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면서 이색적이네, 해방촌

이태원 옆 경리단, 경리단 옆 해방촌

2016-04-26     임요희 기자
이태원의 관문격인 경리단이 젊음의 거리로 뜨면서 코앞에 위치한 해방촌까지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 임요희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 주민의 10분의 1이 외국인이라는 해방촌. 이태원의 관문격인 경리단이 젊음의 거리로 뜨면서 코앞에 위치한 해방촌까지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

남산자락에 자리 잡은 해방촌의 정확한 행정구역 명은 용산구 용산2가동으로 광복 이후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이 집단 거주하면서 이와 같은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인근에 주둔한 미군기지의 영향으로, 경리단을 비롯해 해방촌 일대는 이국적인 색채가 짙었지만 이태원처럼 화려하고 원색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직업을 보면 영어강사가 대다수로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빨래방, 펍, 브리스토 위주로 드문드문 업소가 흩어져 있었다. 바로 코앞 경리단이 완전히 존재감을 드러냈을 때도 그 온기가 길 건너 해방촌까지 이르진 못했다.

해방촌은 빨래방도 예사롭지 않다. 해방촌오거리 부근 '론드리프로젝트'. 사진 임요희 기자

해방촌이 양지로 나온 것은 경리단의 인기가 좀 더 올라간 후였다. 경리단이 홍대, 이태원에 버금가는 핫한 명소가 되면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점포들이 녹사평대로를 횡단하여 해방촌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해방촌 먹거리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은 해방촌 입구 항아리집에서부터 해방촌오거리 언덕 꼭대기까지다.

해방촌 먹거리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은 해방촌 입구 항아리집에서부터 해방촌오거리 언덕 꼭대기까지이다. 사진 임요희 기자

이곳에는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수제버거 외에 피자, 맥주, 샌드위치, 비비큐, 커피, 케이크 등이 세를 형성하고 있다.

수제버거의 경우 내장파괴버거로 알려진 자코비 버거가 유명하다. 소고기 패티 두 장은 기본이요 여기에 토마토, 달걀프라이, 치즈, 튀긴 감자 등을 층층이 쌓아 도저히 한 입에 넣을 수 없는 엄청난 비주얼을 자랑한다. 폭풍 열량은 덤이다.

그 외 특제 소스로 맛을 낸 불고기버거가 자랑인 버거마인, 달달한 도넛 사이에 구운 파인애플을 끼워 넣은 도넛버거가 일품인 밤스버거 등이 이곳 대표 주자다.

해방촌 일대 먹거리촌. 저 멀리 서울N타워가 보인다. 사진 임요희 기자

피자의 경우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유명한 집이 많다. 대표적으로 뉴질랜드 스타일로 알려진 보니스피자가 있다. 토핑이 풍부하고 맛이 담백한 이곳 피자는 ‘결정장애자’를 위해 페페로니와 하와이안 피자를 합체한 ‘하프앤하프’를 내놓고 있다.

기타 감자튀김이 잔뜩 올라간 알마토피자, 루꼴라를 듬뿍 얹어주는 에이트피자 등이 선전 중이다.

해방촌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집이 있다. 레트로풍 카페를 표방하는 해크니. 이곳의 메인은 당근, 당근케이크 ‘오캐롯’이다. 유기농 당근에 견과류와 계피를 넣어 만든 오캐롯은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아내리는 식감으로 유명하다.

해방촌이 신흥 먹거리촌으로 부상함에 따라 주민 사이에서 도시재생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해방촌은 서울시 내에서도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2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 적지 않은 곳.

해방촌 일대에서 가장 넒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미군용시설이다. 사진 임요희 기자

또한 해방촌은 과거 요꼬라 불리는 니트 공장이 밀집해 있던 가내수공업 단지로 한 명성했다. 그러나 국내 섬유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이곳 해방촌도 니트 제조업체 수가 점점 줄어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2015년 서울시는 지역적 특색을 살리는 동시에 지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을 마련했다. 시정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현재 문화예술과 니트산업을 연계한 ‘해방아트마켓’이 해방촌 일대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이다.

해방촌오거리에서 용산중학교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가죽, 니트, 목공 위주로 편성된 작고 아기자기한 공방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 공방거리는 기존의 단순 제조업에서 벗어나 체험과 전시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을 지향, 많은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남산자락에 자리잡은 해방촌은 과거 실향민들의 집단거주지였다. 자료/ 서울시

공방거리에서 조금 더 아래로 걸어 내려오다 보면 108계단에 이르게 된다. 기자가 숫자를 세어보니 딱 108개였다.

돌로 만들어진 이 계단은 일본강점기 시절, 신사로 향하는 통로였다고 한다. 계단을 따라 오래 된 주택들이 자리 잡고 있어 더욱 정겨운 이곳은 근현대 문화유산인 ‘서울 미래유산’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방거리에서 용산중학교 방면으로 걸어 내려오다 보면 108계단에 이르게 된다. 사진 임요희 기자

해방촌 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녹사평역 2번 출구에서 직진, 해방촌 입구로 좌회전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피자, 햄버거, 선술집이 늘어선 먹거리촌으로 들어서게 된다.

두 번째는 남영역이나 숙대입구역에서 하차, 2번 마을버스를 타고 후암동을 거쳐 해방촌오거리로 진입하는 것이다. 이 경우 40년 전통의 신흥시장, 108계단을 경유하게 된다.

세 번째는 남산 소월로에서 용산2가동 주민센터 쪽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계단을 내려서자마자 바로 해방촌오거리가 나타난다.

나머지 두 길이 궁금하다. 그 길들 끝에는 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