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에서 찾아보는 백인제 가옥
일제강점기 서울 최상류층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
[트래블바이크뉴스] 영화 암살에 등장한 북촌의 백인제 가옥이 ‘역사가옥박물관’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지난 18일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된 ‘백인제 가옥’은 지금 관람하려면 최소 5일은 기다려야 할 만큼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곳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데, 24일 현재 25일부터 29일까지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백인제 가옥의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 곳곳을 직접 들어가며, 당시 생활상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백인제 가옥 투어를 직접 다녀왔다.
백인제 가옥은 1913년 당시 친일파이자 재계의 일인자 한상룡에 의해 지어진 가옥으로 북촌의 한옥 문화와 일제강점기 서울 최상류층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북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2,460㎡ 대지 위에 당시 새로운 목재로 소개됐던 압록강 흑송을 사용해 전통방식과 일본양식을 접목해 만들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지난 4월부터 백인제 가옥을 건축 당시 모습으로 복원하고 ‘역사가옥박물관’으로 조성했다. 앞서 가옥의 겉모습만을 볼 수 있었던 시범개방과는 달리 이번에는 내부에 당시 시대상과 생활상을 연출해 전시했다.
바깥주인(사랑방), 안주인(안방), 할머니, 아들 내외(건넌방) 등 가옥에 거주했던 가족구성원에 따라 방별로 전시 콘셉트를 달리했으며, 의걸이장, 이층장 등 당시 서울 상류층이 사용하던 전통 목가구와 병풍 등 소품 150여 건을 전시했다.
백인제 가옥 입구에 들어서면 높은 지대 위의 대문간채를 볼 수 있다. 대문간채는 조선 사대부가의 솟을대문 형식을 그대로 채용해 전통 한옥의 격조 높은 대문을 연상시킨다.
영화에 공개됐던 사랑채를 중심으로 넉넉한 안채와 넓은 정원, 가장 높은 곳에는 아담한 별당채가 들어서 있는 백인제 가옥은 전형적인 상류층의 주택과는 구별되는 여러 특징을 갖고 있다.
먼저 사랑채와 안채를 구분한 다른 전통한옥과는 달리 두 공간이 복도로 연결되어 있어 바깥사람과 안사람이 사이가 좋았다는 것을 대변해 준다.
일본식 복도와 다다미방 그리고 붉은 벽돌과 본채 전면의 유리창을 보면 일본식 건축 요소가 반영된 근대 한옥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안채 일부가 2층으로 되어있는데, 이는 조선 시대 전통한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백인제 가옥만의 특징이다.
내부를 살펴보면 안채의 대청과 툇마루는 전통적인 우물마루 방식으로 만들어져있는 반면, 사랑채의 툇마루와 복도, 사랑 대청은 일본식 장마루 방식으로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한상룡이 일본 고위 인사들을 위한 연회를 염두에 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사랑채는 영화 ‘암살’의 강인국처럼 역대 조선 총독부 총독들을 비롯해 당시 권력가들을 초대해 연회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백인제 가옥이 지금까지 본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주인에게 있다. 실제 백인제 가옥의 첫 번째 주인인 한상룡은 가회동 일대의 민가를 사들여 1913년 저택을 완공한다.
1924년부터 조선일보사의 주주이자 기자였던 민족 언론인 최선익이 두 번째 주인이다. 그는 중앙일보 부사장직에서 사임한 후 한상룡으로 가옥을 매입해 1935년부터 1944년까지 거주했다.
현재 ‘백인제 가옥’이라는 명칭의 주인이자 백병원의 창립자 백인제가 세 번째 주인이다. 사실상 가장 오랜 기간 백인제 가옥을 지킨 마지막 주인은 백인제의 부인 최경진이다.
실제 가옥의 소유 기간은 1958년 1988년까지였지만, 1944년 백인제가 매입한 후 아들 백낙훤이 소유권을 가졌던 2009년까지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백인제 가옥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백인제 가옥 관람은 무료이며, 예약이 필요 없는 자유 관람과 50분가량의 가이드 투어로 진행된다. 가이드 투어는 1일 4회, 선착순으로 한 회당 최대 5명까지 신청 가능하며, 예약은 서울시 공공예약 시스템에서 신청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