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어둠, 무더위에서 일궈낸 값진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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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어둠, 무더위에서 일궈낸 값진 우승
  • 조용식
  • 승인 2014.04.15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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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괌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여자부 풀코스 우승을 차지한 윤은희 선수가 골인 지점을 들어서고 있다. 이하 사진제공 / 괌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2014 괌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여자부 풀코스 우승을 차지한 윤은희 선수가 골인 지점을 들어서고 있다. 이하 사진제공 / 괌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새벽 3시, 20도 후반의 무더운 날씨 속에서 3천여 명의 선수들이 몸을 푸는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들은 괌의 더운 기후로 인해 새벽에 출발하는 2014 괌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선수들이다. 그 중에 노란 유니폼을 입은 여성 선수가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이번 대회에서 여자부 풀코스 우승을 차지한 윤은희 선수이다.

"어둠이 깔린 조용한 길가를 달리니 더욱 집중이 되었어요. 바다에 달이 비쳐서 걸려있는 풍경과 별자리가 이동하는 모습은 괌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만 볼 수 있어 좋은 추억거리죠."

새벽 2시부터 가볍게 몸을 풀며 20여 분간 조깅을 통해 땀을 흘린 다음 배번 4번을 단 경기복으로 갈아입은 윤은희 선수. 숙소에서 출발점까지는 5분 거리. 가볍게 조깅을 하며 마라톤 출발선에 섰다.

► 2014 괌 국제 마라톤 대회는 무더운 관계로 새벽 3시에 출발을 한다. 선수들은 어둠과 더위의 이중고 속에서 마라톤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평소 기록보다 20~30분 뒤쳐진 기록을 보이고 있다.

출발 신호와 함께 달려나가는 선수들. 그리고 앞서 가는 선두 주자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선두 그룹에 합류하지 않았다.

선두 그룹은 참가 인원이 많았던 일본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빠른 페이스로 나가는 일본 선수들은 30km부터 서서히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중앙서울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아일랜드 출신의 노라 뉴컴이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앞 선수와의 거리는 이미 크게 벌어져 있어 못 잡을 것 같았다. 다리가 힘겨워하고 있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너무 힘들어 고개를 떨구며 달리는 윤 선수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너무 힘들어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데 오픈케어 로고가 눈에 들어 왔어요. '이 옷을 입고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하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는거예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드는데 멀리 매니저의 모습이 보였어요. 매니저의 눈 역시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있는 것이 보였어요."

윤 선수는 매니저와 눈빛을 교환하면서 매니저의 간절한 응원이 마음으로 전해졌다. 좀 전까지만 해도 노라 선수를 따라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힘이 나서 죽을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 '긍정의 여신'으로 불리는 오픈케어의 윤은희 선수가 여자부 우승 메달과 함께 상금을 받으며 즐거워 하고 있다.

결승선 2.5km 구간에서 온 힘을 다해 달리던 윤은희 선수는 마지막 업힐 구간에서 노라 선수를 제치고 역전을 했다. 양손의 검지 손가락을 치겨들며 골인을 하는 순간 이전의 지친 모습이 사라지고 우승을 만끽하는 환희의 표정이 살아났다.

완주 기록 시간은 3시간 4분 44초.

괌 국제 마라톤 대회는 자신의 기록보다 20~30분 늦은 기록이 나온다. 그 이유는 20도 후반의 온도와 평평하지 않은 길 때문이다. 윤 선수가 역전을 시킬 수 있었던 것도 업힐 구간이었던 것처럼, 선수들이나 동호인들에게 있어서 업힐 구간은 기록을 늦추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에 참가한 모든 선수은 땀에 흠뻑 젖어 들어온다. 그럼에도 완주의 기쁨을 누리는 표정은 모두 밝고 유쾌해 보인다.

"구간 구간 열심히 응원해 주는 괌 주민들이 무척 힘이 됐어요. 그리고 함께 출전한 오픈케어 가족들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답니다."

30명의 오픈케어 회원과 함께 괌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윤은희 선수.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거머쥔 그녀는 오늘도 긍정의 미소를 하며 오픈케어 회원들과 함께 잠실 종합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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