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길을 따라가니 문경의 진짜 얼굴이 보였다…돌·물·흙·불이 만든 여행

-문경새재만 알았다면 절반이다…돌리네습지부터 탄광·찻사발까지 ‘문경의 재발견’ -물이 빠져야 할 땅에 습지가 생겼다…돌리네부터 고모산성·탄광까지 문경 지질여행 -“문경에 이런 곳이?”…습지·산성·탄광·찻사발로 만나는 문경의 진짜 얼굴

2026-09-22     김효설 기자
문경시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석회암 지대부터 화강암 지층, 석탄 매장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질자원과 역사·문화자원을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경시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석회암 지대부터 화강암 지층, 석탄 매장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질자원과 역사·문화자원을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김효설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김효설 기자] 문경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문경새재가 생각난다. 옛길을 따라 주흘산을 넘고, 선비들의 발자취를 좇는 여행이다. 하지만 문경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물이 빠져야 할 석회암 땅에 습지가 생겼고, 수천 년 전 강물이 깎아놓은 절벽에는 옛사람들이 길을 냈다. 검은 석탄을 캐던 광산은 산업유산으로 남았고, 백두대간에서 자란 오미자는 와인이 됐다. 300년을 이어온 도공의 손끝에서는 지금도 조선 찻사발이 빚어진다.

문경의 여행은 ‘무엇을 볼 것인가’보다 ‘이 땅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따라갈 때 비로소 입체적으로 보인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경의 여행은 ‘무엇을 볼 것인가’보다 ‘이 땅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따라갈 때 비로소 입체적으로 보인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경의 여행은 ‘무엇을 볼 것인가’보다 ‘이 땅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따라갈 때 비로소 입체적으로 보인다. 

최근 문경이 지질관광을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경시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석회암 지대부터 화강암 지층, 석탄 매장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질자원과 역사·문화자원을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물이 빠지는 땅에 물이 고였다… 문경 돌리네습지의 수수께끼

석회암이 물에 녹으면서 형성된 오목한 지형의 문경 돌리네습지는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산악습지다. 사진/김효설 기자

석회암이 물에 녹으면서 형성된 오목한 지형의 문경 돌리네습지는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산악습지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경 여행의 첫 장면은 의외로 ‘물’이었다. 산길을 따라 굴봉산 자락으로 들어서자 눈앞에 초록빛 습지가 펼쳐졌다. 고요했다. 특별한 놀이시설도, 거대한 조형물도 없다. 대신 데크와 흙길 사이로 물이 흐르고 버드나무와 풀들이 습지를 감싸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지질학적으로 묘한 역설이 숨어 있다. 석회암 땅은 원래 물이 잘 빠진다. 그런데 물이 빠져야 할 땅에 습지가 만들어졌다. 이름도 독특한 ‘돌리네(Doline)’는 석회암이 물에 녹으면서 형성된 오목한 지형을 뜻한다. 문경 돌리네습지는 이런 지형에 형성된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산악습지다. 

현장에서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 산성 성분을 가진 물에 석회암이 녹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사진/김효설 기자

현장에서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 산성 성분을 가진 물에 석회암이 녹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사진/김효설 기자

현장에서는 석회암에 식초를 떨어뜨리는 간단한 실험도 만날 수 있다. 석회암 조각에서 보글보글 기포가 발생한다. 산성 성분을 가진 물에 석회암이 녹는 과정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순간이다. 녹아 사라져야 할 땅 위에 붉은 흙이 바로 테라로사(Terra Rossa)다.

석회암이 녹는 과정에서 남은 철과 알루미늄 성분이 축적돼 만들어진 붉은 토양과 점토, 실트 등이 석회암 위에 쌓이며 일종의 천연 방수막을 형성했다. 여기에 지하수와 계곡물 등이 공급되면서 산 정상부에 습지가 유지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문경 돌리네습지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됐고, 문경시는 2025년 람사르습지도시 국제인증도 받았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경 돌리네습지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됐고, 문경시는 2025년 람사르습지도시로 국제인증도 받았다. 사진/김효설 기자

이 희귀한 지질·생태적 가치 때문에 문경 돌리네습지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됐고, 문경시는 2025년 람사르습지도시 국제인증도 받았다.

문경 람사르습지는 산북면 우곡리 일원 49.4ha규모이며 932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어서 오히려 좋다. 아이와 함께라면 ‘왜 물이 여기 남아 있을까’를 묻고, 어른이라면 그 답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된다.

수천 년 전부터 사람들이 오간 길… 고모산성에 서다

고모산성은 고생대 석회암 암반을 영강이 오랜 시간 침식하면서 만들어낸 지형 위에 옛길과 산성이 들어섰고, 사람들은 이 험준한 지형을 통과하며 길을 만들었다. 사진/김효설 기자

고모산성은 고생대 석회암 암반을 영강이 오랜 시간 침식하면서 만들어낸 지형 위에 옛길과 산성이 들어섰고, 사람들은 이 험준한 지형을 통과하며 길을 만들었다. 사진/김효설 기자

돌리네습지가 자연이 만든 시간을 보여준다면 고모산성은 사람이 자연의 지형을 어떻게이용했는지를 보여준다. 고모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가파르다. 해발 280m 남짓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가는 숨이 찬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힘들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진남교반. 기암괴석 사이로 영강이 굽이치고 산과 물이 겹쳐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모산성과 토끼비리, 진남교반은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있는 관광지가 아니다.

산성 아래에는 폐철도 터널을 활용한 오미자테마터널도 자리한다. 한때 열차가 다니던 공간이 이제는 오미자와 트릭아트 등을 만나는 관광공간으로 바뀌었다. 사진/김효설 기자

고생대 석회암 암반을 영강이 오랜 시간 침식하면서 만들어낸 지형 위에 옛길과 산성이 들어섰고, 사람들은 이 험준한 지형을 통과하며 길을 만들었다. 문경시 지질관광 자료에서도 고모산성·토끼비리·진남교반을 지질과 역사·문화가 결합된 핵심 관광권으로 묶고 있다. 

산성 아래에는 폐철도 터널을 활용한 오미자테마터널도 자리한다. 한때 열차가 다니던 공간이 이제는 오미자와 트릭아트 등을 만나는 관광공간으로 바뀌었다. 

석탄산업과 철도라는 문경의 산업사가 새로운 관광 콘텐츠와 만나는 지점이다. 결국 고모산성에서 만나는 것은 성벽하나가 아니다. 산과 강, 길과 사람, 전쟁과 교통의 역사가 한 화면에 겹쳐진다. 

검은 탄광에서 푸른 생태공간으로… 에코월드의 시간

한때 은성탄광이 자리했던 이곳은 1994년 폐광 이후, 지금의 문경 에코월드와 석탄박물관이 들어서 관광자원으로 되살린 공간이다. 사진/김효설 기자

한때 은성탄광이 자리했던 이곳은 1994년 폐광 이후, 지금의 문경 에코월드와 석탄박물관이 들어서 관광자원으로 되살린 공간이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경의 지질관광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자연만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은읍으로 이동하면 풍경이 바뀐다. 

이번에는 붉은흙이나 푸른 습지가 아니라 검은 석탄이다. 한때 은성탄광이 자리했던 이곳은 1994년 폐광 이후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지금의 문경 에코월드와 석탄박물관은 그 산업의 기억을 관광자원으로 되살린 공간이다. 

석탄박물관에 들어서면 석탄의 형성과 채굴 장비, 광부들의 생활상을 만날 수 있다.     사진/김효설 기자

석탄박물관에 들어서면 석탄의 형성과 채굴 장비, 광부들의 생활상을 만날 수 있다. 사진/김효설 기자

석탄박물관에 들어서면 석탄의 형성과 채굴 장비, 광부들의 생활상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묵직하게 다가오는곳은 따로 있다. 실제 갱도인 은성개갱, 이른바 은성굴이다. 

1938년부터 1994년 폐광 때까지 실제 석탄을 캐던 은성굴의 어둡고 좁은 갱도 안으로 들어서면 당시 광부들의 작업 모습을 재현한 공간과 음향이 이어진다. 사진/김효설 기자

1938년부터 1994년 폐광 때까지 실제 석탄을 캐던 은성굴의 어둡고 좁은 갱도 안으로 들어서면 당시 광부들의 작업 모습을 재현한 공간과 음향이 이어진다. 사진/김효설 기자

1938년부터 1994년 폐광 때까지 실제 석탄을 캐던 갱도다. 어둡고 좁은 갱도 안으로 들어서면 당시 광부들의 작업 모습을 재현한 공간과 음향이 이어진다. 밖으로 나오면 탄광촌의 사택과 상점, 이발소, 주막 등을 재현한 공간이 이어진다. 

산업의 시대가 끝난 자리에 문화와 생태, 체험이 들어섰다. 문경의 폐광은 끝이 아니라 관광의 새로운 출발점이 된 셈이다. 신라·고구려시대의 궁궐과 민가, 성곽을 재현한 공간으로, 과거 탄광촌의 풍경과 사극 속 역사적 공간이 한 관광지 안에서 겹쳐진다. 

산업의 시대가 끝난 자리에 문화와 생태, 체험이 들어섰다. 문경의 폐광은 끝이 아니라 관광의 새로운 출발점이 된 셈이다.

300년의 흙과 불… 문경 찻사발은 ‘체험’이 아니라 시간이다

대한민국 1호 사기장으로 알려진 백산 김정옥 선생과 영남요 가문은 300년에 걸쳐 9대가 흙과 불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김효설 기자

대한민국 1호 사기장으로 알려진 백산 김정옥 선생과 영남요 가문은 300년에 걸쳐 9대가 흙과 불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경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자원은 흙이다. 문경 관음리의 영남요를 찾으면 가장 먼저 발물레 소리가 들린다. 전동 물레가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지만 이곳에서는 발로 물레를 돌리고 손으로 흙의 중심을 잡는다. 

대한민국 1호 사기장으로 알려진 백산 김정옥 선생과 영남요 가문은 조선 영조 때부터 이어진 도예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300년에 걸쳐 9대가 흙과 불의 맥을 이어온 셈이다. 

문경 관음리의 영남요를 찾으면 가장 먼저 발물레 소리가 들린다. 전동 물레가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지만 이곳에서는 발로 물레를 돌리고 손으로 흙의 중심을 잡는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경 관음리의 영남요를 찾으면 가장 먼저 발물레 소리가 들린다. 전동 물레가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지만 이곳에서는 발로 물레를 돌리고 손으로 흙의 중심을 잡는다.  사진/김효설 기자

“기계로 찍어낸 것은 편리할지 몰라도 장인의 숨결과 체온이 들어가지 않으면 도자기가 아니라 그저 공산품 그릇일 뿐이다.” 이 철학은 체험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흙을 손으로 잡고 발물레를 돌리면 모양이 조금씩 달라진다. 완벽한 좌우대칭도 아니다.그런데 그 어긋남이 오히려 매력이다. 손가락 자국이 남고 미세하게 비뚤어진 찻사발 하나가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 된다.

관광객이 현장에서 만든 찻사발 하나지만, 그 안에는 문경의 흙과 장인의 손, 300년의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사진/김효설 기자

관광객이 현장에서 만든 찻사발 하나지만, 그 안에는 문경의 흙과 장인의 손, 300년의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사진/김효설 기자

성형이 끝났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말리고 유약을 바른 뒤 전통 망댕이가마에서 뜨거운 불을 견뎌야 비로소 한 점의 찻사발이 된다. 관광객이 가져가는 것은 찻사발 하나지만, 그 안에는 문경의 흙과 장인의 손, 300년의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오미자 하나가 와인이 되기까지… ‘오미나라’의 실험

이종기 양조명인은 오랜 연구 끝에 문경의 대표 특산물인 오미자를 선택했고, 오미자 와인 ‘오미로제’를 선보였다. 사진/김효설 기자

이종기 양조명인은 오랜 연구 끝에 문경의 대표 특산물인 오미자를 선택했고, 오미자 와인 ‘오미로제’를 선보였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경의 또 다른 얼굴은 오미자다. 진남교반 인근 오미나라에 들어서면 전통 한옥과 양조시설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문경의 오미자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이종기 양조명인은 오랜 연구 끝에 문경의 대표 특산물인 오미자를 선택했고, 오미자 와인 ‘오미로제’를 선보였다. 

자료에는 2012년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공식 만찬주,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2022년 한미 정상회담 만찬 건배주 등으로 선정된 이력이 소개돼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만드는 방식이다. 

오미자 와인을 증류해 만든 ‘고운달’은 오크통과 전통 도자기 항아리에서 숙성된다. 사진/김효설 기자

오미자 와인을 증류해 만든 ‘고운달’은 오크통과 전통 도자기 항아리에서 숙성된다. 사진/김효설 기자

오미로제는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전통적인 방식인 ‘트라디시오넬’을 적용해 병에서 2차 발효와 숙성을 진행한다. 숙성실에서는 ‘퓨피트레’라는 나무틀에 병을 기울여 놓고 손으로 조금씩 돌려 침전물을 모으는 리들링 작업이 이어진다. 

문경의 산에서 자란 작은 열매가 유럽의 양조기술과 만나 새로운 지역 콘텐츠가 된 것이다. 오미자 와인뿐 아니다. 오미자 와인을 증류해 만든 ‘고운달’은 오크통과 전통 도자기 항아리에서 숙성된다. 문경의 지질이 흙을 만들고, 흙이 농산물을 키우고, 농산물이 다시 관광 콘텐츠가 되는 선순환이다.

마지막은 물소리… 대야산 용추계곡

문경 여행의 마지막 장면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대야산 자락, 선유동계곡,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물소리가 먼저 들린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경 여행의 마지막 장면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대야산 자락, 선유동계곡,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물소리가 먼저 들린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경 여행의 마지막 장면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대야산 자락 선유동계곡.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물소리가 먼저 들린다. 무당소와가마소를 지나 돌길과 암반을 따라 걸으면 용추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용추폭포에서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물줄기보다 암반이다.

오랜 세월 물과 자갈이 화강암을 깎으면서 만들어낸 포트홀, 돌개구멍이다. 특히 하단부에는 하트 모양으로 파인 독특한 포트홀이 자리한다. 물이 흐르고 자갈이 굴러가며 수천, 수만 번 암반을 두드린 시간이 만들어낸 자연의 작품이다. 

산길을 걷는 여행자가 이곳에서 만나는 것은 단순한 폭포가 아니다.‘ 시간이 자연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질문의 답이다. 사진/김효설 기자

산길을 걷는 여행자가 이곳에서 만나는 것은 단순한 폭포가 아니다.‘ 시간이 자연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질문의 답이다. 사진/김효설 기자

산길을 걷는 여행자가 이곳에서 만나는 것은 단순한 폭포가 아니다.‘ 시간이 자연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질문의 답이다.

문경 관광의 다음 질문은 ‘무엇을 더 만들 것인가’가 아니다

돌은 습지를 만들었고, 강은 길을 만들었다. 산은 석탄을 품었고, 흙은 찻사발을 빚었다. 땅에서 자란 오미자는 술이 됐고, 물은 화강암을 깎아 폭포를 만들었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경의 돌은 습지를 만들었고, 강은 길을 만들었다. 산은 석탄을 품었고, 흙은 찻사발을 빚었다. 땅에서 자란 오미자는 술이 됐고, 물은 화강암을 깎아 폭포를 만들었다. 사진/김효설 기자

돌리네습지에서 시작해 고모산성으로 내려오고, 에코월드에서 산업의 시간을 만나고, 찻사발과 오미자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뒤 용추계곡의 물소리를 따라 걷는다.

하나하나 떼어놓으면 서로 다른 관광지다.하지만 지질이라는 키워드로 묶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돌은 습지를 만들었고, 강은 길을 만들었다. 산은 석탄을 품었고, 흙은 찻사발을 빚었다. 땅에서 자란 오미자는 술이 됐고, 물은 화강암을 깎아 폭포를 만들었다

현재 구상된 핵심 지질명소는 돌리네습지, 토끼비리·고모산성, 은성탄광, 용추계곡·희양산, 하내리 삼엽충 화석산지 등으로 이어진다. 사진/김효설 기자

현재 구상된 핵심 지질명소는 문경돌리네습지, 문경새재, 은성탄광석탄 채굴지, 배바위, 쌍룡계곡, 오정산 바위공원, 옥녀봉층, 용추계곡, 토끼비리, 하내리 삼엽충 화석산지, 희양산 등으로 이어진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경시가 추진하는 지질관광도 바로 이 연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구상된 문경지질공원의 11개 지질명소는 돌리네습지, 문경새재, 은성탄광석탄 채굴지, 배바위, 쌍룡계곡, 오정산 바위공원, 옥녀봉층, 용추계곡, 토끼비리, 하내리 삼엽충 화석산지, 희양산 등으로 이를 역사·지질, 생태·지질, 산업·지질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묶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여기에 지역의 음식과 숙박, 카페, 농가체험까지 연결하는 ‘지오파트너’ 구상도 더해졌다. 단순히 지질명소 하나를 보고 떠나는 관광이 아니라 지역에서 먹고, 체험하고, 머무는 관광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지점에서 문경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관광객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설이 아닐 수 있다. 이미 문경에 있는 것을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하다.

문경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관광객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이 아닐 수 있다. 이미 문경에 있는 것을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길을 따라가니 문경의 진짜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은 ‘문경새재’ 하나가 아니라 돌과 물, 흙과 불, 광부와 장인이 수천 년 동안 함께 만들어온 시간의 얼굴이었다. 사진/김효설 기자

문경새재만 보고 떠나는 문경과 돌리네습지의 붉은 흙을 만지고 고모산성에서 옛길을 걷고, 광부들의 갱도에 들어갔다가 장인의 발물레를 돌리고 오미자 와인을 맛본뒤 용추계곡 물소리를 듣고 떠나는 문경은 전혀 다르다.

문경은 이미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이야기를 하나의 여행길로 연결하는 일이다. 길을 따라가니 문경의 진짜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은 ‘문경새재’ 하나가 아니라 돌과 물, 흙과 불, 광부와 장인이 수천 년 동안 함께 만들어온 시간의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