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혁의 여유작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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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혁의 여유작작
  • 차영혁
  • 승인 2014.01.0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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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굵고 통통하지만 비쥬얼은 그럴듯한 직접 만들어 본 소바면발.
좀 굵고 통통하지만 비쥬얼은 그럴듯한 직접 만들어 본 소바면발.

일본의 양대 면 요리는 잘알려진대로 우동과 소바죠.

우동은 밀가루를 이용하고 '소바'는 메밀이라는 일본어 뜻 그대로입니다.

14세기 중국에서 발명된 메밀국수는 1600년 무렵 일본으로 건너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일본에서는 그해의 마지막 날(大晦日)에 장수를 기원하며 소바를 먹는 풍습이 있는데 아마도 가늘고 긴 면발의 덕을 볼려는 것이겠죠.

메밀은 일본인들에게 부족한 비타민 B군이 많이들어 있는데 처음에는 메밀가루만으로 만든 기소바나 쥬와리소바가 일반적이었다가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에 이르러 메밀과 밀가루를 섞어 만든 쫄깃한 면이 보급됐죠. 일본에서는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8:2로 배합한 니하치(二八)를 이상적인 면으로 여깁니다.

채반에 건진 면을 츠유에 찍어 먹는 모리소바, 김을 뿌린 면을 츠유에 찍어 먹는 자루소바, 철판에 야채, 고기를 넣어 볶은 야키소바 등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이 국수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소바 만들기

일본에서 메밀국수가 시작됐다는 나가노현(長野縣)은 메밀의 산지로 곳곳의 전문식당, 센터에서 손쉽게 수타소바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데, 3~4인분을 한 가족이 체험하는데 3800엔 정도. 장인의 시범을 본 뒤 직접 반죽부터 면 썰기, 그리고 자신이 만든 소바를 즉석에서 삶아 맛을 확인할 수 있어 인기만점 입니다.

► 연륜과 포스가 충만한 나가노현 소바 장인의 반죽 시범.

► 전용칼을 이용해 손의 힘을 뺀 후 가볍게 최대한 가늘게 썰어야 한다.

► 완성된 진짜 수타소바면은 그자체로 아름다웠다.

소바장인의 지시에 따라 붉은 소바만들기 전용통에 메밀과 밀가루를 8:2 비율로 잘 섞은 후 물 한컵 중 4/5를 먼저 부어 손가락 사이로 힘을빼고 반죽을 하고 마지막에 나머지 물을 넣습니다.

부드럽게 반죽하면서 산 모양을 만들어 가운데를 살며시 눌러 원형으로 납작하게 만들어 길고 가는 홍두깨를 이용해 더 얇고 크게 만들다 사각형이 되도록 밉니다.

메밀가루를 듬뿍 뿌려가며 겹겹으로 접은 후 소바 전용 칼과 누르개를 사용해 0.3mm 두께로 일정하게 썰어냅니다. 직접해보니 반죽이나 칼질이나 골프처럼 힘을 빼고 하는게 요령이더군요. 특이한건 반죽에 소금을 넣치 않는다는 점인데 반죽을 결합시키는 점액과 단백질 사이에 소금이 끼어들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만드는 내내 갓 제분한 메밀의 구수한 향이 후각을 자극하는 과정을 거쳐 삶아낸 저의 소바는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면류보다 땡땡하고 단단하면서 의외로 쫄깃한 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입 안에서 그 단단함이, 딱딱함이 아니라 찰지게 씹히는 촉감으로 변신모드를 펼치는 파노라마가 펼쳐지며 내가 처음 만든 소바라는 희열을 조미료 삼아 지극히 만족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극상의 맛을 본 후유증이 큽니다.이제 소바는 다먹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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