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객한다’던 관광공사 해외지사…실적 요구엔 왜 숫자가 없었나
-이재명 대통령 “관광공사가 모객하는 건 이해 안 돼”…한국관광공사 30개 해외지사 역할·성과 논란 -관광전문기자협회 5개 항목 공개 질의에 공사 “시장 창출·지원 기능”…지사별 모객 실적·예산·ROI는 공개하지 않아
[트래블바이크뉴스=김효설 기자]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가 외래관광객 ‘모객’을 주요 업무로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논란이 된 가운데, 정작 해외지사별 구체적인 모객 실적과 투입 예산, 목표 달성률 등 핵심 성과지표는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5일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의 역할과 관련해 “해외에서 관광객을 모집하는 것은 여행사가 하는 일 아니냐”며 관광공사가 직접 ‘모객’을 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당시 해외지사의 역할을 외래관광객 모객과 현지 마케팅, 관광 생태계 연결 등으로 설명하면서 마이스(MICE)와 인센티브 단체 유치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한국관광공사 30개 해외지사의 구체적인 업무와 성과를 점검할 것을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문제는 이후 한국관광공사가 해외지사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설명했지만, 정작 “그래서 30개 해외지사가 실제로 몇 명의 외래객을 유치했고, 얼마의 예산을 투입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는가”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통계로 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던진 질문은 ‘모객’의 주체와 성과였다
관광업계에서 일반적으로 ‘모객’은 관광객을 모집해 실제 여행 수요로 연결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여행사의 핵심 영업활동과 맞닿아 있는 개념이다.
반면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는 해외 현지에서 한국관광을 홍보하고 여행사·항공사·현지 바이어와 국내 관광업계를 연결하며 시장을 확대하는 공공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왔다.
따라서 해외지사가 수행하는 업무를 ‘직접 모객’으로 표현할 것인지, 아니면 민간 여행사의 모객을 돕는 ‘시장 창출 및 모객 지원’으로 정의할 것인지는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공사가 해외지사의 역할을 ‘모객’이라고 설명했다면 그에 걸맞은 구체적인 모객 실적과 목표 달성률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실제 업무가 해외 여행사의 한국 여행상품 개발 지원, 현지 홍보, 바이어 연결, 항공 노선 및 MICE 유치 등이라면 이를 ‘모객 지원’ 또는 ‘시장 창출’로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관광전문기자협회, 해외지사 실적 5개 항목 공개 질의
관광전문기자협회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나온 ‘해외지사 모객’ 발언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8월 5일 한국관광공사 홍보실에 5개 항목을 공개 질의했다.
질의 내용은 코로나19 이후인 2023년부터 2026년까지 ▲30개 해외지사의 연도별 모객 실적 및 목표 달성률 ▲MICE 유치 건수 ▲모객 수치가 명시된 MOU 협약 내용 ▲해외지사 투입 예산 대비 성과(ROI) ▲해외지사의 모객 활동에 대한 공사의 공식 입장 등이다.
그러나 공사는 약 2주 뒤인 8월 20일 회신에서 구체적인 지사별 실적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았다.
공사는 대신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 주요 역할 및 성과’ 자료를 통해 해외지사의 기능을 ▲시장 창출 ▲대형 수요 유치 ▲지역관광 ▲정책 연계 등으로 설명했다.
또한 국내 여행업계가 약 2만1,000개 업체, 종사자 약 6만 명 규모의 영세·분산형 구조로 자체적인 해외 영업망 구축에 한계가 있는 반면 일본 JTB는 36개 국가 및 지역에 152개 해외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가 관광객을 직접 모집하는 조직이라기보다 국내 여행업계가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시장과 판로를 만들어주는 공공 지원 조직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사용한 ‘모객’이라는 표현과 실제 해외지사의 역할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생긴다.
30개 해외지사 운영…그러나 지사별 성과는 어디에?
한국관광공사는 2026년 현재 중화권 7개, 일본 3개, 아시아·중동 10개, 구미·대양주 10개 등 모두 30개 해외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지사는 현지 여행사와 항공사, 관광업계 바이어 등을 대상으로 한국관광을 홍보하고 국내 관광업계와 연결하는 현장 거점 역할을 한다.
공사는 해외 현장 조직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일본 27개, 태국 29개, 말레이시아 36개 등 주요 경쟁국의 해외 관광조직 운영 현황도 제시했다.
하지만 해외지사의 개수만으로 조직의 효율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몇 개의 해외지사가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를 투입해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유치했느냐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교 자료에서는 중국의 해외 관광조직 현황이 포함되지 않아 경쟁국 비교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조직 숫자가 아니라 지사별 ▲연간 운영예산 ▲인력 ▲마케팅 비용 ▲유치 관광객 수 ▲MICE 유치 실적 ▲목표 달성률 ▲민간업계 연계 실적 등이다.
함안 낙화놀이·MICE 유치…성공사례와 전체 실적은 달라
공사가 제시한 사례들은 해외지사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30개 해외지사의 종합적인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
대표적으로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는 경남 함안군 및 지역 관광업계와 현지 34개 여행사를 연결해 함안 낙화놀이 방한 여행상품 개발을 지원했다.
공사는 그 결과 함안 방문 외래객이 12.9%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가 직접 몇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상하이지사의 중국 암웨이 인센티브 단체 유치 사례도 마찬가지다.
공사는 경쟁국으로 향하던 중국 암웨이 인센티브 단체 1만4,000명을 한국으로 전환 유치했으며, 2027년까지 약 770억 원의 경제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노이지사 역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WSB 소속 3,152명의 방한을 확정해 124억 원의 경제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MICE 단체 유치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특정 사업의 성공사례와 30개 해외지사가 수년간 투입한 전체 예산 대비 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공공기관 성과를 평가하려면 성공 사례뿐 아니라 전체 사업의 목표와 실적, 실패하거나 목표에 미달한 사업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7만716명 모객 지원’…직접 모객과 지원 실적 구분해야
타이베이지사의 사례도 주목된다.
공사는 대만인 입국객이 157.1% 증가했으며 7만716명의 모객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객 지원’이라는 표현은 실제 한국관광공사가 직접 관광객을 유치했다는 의미와는 구분해야 한다.
현지 여행사가 상품을 만들고 항공사가 좌석을 공급하며 관광공사가 홍보와 바이어 연결, 프로모션 등을 지원했다면 해당 관광객 전체를 관광공사의 직접 모객 실적으로 산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 같은 구분이 없다면 공공기관의 성과가 민간기업의 판매 실적과 중복 계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해외지사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직접 유치’, ‘공동 유치’, ‘모객 지원’, ‘시장 창출’ 등 성과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숫자 중심 경영 강조한 공사…MOU 이행 실적은 비공개
이번 논란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한국관광공사가 그동안 강조해온 ‘성과 중심 MOU’다.
올해 취임한 박성혁 사장은 형식적인 업무협약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목표와 모객 숫자를 협약에 담는 등 숫자 중심의 경영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관광전문기자협회가 실제 수치가 포함된 MOU와 이행 실적을 요청하자 공사는 “업무협약 등은 외부 공개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기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 에어로케이항공과 체결한 업무협약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당시 청주공항의 외래객 비중을 현재 약 11%에서 2028년까지 최대 35%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항공 노선 연계 지역 특화 여행상품 개발 ▲전세기 유치 및 청주공항 연계 여행상품 기획·모객 지원 ▲해외 여행업계 팸투어 ▲항공권 할인 프로모션 등을 공동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협약 체결 자체가 아니라 목표가 실제로 얼마나 달성되고 있는지에 대한 중간 성과 공개다.
MOU에 숫자 넣었다면 달성률도 공개해야
공공기관의 업무협약에 숫자를 넣는 것만으로 성과 중심 경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목표가 있다면 달성률이 있어야 하고, 달성률이 있다면 투입 비용과 성과를 비교해야 한다.
특히 관광공사 해외지사의 경우 민간 여행사, 항공사, 지자체, 호텔, 현지 바이어 등 여러 주체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특정 관광객 유치 실적을 관광공사 해외지사의 성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할과 비용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만들어냈는지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해외지사가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1만 명의 관광객 유치에 기여했다면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민간기업의 자체 마케팅으로 유입된 관광객은 어떻게 제외할 것인지 등 명확한 성과 측정 기준이 필요하다.
해외지사 ‘존치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한 성과 공개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가 필요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해외 현장에서 한국관광을 알리고 현지 여행업계와 국내 관광업계를 연결하는 공공기관의 역할은 민간기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 존재한다.
국내 여행업체 대부분이 영세하고 자체적인 해외 영업망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공사의 설명 역시 해외 현장 조직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필요성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국민과 관광업계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0개 해외지사가 존재한다면 지사별로 어떤 목표를 세웠고, 얼마를 투입했으며, 몇 명의 외래객 유치에 기여했고, 목표 대비 몇 퍼센트를 달성했는지를 공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모객’이라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검증 가능한 숫자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관광공사가 모객을 해도 되는가’라는 문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관광공사가 말하는 모객이 직접 관광객을 모집하는 것인지, 여행사의 상품 개발과 판매를 지원하는 것인지부터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에 따라 성과를 측정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제기한 “관광공사가 모객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는 결국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의 업무 범위와 성과 측정 체계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이제 공사가 답해야 할 질문은 ‘해외지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아니다.
“30개 해외지사가 국민 세금으로 얼마를 투입해 실제 무엇을 만들어냈는가”다.
특히 데이터 경영을 강조하는 한국관광공사라면 해외지사 역시 데이터로 평가받는 것이 당연하다.
지사별 목표와 실적, 예산, 달성률, ROI를 공개하고 직접 모객과 모객 지원을 명확히 구분한다면 해외지사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논란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데이터 경영은 숫자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숫자를 공개하고 검증받는 것까지가 데이터 경영이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이번 논란을 단순한 업무보고 발언의 해석 문제로 넘길 것이 아니라 한국관광공사 30개 해외지사의 업무와 예산, 인력, 모객 및 MICE 유치 실적, 목표 달성률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업계가 원하는 것은 해외지사의 존폐 논쟁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관광조직이 실제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데이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