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오버투어리즘’을 넘어 지속 가능 관광의 모범국으로
-UN 관광기구 이사회 후보 진출…과학적 데이터 기반 정책으로 산업 구조 전환 -한국인 방문객 37% 증가, “환경을 존중하는 여행지로 주목”
[트래블바이크뉴스=김효설 기자] 아드리아해의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가 ‘오버투어리즘’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 관광의 글로벌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순히 관광객 유치에 그치지 않고, 환경 보존과 지역사회 균형을 핵심으로 한 정책적 접근을 통해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끌어낸 결과다.
관광산업 체질 바꾼 지속가능 전략
크로아티아 관광청(CNTB)은 2025~2029년 임기 유엔 세계관광기구(UN Tourism) 부속 회원 이사회(Affiliate Members Board) 선거에 유럽 대표로 입후보했다.
이는 크로아티아가 ‘지속 가능 관광 거버넌스’를 제도화한 국가로서 국제적 신뢰를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도 관광 수입을 늘리는 ‘균형 성장’을 목표로, 크로아티아는 2024년 관광법 개정을 통해 관광지별 수용 한도를 법으로 규정했다. 결과적으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관광 수입은 전년 대비 5% 이상 증가했다.
톤치 글라비나(Tonči Glavina) 크로아티아 관광부 장관은 “크로아티아가 계절 의존형 관광 구조에서 연중 운영체계로 전환하고 있다”라며 “이는 환경 규제와 산업 다각화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한국인 방문객 37% 증가…아시아 시장 성장세 두드러져
2025년 1월부터 10월 초까지 크로아티아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16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37% 증가한 수치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0.9%)을 크게 웃돈다.
서울-자그레브 직항 노선이 꾸준히 유지된 데다, ‘환경을 존중하는 여행’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 높아진 점이 성장세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크로아티아 관광청은 ‘포말로(Pomalo·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캠페인을 내세워 봄·가을 중심의 분산 관광을 유도하고, 유명 관광지보다 지역 마을 체류를 권장하는 등 실질적인 지속 가능 관광을 실행 중이다.
두브로브니크, 오버투어리즘 극복한 세계적 모델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유명한 두브로브니크는 한때 오버투어리즘의 상징으로 불렸다. 하루 최대 9,500명의 크루즈 승객이 몰려 인구 4만 명의 도시가 감당하기 어려운 혼잡을 겪었다. 그러나 2017년 시작된 ‘도시 존중 캠페인(Respect the City)’으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도시는 ▲동시 입항 크루즈선 8척→2척 제한 ▲관광버스 예약제 ▲구시가지 입장객 1만1,200명 상한제 ▲야외 테이블·기념품 가판대 감축 등 강력한 관리 정책을 시행했다.
이후 2024년 관광객 수는 9% 증가했지만, 주민 만족도와 도시 환경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뉴욕타임스는 두브로브니크를 “오버투어리즘에서 지속가능성으로 전환한 대표 도시”로 재조명했다.
플라스틱 제로섬으로 향하는 지역 혁신
크로아티아의 여러 섬도 WWF와 협력해 ‘플라스틱 스마트 시티(Plastic Smart Cities)’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흐바르, 두기 오토크, 즐라린 등은 공공기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상점에는 임대료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크르크(Krk)섬은 2024년 유럽에서 두 번째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인증을 획득했다. 이처럼 지역 단위의 실천이 확산하며, 크로아티아는 환경 보존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지속 가능 관광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관광 성장과 환경 보호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유럽환경청 통계에 따르면 크로아티아 해수욕장 99.1%가 ‘우수 등급’을 받았으며, 해양 생태계 보존율도 지중해 지역에서 상위권이다.
2024년 기준 크로아티아 전체 관광객과 숙박 수는 각각 5% 이상 증가했다. 두브로브니크-주파 지역의 숙박은 전년 대비 15.5% 늘어 지속가능성 정책이 성장을 제약하기는커녕, 안정적인 성장을 견인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한국 관광지에도 시사점 커
전문가들은 두브로브니크의 성공이 제주·부산 등 한국의 과밀 관광지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본다. 관광버스 예약제, 입장 인원 제한, 실시간 인파 모니터링, 비수기 관광 상품 개발 등은 이미 크로아티아에서 효과가 검증된 정책들이다.
한국관광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크로아티아는 관광을 단순 소비 산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구조로 전환했다”라며 “한국도 데이터와 법을 기반으로 한 관광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