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전방 2km 내외에 보이는 빨간 깃발이 달린 초소 4개가 보이십니까. 저게 북한군의 GP 초소입니다”
지난 7일 오후 안내를 맡은 한 관계자는 얕은 산꼭대기의 작은 건물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여기 앞에 있는 유해 발굴 작업지를 지나 300m만 가면 북한”이라고 덧붙였다.

‘DMZ 평화의 길’ 철원 구간…GP 첫 일반인 공개

이달 1일부터 DMZ(비무장지대) 철원 구간이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이다. 철원 구간 개방은 국내 최초로 GP를 일반 시민에게 공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GP는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과 남방한계선을 지나, 남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MDL·휴전선) 사이에 자리 잡은 최전방 초소를 말한다. GP가 있는 화살머리고지에서 1952년 미 2사단 소속 프랑스대대는 중공군과 격전을 벌인 바 있다. 이후 6·25전쟁이 일어나자 이곳에서만 국군 250명을 비롯해 유엔군 소속 아군 300명과 중공군을 포함한 적군 3000명이 숨졌다. 그 뒤에도 총 4번에 걸쳐 전투가 벌어졌다. 전략적 요충지라서다. 이곳에선 철원 평야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장전된 소총에 눈시울 붉힌 문 대통령

GP에 들어가면 우선 벽에 걸린 장병들의 사진이 보인다. 최근 인근 지역에서 유해 발굴 작전을 펼치던 장병들을 한 사진작가가 찍어 전시해 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이곳을 방문해 소총을 보고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전해졌다. 유품은 가까이서 볼 순 있어도 손을 대선 안 된다.

유품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남북이 유해 발굴과 지뢰제거 작업을 하면서 찾아냈다. 다만 최근 들어 북한군은 유해 발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북미관계 경색 때문이다. 대신 매일 500명의 국군과 UN군 등이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태극기와 유엔기가 있다. 군사분계선 너머 북한이 가장 잘 보이는 장소라고 한다. 이에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경쟁률 ‘40대 1’…도보여행길 조성 계획

DMZ 평화의 길 철원 구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1차 방문신청 결과 320명 정원에 5913명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균 18.5대 1의 경쟁률이다. 1일 최고 경쟁률은 40대1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운 관심에 정부는 인천 강화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도보여행길을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구간 노선조사에서 국민들의 참여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