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한강, 서울 관광의 ‘배경’에서 ‘목적지’로…문화콘텐츠를 입혀야 세계가 찾는다
-최원선 서울시의원 “한강, 세계 예술가와 시민 잇는 가장 넓고 열린 무대” -‘돌아온 하멜’이 던진 질문…한강을 바라보는 관광정책,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7개국 예술가가 한강에 모인 국제무용축제…공연·전시·웰니스 결합한 ‘체류형 관광’ 가능성 확인
[트래블바이크뉴스=김효설 기자] 서울 관광의 미래를 한강에서 찾는다면 무엇부터 달라져야 할까.
한강은 이미 서울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도시자원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외래객에게 한강은 여전히 ‘서울에서 한번 가봐야 하는 곳’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강변을 걷고 사진을 찍고 야경을 보는 것만으로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들과 경쟁하기 어렵다.
관광객이 서울에서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소비하고, 다시 찾아오게 하려면 한강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강에 지속적으로 찾아갈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10월 1일 반포 한강 예빛섬 야외무대에서 열린 ‘2026 서울 한강 국제무용축제 <돌아온 하멜 Welcome Back, Mr. Hamel>’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 프랑스, 미국, 브라질, 중국, 몽골 등 7개국 예술가들이 한강에 모여 춤과 음악, 전통예술, 전시, 시민 웰니스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행사의 의미는 단순한 국제무용축제에 있지 않다. 핵심은 한강이라는 공간에 국제문화 콘텐츠를 입혔을 때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는 데 있다.
‘한강을 보러 오는 관광’에서 ‘한강에서 무엇인가를 하는 관광’으로
최원선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문화는 극장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며 “한강이 그 가장 넓고 열린 무대가 될 수 있음을 이번 축제가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축사가 아니다.
서울 관광정책이 한강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강 관광은 주로 경관과 시설 중심이었다.
한강의 야경을 보고,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고, 유람선을 타는 방식이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는 중요하다. 그러나 글로벌 관광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여기에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더해져야 한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런던의 템스강, 파리의 센강이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이어서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것은 아니다.
공간과 문화, 공연, 축제, 일상생활이 끊임없이 결합하면서 관광객에게 ‘그 도시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강도 마찬가지다.
한강을 보는 관광에서 한강에서 경험하는 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
‘돌아온 하멜’이 보여준 한강 관광의 새로운 공식
이번 국제무용축제는 그 가능성을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줬다.
360여 년 전 조선에 표류했던 하멜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표류에서 만남과 연결, 공동창작’이라는 메시지를 만들었다.
여기에 한국과 멕시코, 프랑스, 미국, 브라질, 중국, 몽골의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한강이라는 공간에서 세계의 예술가들이 만나고, 시민이 그 무대를 함께 경험했다.
이 구조를 관광의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국제문화교류 → 공연 → 시민 참여 → 지역 체류 → 관광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멕시코가 주빈국으로 참여하면서 《선인장 위에서(Sobre el nopal)》 공연을 비롯해 전통 인형극 람베람베, 알레브리헤 특별전 등이 함께 소개됐다.
여기에 정가와 대금, 서예 등 한국 전통예술 공연과 시민 웰니스 프로그램까지 더해졌다.
단일 공연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공간에서 여러 문화 콘텐츠를 경험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관광콘텐츠가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다.
한강 관광의 약점은 ‘콘텐츠의 지속성’
문제는 다음 단계다.
국제행사 하나가 성공했다고 해서 한강이 곧바로 세계적인 관광목적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울 관광정책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관광객이 한강을 찾게 만들 수 있는가”다.
한강에는 이미 수많은 행사와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문제는 각각의 콘텐츠가 하나의 관광 브랜드로 연결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사람이 몰리지만 행사가 끝나면 다시 평범한 강변으로 돌아간다면 관광자원으로서의 파급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한강 관광정책은 개별 행사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강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문화관광 플랫폼으로 보고 콘텐츠를 계절·권역·테마별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강 11개 권역, 각각 다른 ‘여행 이유’ 만들어야
한강 관광의 또 다른 강점은 공간이 넓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것은 약점이기도 하다.
한강 전체가 하나의 관광지로 인식되면서 각 권역의 개성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강의 각 공간에 명확한 관광 이유를 부여해야 한다.
어느 곳에서는 국제무용과 공연예술이 펼쳐지고, 다른 곳에서는 미식과 야간관광이 결합될 수 있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자전거와 러닝, 수상레저 같은 액티브 관광을 강화하고, 역사·생태·전통문화와 연결할 수도 있다.
특히 한강은 서울의 도심과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축이라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다.
궁궐과 한옥, 명동과 홍대, 이태원과 강남 등 기존 관광거점과 한강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한강만 따로 관광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울 전체 관광동선을 한강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야간 한강’은 서울 관광의 핵심 카드가 될 수 있다
한강 관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분야가 야간관광이다.
서울을 찾는 외래객 입장에서 낮 시간대의 관광지는 이미 많다. 궁궐과 전통시장, 쇼핑, 미식, 박물관 등이 경쟁한다.
하지만 서울의 밤을 대표할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지점에서 한강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강변의 야경과 음악, 공연, 미디어아트, 드론·빛 콘텐츠, 야간 수상레저, 야시장과 미식 등을 결합하면 한강 자체가 하나의 야간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특히 국제문화예술축제를 야간 콘텐츠와 결합하면 외래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관광객이 ‘저녁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한강이 하나의 답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문화예술과 웰니스, 스포츠를 묶으면 ‘체류형 한강’ 가능
이번 축제에서 시민 웰니스 프로그램이 포함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관광의 키워드는 단순 관람에서 체험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문화예술 역시 마찬가지다.
공연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춤을 배우거나, 필라테스와 요가를 체험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거나, 수상레저를 경험하는 방식으로 관광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한강은 이런 트렌드를 담아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서울의 공간이다.
문화+웰니스+스포츠+미식+야간관광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래객이 서울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2박, 3박 이상 체류하도록 만들려면 ‘볼거리’보다 ‘할거리’를 늘려야 한다.
한강은 바로 그 ‘할거리’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최원선 의원이 강조한 ‘열린 무대’…정책으로 이어져야
최원선 부위원장은 이날 “표류는 끝이 아니라 만남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오늘 한강에서 시작되는 만남이 예술가와 시민, 나라와 나라를 잇는 아름다운 인연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소중한 시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해마다 이어지는 서울의 대표 국제문화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도록 든든히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해마다’다.
한강을 서울 대표 관광콘텐츠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벤트를 한 번 개최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세계인이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행사 숫자가 아니다.
국제문화예술행사를 어떻게 한강 관광 브랜드로 육성할 것인지, 해외 관광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광상품과 교통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주변 호텔과 음식점·상점 등 민간 관광산업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한강=서울’이라는 관광 브랜드를 만들 수 있나
서울을 찾은 외국인에게 “서울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간이 어디인가”라고 묻는다면 한강은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지도와 관광상품은 다르다.
유명하다는 것만으로 관광객의 지갑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한강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체험하고, 어디에서 머물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한강이 서울 관광의 배경이 아니라 목적지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한강을 중심으로 한 국제축제의 브랜드화, 계절별 대표 콘텐츠 개발, 야간관광 확대, 수상·자전거·러닝 등 액티브 관광 육성, 공연·미식·웰니스 결합, 해외 여행사와의 관광상품 공동개발 등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매년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하고 세계 예술가들이 한강을 찾으며 외래객들이 ‘이번 서울 여행에서는 한강에서 무엇을 경험할까’를 기대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강은 이미 준비돼 있다…이제 필요한 것은 ‘콘텐츠 전략’
한강은 새로운 관광지를 만들어야 하는 정책과제와는 다르다.
이미 세계적인 도시경관을 갖췄고, 접근성도 뛰어나며, 시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서울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관광자산 가운데 하나다.
부족한 것은 공간이 아니라 공간을 관광상품으로 바꾸는 콘텐츠 전략이다.
‘2026 서울 한강 국제무용축제 <돌아온 하멜>’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강에서 세계의 예술가들이 공연하고, 시민이 함께하고, 전통과 현대가 만나고, 문화와 웰니스가 결합했다.
이제 정책이 답해야 할 차례다.
한강을 매년 행사 때만 찾는 공간으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세계의 여행자들이 서울에 오면 반드시 찾아야 하는 ‘서울의 대표 관광목적지’로 키울 것인가.
최원선 부위원장이 말한 “세계 예술가와 시민을 잇는 가장 넓고 열린 무대”라는 표현은 문화예술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한강은 서울과 세계의 관광객을 잇는 가장 넓고 열린 관광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서울 관광의 다음 10년은 한강을 어떻게 콘텐츠화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