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철도 건널목이 도심에! 서소문건널목

차단기, 간수, 종소리가 추억 돋는 곳

2016-04-28     임요희 기자
지면에 발을 붙이고 서서 거대한 열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서소문건널목으로 진입하는 열차. 사진/ 임요희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 서소문건널목에는 오늘도 땡땡땡 하는 정겨운 종소리가 들린다. 간수가 행인들의 발걸음을 저지시키자 곧바로 차단기가 내려온다. 서울역 쪽에서 열차 한 대가 서서히 미끄러져 들어오고 사람들은 습관처럼 열차에 시선을 꽂는다.

서울역사 부근인 데다 철로가 만곡을 그려 그다지 열차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그럼에도 가까이서 바라본 열차의 위상은 대단하다.

지면에 발을 붙이고 서서 거대한 열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것도 서울 중심 중의 중심, 호암아트홀에서 한국경제신문사로 향하는 대로에 건널목이 있을 줄이야.

서소문건널목 지척에 있는 상수도사업본부는 시민을 위해 뜨락을 개방하고 곳곳에 나무그늘 의자를 배치했다. 사진/ 임요희 기자

서울시는 그동안 안전과 미관을 이유로 건널목을 꾸준히 입체화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이에 1992년 33개에 달하던 철도 건널목 중 상당수가 고가, 지하도 등에 의해 우리의 머리와 발밑으로 분산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남아 있는 건널목으로 경의선이 통과하는 서소문건널목 외 한강로3가 백빈건널목, 경원선 휘경2건널목, 경원선 휘경4건널목 등이 있다.

서울 중심 중의 중심, 호암아트홀에서 한국경제신문사로 향하는 대로에 건널목이 있을 줄이야. 사진/ 임요희 기자

말했듯 서소문건널목이 갖는 함의는 대단히 크다. 모든 열차의 경유지, 서울역이 지척이 있기에 다양한 종류의 열차가 이곳을 경유한다. 1호선 국철, 새마을호, 무궁화호, KTX 등 색과 모양이 다른 열차들이 지나치는 모습이 흡사 열차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인근 볼거리 또한 적지 않다. 1972년 완공한 ‘서소문아파트’는 당시에는 매우 희귀한 주상복합건물이었다. 다채로운 점포가 흥망을 거듭한 끝에 현재 펍과 커피숍 등이 1층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동 구분 없이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서소문아파트. 길을 따라 곡선으로 휘어진 외관이 독특하기 그지없다. 건물이 길을 만들어내는 요즘, 길에 순응하여 자기를 맞추는 모습이라니.

서울역사 부근인 데다 철로가 만곡을 그려 그다지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철로 중간 쯤에 서소문아파트가 보인다. 사진/ 임요희 기자

서소문아파트는 낡을 대로 낡은 만큼 빈티지한 멋이 있다. 영화 ‘멋진 하루’에 보면 정우와 전도연이 이 앞에 서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과거의 미움과 원망은 기차 소리와 함께 멀어져가고 두 사람은 서로의 몰랐던 매력을 발견하며 미소짓는다. 영화는 그렇게 낙관적인 미래를 암시하며 앤딩크레딩을 내린다.

서소문건널목에서 몇 발자국 거리에 서소문근린공원이 있다. 이곳은 원래 19세기 초중반 많은 천주교인이 처형당했던 순교 성지다. 도심 내 산소통으로 불릴 만큼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은 현재 공사 중이다. 2018년 역사 전시관을 비롯하여 순교자 추모 시설이 들어설 예정으로 당분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1972년 완공한 ‘서소문아파트’는 당시에는 매우 희귀한 주상복합건물이었다. 1층 상가에서 커피 타임을 즐기는 직장인들. 사진/ 임요희 기자

대단위 근린공원 외에도 서소문건널목 일대에는 작은 쉼터가 많다. 서소문건널목에서 충정로역 방면으로 걷다보면 서울상수도사업본부가 나타난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시민을 위해 뜨락을 개방하고 곳곳에 나무그늘 의자를 배치했다.

조금 더 가다 보면 안뜰이 매우 아름다운 프랑스대사관이 나타난다. 보행자들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유리 대문을 설치했으며 광장처럼 넓은 진입로 인근에도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많다. 점심시간이면 삼삼오오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는 직장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옥과 현대건축물을 조화롭게 배치한 프랑스대사관. 사진/ 임요희 기자

충정로는 서울시내 대표적인 낙후지역이지만 그런 만큼 골목골목 정감이 배어 있다. 줄줄이 늘어선 장독대 위로 햇빛이 쏟아지고 늘어선 나뭇가지 위로 바람이 지나가는 이곳.

오피스 타운인 만큼 맛집도 많아 출출한 배를 채워가기 좋다. 피자·파스타 전문점인 ‘291-1’, 도가니탕 전문 ‘중림장’, 김치찜 전문 ‘한옥집’ 등 소문난 점포가 여럿이다.

충정로역 3번 출구로 나와 100m 직진하면 바로 서소문건널목이다. 기차가 눈앞에서 지나가도 절대 흥분하지 말 것. 시골 사람 티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