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리피차’, 유럽 명마의 고향
지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길을 찾는 국제 오리엔티어링 대회 장소로 유명
[트래블바이크뉴스=슬로베니아/임요희 기자] 슬로베니아 리피차(Lipica)는 이탈리아 트라이에스테와 인접한 국경 도시로 유럽 내에서는 말의 고장으로 통한다. 중세를 다룬 영화를 보면 날렵한 백마가 주인공을 태우고 마장마술 경기에 참가하는데 바로 그 리피짜너(Lipizzaner Horse)라 부르는 명마의 원산지가 이곳 슬로베니아 리피차다.
슬로베니아 말로 리파(Lipa)는 린덴트리(Linden Tree) 즉 보리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 ‘밤골’이라는 지명이 있는 것처럼 리피차는 ‘보리수 마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이곳 리피차는 과거 트리에스테 주교의 영지로 드넓은 호프밭이 펼쳐져 있었다. 고요하기만 하던 이곳에 말이 나타난 것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찰스 대공이 종마사육장을 들이기로 결심하면서부터였다.
찰스 대공은 당시 이상적인 말의 번식지였던 스페인 카르스트 지역과 가장 유사한 지형으로 이곳 리피차를 선택, 1580년 스터드 팜(Stud Farm)이라 이름 붙인 농장을 건설했다고 한다.
스터드 농장 건립 첫해인 1581년, 찰스 대공은 스페인으로부터 종마를 들여왔는데 처음부터 리피짜너 말을 사육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리피짜너 말은 종자 개량을 거듭한 끝에 오스트리아 군주였던 마리아 테레사 시대에 이르러서야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번창일로를 걷던 스터드 농장에도 위기가 닥친다. 독일군이 전쟁에 쓸 목적으로 이곳 말을 모조리 징수해 갔기 때문이다. 당시 스터드 농장에 남은 말은 11마리가 전부였다고 한다.
어려움 끝에 리피카 종마사육장은 말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지켜나가고, 2008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스터드 농장을 방문했을 때 기념으로 리피짜너 말을 선물한다.
오늘날 슬로베니아 리피차의 스터드 농장은 승마 외에 레저스포츠를 겸한 복합테마파크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매년 3월이면 지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정해진 길을 찾아가는 국제 오리엔티어링 대회(An International Orienteering Competition)를 개최, 모험을 즐기는 유럽 전역의 사람들을 리피차로 부르고 있다.
리피차의 주요도로에는 백년 된 가로수가 심어져 있어 장관을 연출하며, 말이 도로에 뛰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로가에 세운 하얀 울타리와 함께 큰 볼거리로 꼽힌다.
한편 도시 북쪽에는 벨반차(Velbanca)라 불리는 리피차 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 있다. 입구에 새겨진 명판의 기록으로 볼 때 1703년에 건축한 것이지만 개축의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크다. 벨반차는 전체가 둥근 아치형 건물로 앞머리 글자인 ‘velb’에는 둥근 천장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벨반차 마굿간은 스터드 농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 가축의 수호성인인 안토니를 기리는 세인트 안토니의 예배당 등이 들러볼 만한 장소다. 19세기 전형적인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이 건물의 본당은 이름을 알 수 없는 화가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으며 천장은 크로스 아치형으로 되어 있어 웅장함을 자랑한다.
또한 스터드 농장 내부에는 말들에게 물을 공급하던 폰타나 우물(Fontana Well)이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관람코스로 꼽힌다.
리피차는 류블랴나에서 E61번 도로를 이용, 코페르 방면으로 달리다가 포스토이나에 이르러 세자나로 방향을 틀면 된다. 류블랴나에서 리파차까지는 약 1시간 30분 거리다. 터키항공에서 슬로베니아 류블랴나까지 이스탄불 경유 항공편을 수시로 운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