지에 붉은 벽돌로 벽을 두르고 나무를 사용해서 서까래와 기둥을 세운 부산 최초의 창고였다. 함경도의 특산물인 명태를 비롯한 해산물을 보관하였다가 전국 각지로 보급했던 이곳은 서울가는 화물이 부산을 경유할 필요가 없게 되자 변하기 시작한다.

명태를 시작으로 화공약품, 합판, 신발, 러시아 상인의 짐 등 부산 경제의 흐름을 묵묵히 껴안고 있는 공간으로 사용되었다기 지난 2009년 4월 완전히 철거되어 현재는 붉은 적벽돌로 쌓은 담장에 행사 플래카드가 걸려있을 뿐이다. 백제병원을 지나 큰 도로로 나오면 초량이바구길 안내도가 나오고 길 건너편으로 부산역이 보인다. 따라서 초량이바구길 골목투어는 부산에 도착 후 첫 번째 코스로 잡는 것이 좋다.

만약 부산역을 이용해 돌아갈 경우에는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잡는 것도 좋다. 하지만 열차 시간이 빠듯할 경우 기자처럼 일부 코스(장기려 박사 기념 더 나눔, 유치환의 우체통, 까꼬막)를 생략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바구길 골목투어는 90일 전부터 2일 전까지 부산관광공사(www.bto.or.kr) 홈페이지에서 예약 신청이 가능하며, 토, 일에는 정기 투어가 있다. 단체 10인 이상이 신청할 경우에는 연중 가능하다. 투어시간은 2~3시간 정도 걸린다. 

이 밖에도 원도심 근대역사 골목투어 코스로는 '영도다리를 건너다', '용두산을 올라 부산포를 보다', '국제시장을 기웃거리다' 등이 있다. 그래서 부산의 골목투어는 자신의 관심과 스타일에 맞는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 즐거운 곳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