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이라 쓰고 근대라 읽는다
오래 되고 낡아서 더 소중한 문화유산
[트래블바이크뉴스] 군산은 특별하다. 낡았는데 지저분하지 않고, 좁은데 답답하지 않다. 금강하구에 자리 잡은 군산은 항구도시이자 곡창지대로 일제강점기 때 곡물 수탈의 대표적 창구였다.
군산에 미곡상, 정미소 등을 차려 부를 축적한 일본 상인들은 해방을 맞아 본토로 떠나면서 그 잔재를 이곳 군산에 대거 흘렸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그림자는 어느덧 군산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군산에 근대 일본 가옥과 공공 건축물이 고스란히 보전될 수 있었던 것은 군산이 타 지역에 비해 도시발전이 더뎠기 때문이다. 군산에는 구 군산세관을 비롯하여 신흥동 일본식 가옥 등 둘러볼만한 근대 건축물이 많다.
또한 근대미술관, 근대건축관을 비롯 근대역사박물관은 다방면에서 근대문화를 전시해두고 있다. 최근 근대로의 여행을 떠나기 위한 시간여행자들이 몰려들면서 군산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중이다.
시간여행의 첫 행선지는 ‘히로쓰 가옥’이라 불리는 신흥동 적산가옥이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군산에서 포목점 등의 사업을 벌이던 일본인 히로쓰 게이샤브로의 주거지로 전형적인 일본식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다.
2층 규모의 히로쓰 가옥은 아기자기한 정원을 끼고 남향으로 건축되었으며 방마다 다다미가 깔려 있다. 일본 부유층의 생활양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집에는 아이러니하게 태극기가 걸려 있어 포토존 역할을 맡고 있다.
2층 긴 복도를 처연하게 비추는 봄 햇살을 뒤로 하고 다음 장소인 근대역사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고우당에서 대학로를 따라 해안 쪽으로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하루 방문객이 1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군산지역경제 활성화에 한 몫 하고 있는 이곳.
근대역사박물관에는 과거 해상물류 유통의 중심지였던 옛 군산의 모습과 전국 최대 근대문화 자원이 전시되어 있다. 해양물류역사관, 특별전시관, 근대생활관, 기획전시실 등으로 나뉘어진 공간에는 군산의 역사와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그 외에 국채보상운동과 관련하여 민족 저항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근대역사 박물관 바로 앞에 위치한 구 군산세관 본관은 한국은행 본점, 서울역사박물관(구 서울역사)과 함께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건물이 지어진 것은 1908년의 일로 1994년 문화재로 등록되기 전까지 실제 군산세관으로 사용되었다. 화강암 기초석 위에 벽돌을 쌓아올려 지은 이 건축물은 군산 지역의 대표적인 포토 포인트.
경암동 철길마을은 녹슨 철로를 따라 무너질 것만 같은 낡은 가옥이 줄지어 늘어선 곳이다.
이곳에 철길이 놓인 것은 해방 직전인 1944년으로 신문용지를 실어 나르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이 철길의 정확한 명칭은 신문용지 회사의 이름을 딴 ‘페이퍼코리아’선.
총 연장 2.5km 중 절반인 1.1km가 이 마을을 관통한다. 현재 이곳에는 기차가 다니지는 않는다. 2008년을 끝으로 열차 운행이 중단되었으며 지금은 마을 사람들이 화분을 키우거나 고추를 말리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2014년에는 황정민 주연의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촬영지로 쓰이기도 했다.
근대문화유산 못지않게 군산은 멋진 자연 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다. 고군산도, 일명 선유도는 군산에서 50km 떨어진 해상에 위치해 있다. 선유도라는 이름처럼 신선이 놀다간 듯 경관이 아름답다. 일대에 떠있는 크고 작은 63개의 섬은 천혜의 비경으로 꼽힌다.
현재 유람선 등 배편을 이용해야 갈 수 있지만 올 가을 다리가 개통되면 육로로도 출입할 수 있게 된다. 선유도 여행의 포인트는 낙조다. 수박 속살처럼 붉게 물든 바다 위로 갈매기가 날아가는 풍광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다.
군산 시내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오성산은 높은 산이 없는 군산지역에서 군산시민의 휴식처 노릇을 톡톡히 해온 곳이다. 오성산은 패러글라이딩으로 유명한데 해발고도가 높지는 않아도 금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양력이 만만치 않다는 이점이 있다.
거기에 활강을 방해할만한 큰 나무가 없고, 남쪽으로 경사가 가파르고 시야가 트여 많은 패러글라이더들이 몰리는 중이다.
현재 군산은 작은 도시에 불과하지만 향후 서해안 시대를 맞아 익산, 전주 등과 함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너무 변하기 전에 빨리 다녀올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