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용산공원 지키자고 또 강남에 부담?”…유만희 서울시의원, 탄천 물재생센터 주택공급안 제동

-“공공임대·환경시설 밀집한 수서·일원·세곡에 또 부담 집중돼선 안 돼”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 공공임대 20% 이하·첨단산업 복합개발 제안 -“일원동 시설을 세곡동으로 옮기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2026-09-14     김효설 기자
서울특별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유만희 부위원장(국민의힘)은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구상과 관련해 수서·일원·세곡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계획 단계부터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서울시의회

[트래블바이크뉴스=김효설 기자] 용산공원 보존을 위해 서울시가 탄천 물재생센터 일대를 대체 주택공급 후보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해당 지역에 이미 공공임대주택과 환경기초시설이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서울시의회에서 나왔다.

용산공원 보존이라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그 대안이 특정 지역 주민들에게 주택과 환경시설의 부담을 반복적으로 떠넘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서울특별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유만희 부위원장(국민의힘·강남4)은 제33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구상과 관련해 수서·일원·세곡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계획 단계부터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용산공원 보존 대안이 왜 탄천인가

유 부위원장이 문제를 제기한 배경은 정부의 용산공원 일부 공공주택 활용 방안과 이에 대한 서울시의 대안 제시다.

정부가 용산공원 일부를 공공주택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원은 단 1cm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약 39만㎡ 규모의 탄천 물재생센터와 동부도로사업소, SETEC 일대​를 주택공급 후보지로 제시했다.

유 부위원장은 용산공원이 미래세대가 누려야 할 소중한 공공자산이라는 데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공원 보존을 위한 대체 부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원이 미래세대가 누려야 할 소중한 공공자산이라는 원칙에는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용산공원을 보존하기 위한 대안이 이미 공공임대주택과 환경시설을 집중적으로 수용해 온 지역에 또 다른 부담을 더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남 공공임대 2만1,859세대…79%가 수서·일원·세곡에

유 부위원장이 특히 주목한 것은 지역별 공공임대주택의 편중이다.

현재 강남구에는 2만1,859세대의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돼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7번째로 많은 규모다.

문제는 강남구 내에서도 공공임대주택이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수서·일원·세곡동에 강남구 전체 공공임대주택의 약 79%가 몰려 있다.

이들 지역은 그동안 서울시의 공공주택 정책을 수용해 온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여기에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에 추가로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설 경우 기존 부담의 누적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유 부위원장의 주장이다.

더욱이 주택 문제만이 아니다.

탄천 물재생센터의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세곡동 일대에는 이미 강남자원회수시설과 재활용선별장 등 환경기초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일원동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에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기존 물재생시설을 세곡동으로 이전할 경우, 결과적으로 수서·일원·세곡 일대에 공공주택과 환경기초시설이 동시에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부위원장이 “용산공원을 지키기 위한 대안이 또 다른 지역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주민 의견, 계획 확정 뒤가 아니라 지금부터 들어야”

유 부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이 앞선 시정질문에서 밝힌 주민 의견 반영 약속도 재차 꺼내 들었다.

당시 오 시장은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의 주택공급과 관련해 지역 정치인과 강남구청장 등과 협의하고 주민 의견을 반드시 반영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유 부위원장은 이 약속이 실제 정책 과정에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 의견은 계획이 확정된 뒤 듣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만드는 지금부터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시장이 주민 의견을 반드시 반영하겠다고 밝힌 만큼 주택공급 규모와 방식, 물재생센터 이전 문제를 검토하는 단계부터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이미 결정된 개발계획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의 형식적인 의견수렴이 아니라 입지와 규모, 개발방식 자체를 결정하는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로 풀이된다.

유만희가 제시한 네 가지 해법은

유 부위원장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탄천 일대 개발 방향과 관련해 네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첫째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20% 이하로 최소화하는 것이다.

둘째는 단순 주택공급 중심의 개발에서 벗어나 첨단산업·연구개발시설과 주거가 결합된 복합개발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셋째는 개발 이후에도 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원·녹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넷째는 탄천 물재생센터 이전 부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다.

결국 탄천 일대를 또 하나의 대규모 주택공급지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서울 동남권의 산업·주거·환경·공원 기능을 함께 재편하는 공간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제안이다.

“4km 옮기는 게 해법인가”…물재생센터 이전도 재검토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탄천 물재생센터 이전 문제다.

유 부위원장은 일원동의 하수처리시설을 세곡동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일원동의 하수처리시설을 불과 4km 떨어진 세곡동으로 옮기는 것은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시설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접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라면 지역 간 환경 부담의 위치만 바뀔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유 부위원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양재천 합수부에서 서울시계까지 약 5.5km, 폭 220m에 이르는 탄천 하부 공간에 물재생시설을 입지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향후 물재생센터 이전 문제를 검토하면서 단순히 기존 시설을 인접 지역으로 옮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광역적인 관점에서 입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탄천을 ‘주택공급지’ 아닌 서울 동남권 거점으로

유 부위원장은 탄천 일대의 미래 가치에도 주목했다.

탄천을 단순한 주택공급 후보지가 아니라 수서역과 삼성동, SETEC을 연결하는 서울 동남권의 핵심 거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서역을 중심으로 한 광역교통망과 삼성동의 국제업무·산업 기능, SETEC의 전시·컨벤션 기능을 연계하고 첨단산업과 연구개발시설, 주거가 결합된 미래형 복합공간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의 개발 논의를 단순히 ‘몇 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것인가’라는 주택정책의 틀에 가두지 않고 서울 동남권의 장기적인 도시공간 재편 문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단 1cm 공원도 포기하지 않겠다”에 원칙 하나 더해야

유 부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에게 용산공원 보존 원칙과 함께 지역 간 형평성의 원칙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오 시장을 향해 “‘단 1cm의 공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원칙에 ‘단 한 곳의 지역에도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더해 달라”며 “그 원칙이 수서·일원·세곡 주민들과의 충분한 협의에서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용산공원 보존과 주택공급이라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정책적 충돌에 더해, 그 대안으로 제시된 개발부지가 위치한 지역 주민의 환경 부담과 공공주택 수용 부담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또 다른 쟁점을 던졌다.

용산공원을 지키는 것과 주택을 공급하는 것 모두 중요한 공공정책인 만큼 어느 한쪽의 공익을 위해 다른 지역에 부담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서울시가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 개발과 이전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주택 공급 규모와 공공임대 비율, 물재생시설 이전 입지, 공원·녹지 확보, 첨단산업 유치 등을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