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오스트리아를 스쳐가지 말고 머물러라”…관광청, 한국 시장에 ‘레벤스게퓔’ 제시
-오스트리아관광청 ‘트래블 워크숍 2026’ 개최…16개 현지 파트너사 참가 -빈·잘츠부르크 중심에서 그라츠·알프스·미식·예술로 여행 반경 확대…2027년 문화예술 이슈도 집중 공략
[트래블바이크뉴스=김효설 기자] 오스트리아가 한국인 여행객을 겨냥해 ‘많이 보는 여행’에서 ‘깊이 머무는 여행’으로 관광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등 전통적인 인기 도시를 빠르게 둘러보는 일정에서 벗어나 한 지역에 머물면서 예술과 음악, 자연, 미식, 현지인의 일상을 경험하는 체류형 여행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 중심에 오스트리아 특유의 삶의 태도를 뜻하는 ‘레벤스게퓔(Lebensgefühl)’이 자리 잡았다.
오스트리아관광청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국내 여행업계를 대상으로 ‘오스트리아 관광청 트래블 워크숍 2026’을 개최했다.
오픈 트래블마트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오스트리아 지역 관광청을 비롯해 문화·예술기관, 호텔, 항공사, 쇼핑업체, 현지 DMC 등 16개 파트너사가 참가했다.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여행사와 일대일 B2B 상담을 진행하며 신규 관광자원과 상품 개발 방향을 공유했다.
‘레벤스게퓔’…명소를 보는 여행에서 삶을 경험하는 여행으로
올해 워크숍에서 가장 눈에 띈 키워드는 단연 ‘레벤스게퓔’이었다.
오스트리아관광청은 레벤스게퓔을 특정 관광지나 상품이 아닌 오스트리아 여행이 지향해야 할 경험의 가치로 소개했다. 미술관과 음악회, 알프스 자연, 지역 음식, 카페와 호텔 등 일상 속에서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삶을 즐기는 방식을 여행자가 직접 경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진호 오스트리아관광청 한국지사장은 현장에서 “한국은 오스트리아 현지 관광업계가 중요하게 보는 시장”이라며 “미술과 음악뿐 아니라 알프스 자연 체험과 쇼핑 등 여행 목적에 맞춘 상품을 통해 한국 관광객들이 오스트리아를 좀 더 깊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스트리아관광청은 국토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알프스 지역의 사계절 아웃도어 콘텐츠와 대중교통을 결합한 친환경·장기 체류형 여행상품 개발에도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연결하는 일정이 아니라 열차 등 대중교통을 활용해 도시와 자연을 연결하고, 지역에서 체류하며 여행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 그라츠…한국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
이번 워크숍에서 국내 여행업계의 관심을 끈 곳 가운데 하나는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 그라츠(Graz)였다.
인구 약 30만 명의 그라츠는 비엔나와 잘츠부르크에 비해 한국인 여행객에게는 상대적으로 낯선 도시다. 그러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와 슬로스베르크, 시계탑, 에겐베르크 궁전 등 역사문화 자원과 함께 무어강의 무어 아일랜드, 쿤스트하우스 등 현대적인 건축물이 공존한다.
무엇보다 그라츠가 내세우는 경쟁력은 ‘미식’이다.
호박씨 오일을 비롯한 지역 식재료와 음식문화가 발달해 있어 문화유산과 미식을 함께 경험하는 체류형 여행지로서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수잔네 횔러 그라츠 관광청 영업총괄은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이자 미식의 수도인 그라츠는 비엔나나 잘츠부르크와는 또 다른 고유의 매력을 지닌 숨겨진 보물 같은 도시”라며 “풍부한 문화유산과 박물관은 물론 수준 높은 미식 자원과 지속 가능한 관광 요소를 통해 한국인 여행객에게 새로운 오스트리아의 매력을 선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라츠는 비엔나에서 직통 열차로 약 2시간 3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수잔네 횰러 영업총괄은 “비엔나에서 기차로 2시간 30분이면 닿는 뛰어난 접근성을 바탕으로 인근 유럽 도시들과의 연계 상품 개발 가능성이 크다”며 “비엔나에서 출발해 그라츠에서 1~2박 체류한 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나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이어지는 다국적 연계 동선도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색다른 여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라츠는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걱정 없이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로컬 밀착형 여행지”라며 국내 여행업계의 적극적인 상품 개발을 기대했다.
그라츠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도 회복세다. 그라츠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방문객은 약 6,000명으로 팬데믹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270주년과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콘텐츠 확대
잘츠부르크는 올해 음악과 문화예술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특히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이라는 대형 문화 이벤트와 신규 관광시설 개관이 맞물리면서 관광 콘텐츠가 한층 풍성해졌다.
조다혜 잘츠부르크 한국사무소 대표는 “올해 잘츠부르크는 풍성한 문화예술 호재와 새로운 관광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미라벨 정원에 ‘세계유산센터(World Heritage Center)’가 문을 열었으며, 9월 20일에는 헬브룬 궁전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주제로 한 뮤지엄이 개관한다.
한국 여행객에게 익숙한 영화 콘텐츠를 실제 관광자원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관광 수요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잘츠부르크 관광청은 여행 방식의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모차르트 생가와 미라벨 정원 등 주요 명소를 짧은 시간에 둘러보는 일정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클래식 공연이나 축제, 영화 등 자신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여행 일정을 구성하는 개별여행객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별여행객을 위한 ‘잘츠부르크 카드’도 24·48·72시간권으로 운영되며 주요 박물관과 관광시설, 시내 대중교통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겨울 여행시장도 공략한다.
조다혜 대표는 “12월에 열리는 잘츠부르크의 로맨틱한 크리스마스 마켓은 현지에서도 가장 공을 들이는 핵심 콘텐츠”라며 “고유의 시즌 특화 자원을 기반으로 국내 여행업계와 협력해 매력적인 겨울 여행상품을 적극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텔도 ‘숙박’에서 ‘체류 경험’으로
체류형 여행의 변화는 호텔에서도 확인됐다.
비엔나 박물관 지구 인근에 자리한 5성급 부티크 호텔 상수시 비엔나(Hotel Sans Souci Wien)는 71개 객실을 갖춘 소규모 럭셔리 호텔이다.
지난해 전면 리노베이션을 실시했으며 호텔 내부에는 오너가 수집한 100점 이상의 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다. 객실뿐 아니라 레스토랑, 실내 수영장, 스파 등 호텔 자체가 하나의 여행 콘텐츠가 되는 형태다.
엘리자베트 타우허 마케팅 이사는 “한국 고객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고 디자인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아시아 시장 가운데 한국은 성장세가 빠른 주요 시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인 고객의 평균 체류 기간은 2.8일로 나타났으며, 최근에는 객실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호텔 내 시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타우허 이사는 “과거 숙박에 집중됐던 한국인 고객의 이용 패턴도 달라졌다”며 “최근에는 실내 수영장과 스파를 이용하고 호텔 내 미쉐린 가이드 수록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상수시는 대형 단체보다는 FIT와 소규모 프리미엄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여행 네트워크와 연계한 VIP 혜택, 조식, 호텔 크레딧, 객실 업그레이드 등을 제공하며 한국 여행업계와의 파트너십 확대에 나섰다.
터키항공, 인천~이스탄불 주 11회…오스트리아 다구간 여행 지원
오스트리아 여행의 접근성을 높일 항공 노선도 소개됐다.
터키항공은 인천~이스탄불 노선을 주 11회 운항하고 있으며, 이스탄불을 허브로 비엔나와 잘츠부르크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비엔나 입국 후 잘츠부르크에서 출국하는 ‘인(In)·아웃(Out)’ 형태의 다구간 여행을 설계하기에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즈니스 클래스에는 188㎝ 길이의 풀 플랫 좌석과 침구 서비스가 제공되며, 기내 셰프가 직접 참여하는 ‘플라잉 셰프’ 서비스도 운영된다.
이는 오스트리아를 단일 목적지로 방문하는 여행뿐 아니라 이스탄불과 오스트리아를 결합하거나 오스트리아에서 인근 유럽 국가로 이동하는 장거리 다구간 여행상품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
2027년은 ‘문화예술 오스트리아’ 재발견의 해
오스트리아관광청은 올해뿐 아니라 2027년을 겨냥한 관광 마케팅에도 시동을 걸었다.
2027년에는 베토벤 서거 200주년을 비롯해 빈 분리파 창립 130주년, 프라터 대관람차 건립 130주년, 황후 엘리자베트(시씨) 탄생 190주년 등 굵직한 문화·예술 관련 기념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오스트리아관광청은 이 같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존 도시관광과 결합해 테마형 상품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김진호 한국지사장은 “단순히 명소를 둘러보는 여행에서 벗어나 예술과 알프스의 자연, 현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체류형 테마 여행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여행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국내 시장에 꾸준히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워크숍은 오스트리아 관광이 한국 시장에서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비엔나와 잘츠부르크라는 전통적인 인기 목적지를 중심으로 한 ‘필수 관광’에서 벗어나 그라츠 같은 새로운 도시, 알프스의 자연, 지역 미식, 음악과 예술, 호텔에서의 휴식까지 여행의 목적 자체를 넓히고 있다.
결국 오스트리아가 한국 여행객에게 제안한 것은 더 많은 곳을 방문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한 곳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며 그곳의 삶을 경험하라는 것이다.
이번 워크숍에서 제시된 ‘레벤스게퓔’은 오스트리아가 한국 관광시장에서 새롭게 꺼내 든 가장 중요한 여행의 화두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