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견제하되 협력하겠다”…그렇다면 무엇을, 어디까지 견제할 것인가
-임만균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묻다…민생·한강버스·관광·행감·의회 독립성, 그리고 ‘의회다움’의 실체 -“잘못된 정책은 강하게 견제”…하지만 행감 지적이 예산·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구조는 여전히 과제 -관광업계와 정례 소통창구 “현재는 없어”…서울 관광정책, 의회가 현장을 얼마나 알고 있나
[트래블바이크뉴스=김효설 기자]“잘못된 정책에는 강하게 견제하고,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에는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임만균 서울시의회 의장이 밝힌 제12대 서울시의회의 ‘의회다움’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시민의 삶을 앞세우고, 서울시 집행부의 잘못된 정책은 견제하되 민생을 위한 사업에는 협력하겠다는 원칙이다.
원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무엇이 잘못된 정책인가. 어디까지가 견제의 대상인가.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한 문제는 실제 정책과 예산을 어떻게 바꾸는가. 그리고 서울의 핵심 산업 가운데 하나인 관광 현장의 목소리는 의회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고 있는가.
서울시의회 출입상주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임 의장에게 던져진 질문은 바로 이 지점에 집중됐다.
특히 한강버스와 노들섬, 서울링 등 서울시가 추진해 온 주요 사업을 둘러싸고는 ‘사업 자체를 반대할 것인가’가 아니라 사업의 타당성과 시민 부담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임 의장은 견제와 협치를 대립 개념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시민을 위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시의회가 진정한 의미의 ‘의회다움’을 보여주려면 이제는 선언보다 검증 가능한 결과가 필요하다.
“의회다움은 잘못된 것에 대한 강력한 견제”
임만균 의장은 자신의 의정 운영 기준을 비교적 분명하게 제시했다.
“의회다움이란 잘못된 것에 대한 강력한 견제”라는 것이다.
동시에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이라면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회가 더불어민주당 다수 의회라는 정치적 현실을 의식한 발언이기도 하다.
임 의장은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는 모습은 시민들에게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의회가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합리적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협치’의 원칙이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본질은 협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서울시가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라면 의회는 집행부와 협력하기 전에 왜 필요한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시민에게 어떤 편익을 주는지, 실패할 경우 누가 책임지는지를 따져야 한다.
결국 ‘의회다움’은 좋은 말을 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산 앞에서 얼마나 집요하게 질문하느냐에서 드러난다.
한강버스 논란…“관광 수요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강버스는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안 가운데 하나였다.
서울시는 한강을 관광자원과 교통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한강버스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용객 수요와 운영 효율성, 재정 부담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임 의장은 한강버스를 무조건적인 사업 찬반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제 관광 수요를 인정하고 그 수요에 맞는 운영 방향을 찾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발생한다.
한강버스를 대중교통 중심으로 볼 것인지, 관광교통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사업의 평가 기준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관광이 중심이라면 낮은 요금을 유지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서울시 재정으로 계속 보전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임 의장의 설명이다.
필요하다면 요금을 조정해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한강버스의 적정 요금은 얼마인가. 관광객과 서울시민에게 동일한 요금을 적용하는 것이 맞는가. 관광상품과 연계할 경우 민간 여행사·호텔·관광시설과 어떤 방식으로 결합할 것인가. 그리고 서울시가 부담하는 재정 규모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가.
한강버스가 서울 관광의 새로운 콘텐츠가 되려면 단순히 배를 띄우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하철과 버스, 관광지, 호텔, 여행상품을 연결하는 서울 관광교통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임 의장이 말한 ‘관광 수요에 맞춘 운영 재검토’가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관광업계와 의회 사이엔 왜 정례적인 대화가 없는가
이번 간담회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지만 서울 관광정책 측면에서는 오히려 중요한 대목도 있었다.
바로 관광업계와 서울시의회 사이의 소통 구조다.
질문은 단순했다.
“관광업계와 의회 사이에 정례적인 소통 채널이 있는가.”
임 의장의 답변은 사실상 “현재는 없다”는 취지였다.
서울은 외래객과 국내 관광객이 몰리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도시다. 관광산업은 호텔·여행사·항공·면세·쇼핑·MICE·관광시설·지역상권 등 수많은 산업과 연결돼 있다.
그런데 관광 예산을 심의하고 관광 관련 조례를 만들며 서울시 관광정책을 감시하는 의회와 관광업계 사이에 상시적인 정책 소통창구가 뚜렷하지 않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서는 관광객 숫자보다 체류시간과 소비액이 중요하다.
외래객이 서울에 들어왔다는 사실보다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호텔에 묵었는지, 지역 상권에서 소비했는지, 관광 콘텐츠를 이용했는지가 관광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지표가 된다.
그렇다면 의회가 관광 예산을 심의할 때도 관광객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의 매출과 고용, 체류형 관광 전환 여부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임 의장에게 남은 과제 역시 여기에 있다.
관광업계와의 정례적인 소통을 만들 것인지, 만든다면 어떤 형태로 운영할 것인지다.
행정사무감사 지적은 왜 반복되는가
임 의장은 행정사무감사에서 나온 지적사항이 정책과 예산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문제는 실행 구조다.
의회가 문제를 지적하고 집행부가 답변하는 것만으로는 행정이 바뀌었다고 할 수 없다.
지적 → 개선계획 → 예산 반영 → 사업 집행 → 성과 검증이라는 연결고리가 작동해야 한다.
임 의장 역시 의회가 예산을 심의·의결하더라도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서울시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설명했다.
결국 협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견제와 협치’의 경계가 중요해진다.
집행부와 협력한다는 이유로 의회의 감시 기능이 약해져서는 안 되고, 반대로 견제를 한다는 이유로 시민에게 필요한 사업까지 정치적 대립의 대상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앞으로 서울시의회가 보여줘야 할 것은 협치의 선언이 아니라 협치의 성과다.
행감에서 지적한 사항 가운데 무엇이 실제로 개선됐는지, 어떤 예산이 바뀌었는지, 어떤 사업이 폐기되거나 수정됐는지를 시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이 버틸 수 있도록”…민생 예산, 결국 체감이 관건
임 의장이 가장 강조한 분야는 민생경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서울시의 지원 예산을 최대한 확보해 위기를 버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정책적 질문은 남는다.
지원금을 늘리는 것만으로 소상공인의 구조적 어려움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임 의장 역시 서울시의 지원만으로 경영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의회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예산 증액을 넘어 지원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다.
지원받은 업체가 실제로 살아남았는지, 매출이 회복됐는지, 일자리가 유지됐는지, 지원사업이 일회성에 그치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민생 예산 역시 결국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청년 주거에서 생애주기 주거로…정책 연결성이 관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청년 중심의 단기 정책을 넘어 생애주기별 주거정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사회초년생부터 결혼과 출산·양육, 중장년층,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각각 필요한 주거 형태와 지원체계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안심주택 등 기존 청년 주거정책이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급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역시 정책 방향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연속성이다.
청년 시절 지원받던 시민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어떤 주거정책으로 연결되는가.
자녀가 성장한 뒤에는 어떻게 되는가.
노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다시 주거 안전망이 마련되는가.
임 의장이 제시한 생애주기별 주거정책이 단순한 정책 구호를 넘어 서울시 주택정책 전반을 연결하는 장기 로드맵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가 과제다.
지방의회법 없이는 ‘의회다움’도 한계
임 의장이 반복해서 강조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지방의회의 실질적인 독립성이다.
현재 지방의회가 인사권 일부를 독립적으로 행사하고 있지만 조직권과 예산편성권, 감사권 등에서는 여전히 제약이 있다는 것이 임 의장의 설명이다.
특히 인력 부족과 결원 문제는 의회의 전문적인 정책 검증 능력과도 직결된다.
서울시의 막대한 예산과 복잡한 정책을 감시하면서 의회 인력이 부족하다면 결국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어렵다.
임 의장은 지방의회법 제정을 통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의회의 권한 확대가 단순히 의원들의 권한을 키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집행부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라면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다만 권한이 확대될수록 책임 역시 커져야 한다.
조직권과 예산권을 요구한다면 그만큼 투명한 운영과 전문성, 성과 공개가 뒤따라야 한다.
청년 AI 예산·장애인 일자리…‘반대’보다 설계가 중요하다
청년 AI 관련 예산 논란에 대해서는 사업 자체에 대한 반대와 사업 설계에 대한 검토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전 절차와 사업 설계, 실제 수요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중증장애인 권리형 일자리 문제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조례를 통과시키는 것만으로 정책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예산과 기준, 집행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임 의장이 강조하는 것은 정책의 명분과 실행 가능성을 함께 보자는 것으로 읽힌다.
이 원칙은 서울시의 모든 정책에 적용될 필요가 있다.
기자단이 던진 또 하나의 질문…“의회를 누가 감시하는가”
이번 간담회에서 정책 현안 못지않게 중요한 쟁점은 언론과 의회의 관계였다.
출입상주기자단은 의회 중심의 취재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서울시 행정을 중심으로 한 기존 취재 관행과 별개로, 서울시의회의 조례 심사와 예산 심의, 행정사무감사, 상임위원회 활동을 지속적으로 취재하는 언론을 위한 객관적인 출입 기준과 소통창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 기자단의 편의를 요구하는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의회를 감시하는 언론이 의회와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임 의장은 특정 기자단에 불이익을 주거나 취재환경을 악화시키려는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당장 구체적인 출입체계 개편 일정이나 실행방안까지 제시하지는 않았다.
임 의장은 관계와 지원 사항을 담당 간부들과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 역시 앞으로의 실행이 중요하다.
임만균 의장의 ‘의회다움’, 이제는 결과로 증명할 차례
이번 간담회에서 임만균 의장이 제시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민생을 위해서는 협력하겠다는 것.
지방의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민생 예산을 챙기며, 한강버스 같은 논란이 있는 사업은 관광 수요와 재정 부담을 함께 고려해 운영 방향을 다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방향만 놓고 보면 합리적이다.
그러나 서울시의회가 시민에게 신뢰받는 ‘의회다움’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한강버스의 운영비와 관광 수요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행정사무감사 지적을 어떻게 예산과 정책 변화로 연결할 것인지, 소상공인 지원 예산의 효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관광업계와 어떤 공식적인 소통구조를 만들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특히 관광 분야는 더 이상 서울시 집행부만의 영역으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
서울의 관광 경쟁력이 높아지고 외래객이 늘어날수록 관광 예산을 감시하고 정책 효과를 검증하는 의회의 역할도 커져야 한다.
임 의장이 말한 ‘의회다움’의 기준이 정말 시민이라면, 그 기준은 결국 숫자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를 썼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달라졌는가.
무엇을 지적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바꿨는가.
얼마나 협력했는가가 아니라 시민에게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가.
임만균 의장의 남은 임기 동안 서울시의회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