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서울시, 외국인 홍보에 연 14억 원 쓰고도 ‘헛발질’…김치는 아직도 중국식 ‘파오차이’
-최원선 서울시의원, 공식 외국어 자료 곳곳에 잘못된 김치 표기 지적…영어 페이스북 도달률 0.8% -중국어 누리집 방문자 40% 급감·중화권 SNS 조회도 반토막…“외국인이 실제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전면 개편해야”
[트래블바이크뉴스=김효설 기자] 서울시가 외국인 대상 홍보사업에 연간 14억 원가량을 투입하고도 정작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조차 중국식 절임 채소를 뜻하는 ‘파오차이(泡菜)’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어 누리집과 SNS 운영 역시 실제 외국인 이용자의 접근성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서울시의 글로벌 홍보 전략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서울시가 외국인에게 서울의 문화와 관광, 생활 정보를 알리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콘텐츠의 정확성은 물론 홍보 채널의 효율성까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특별시의회 최원선 부위원장(국민의힘·비례대표)은 지난 11월 4일 열린 제340회 정례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홍보기획관 소관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 외국어 누리집의 김치 표기 오류와 외국인 대상 홍보 채널의 낮은 실효성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김치의 중국어 표기 문제다.
정부는 김치가 중국 음식으로 오인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21년부터 중국어 표기를 중국식 절임 채소를 의미하는 ‘파오차이’ 대신 ‘신치(辛奇)’로 변경하도록 했다. 서울시 역시 올해 3월 외국어 자료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표기를 수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서울시 중국어 누리집과 외국인 대상 자료에서는 여전히 ‘파오차이’라는 표기가 다수 확인됐다.
외국인에게 서울 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대표 자료인 「서울 생활 안내서」의 경우 2018년판과 2022년판은 물론 2026년판에도 김치가 파오차이로 표기돼 있었다. 관광명소 소개 페이지의 김치박물관과 예지원 안내, 번체 중국어 누리집의 한국 전통문화 소개에서도 같은 오류가 발견됐다.
최 부위원장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제작한 서울시 공식 자료에서 중국식 표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보기획관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다른 기관의 자료를 인용하거나 외부 페이지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과거 표기가 남아 있을 수 있다며, 기존 자료까지 전수 확인해 최대한 신속하게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단순한 번역 오류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시가 외국인 대상 홍보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실제 홍보 효과를 제대로 거두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현재 5개 외국어 누리집과 8개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투입되는 운영 예산은 누리집 7억 2,300만 원, SNS 6억 7,500만 원 등 총 13억 9,800만 원에 달한다.
그러나 채널별 성과를 살펴보면 예산 투입 규모에 걸맞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구독자 261만 명을 확보한 영어 페이스북은 매년 약 600건의 게시물을 올리고 있지만, 게시물당 조회 수는 전체 구독자의 0.8% 수준에 불과했다. 일본어 페이스북 역시 조회 수가 2023년 144만 회에서 올해 41만 회로 급감했다.
중화권 홍보 성과는 더욱 심각하다.
중화권 관광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중국어 간체 누리집 방문자는 483만 명에서 289만 명으로 40.1% 감소했다. 웨이보와 번체 페이스북 조회 수도 각각 42.0%, 48.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서울의 글로벌 인지도 제고를 목표로 홍보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주요 타깃 시장에서 온라인 접근성과 콘텐츠 소비가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 부위원장은 홍보 채널의 선정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X(옛 트위터), 중국에서는 샤오홍수와 더우인(중국판 틱톡) 등이 주요 정보 소비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서울시는 페이스북과 웨이보 중심의 기존 채널 운영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부위원장은 “일본은 X, 중국은 샤오홍수와 더우인을 많이 사용하는데 서울시는 여전히 페이스북과 웨이보를 중심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기존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언어권별로 실제 이용자가 많은 매체를 파악해 홍보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과가 낮은 채널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외국인들이 실제로 정보를 얻고 공유하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홍보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보기획관은 공공기관으로서 공식 홍보 채널을 유지해야 하는 현실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외국인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콘텐츠와 운영 방식을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서울 굿즈의 해외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도 제기됐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의 인기 문화상품이 중국에서 무단 복제되는 사례가 발생한 만큼 서울시가 제작·판매하는 관광 기념품과 도시 브랜드 상품 역시 해외 시장에서 지식재산권 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 부위원장은 인기 상품이 해외에서 무단으로 복제된 뒤 대응하는 사후 조치보다 해외 상표권과 디자인권 등을 미리 확보하는 선제적인 보호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보기획관은 국내에는 관련 권리가 등록돼 있다며 해외 등록과 보호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는 서울시 외국인 홍보사업이 단순히 외국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SNS에 게시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확한 문화 정보 제공은 글로벌 홍보의 기본이며, 홍보 효과를 높이려면 국가와 언어권별 이용자의 미디어 소비 방식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연간 14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라면 게시물 수나 구독자 수가 아니라 실제 도달률과 방문자 증가, 콘텐츠 공유 및 관광 전환 효과 등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서울이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지향한다면 해외 홍보 역시 관성적인 채널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치를 중국식 절임 채소로 소개하는 오류부터 바로잡고, 외국인이 실제로 사용하는 플랫폼에서 서울의 매력을 전달하는 것이 글로벌 도시 홍보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