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자전거 여행' 재출간한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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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자전거 여행' 재출간한 김훈
  • 조용식
  • 승인 2014.11.2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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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10년 만에 '자전거 여행'을 재출간한 김훈 작가가 '소설가의 길'을 출간한 김연수 작가와 함께 대학로의 대명문화광장에서 북 토크를 가졌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난 24일 10년 만에

[트래블바이크뉴스] 조용식 기자  지난 24일 문태준 시인이 사회로 '자전거 여행', '소설가의 일'을 출간한 '김훈, 김연수 북 토크'가 대학로 대명 문화광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북 토크의 가장 큰 관심은 10년 만에 '자전거 여행'을 재출간한 김훈 작가였다. 그가 쓴 '자전거 여행'은 에세이다. 독자들은 꾸밈없는 그의 문장을 보고 '산문의 정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고서점에서도 구판인 '자전거 여행'이 높은 가격대에 거래됐을 정도로 그의 문장은 매력적이었다. 

쓴 책을 한 번도 펼친 적 없던 그가 '자전거 여행'을 다시 읽다

"내가 쓴 책을 한 번도 다시 펼쳐본 적이 없다. 쓴 책을 펼쳐보면 지겹고, 꿈에 볼까 무섭다. 내가 이렇게밖에 못쓰나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 10년 만에 '자전거 여행'을 재출간하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봤다는 김훈 작가. 그는 앞으로 '자전거 여행' 같은 문장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고서점에서 구판인 '자전거 여행'이 고가의 가격으로 거래됐을 정도로 "그의 문장은 매력적이다"라는 평을 듣는다. 사진은 이번에 재출간된 자전거 여행 1, 2권 표지. 사진 제공 / 문학동네

그런 그가 10년 만에 '자전거 여행'의 재출판을 위해 처음부터 다시 읽어봤다고 한다. 그는 "자전거 여행은 에세이다. 에세이를 쓰는 것은 쉽다.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노출하면 되기 때문이다"고 강조하며, "다행으로 여기는 것은 자전거 여행 같은 문장은 이제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에게는 재출간한 '자전거 여행'이 마지막 에세이가 될 것이라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문태준 시인은 '자전거 여행'을 읽으면서 김훈의 문장에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문장 그리고 문장의 힘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다며 소개한 한 문장이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 흘러오고 흘러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현재의 몸이다.' ('자전거 여행' 중에서)

자전거를 타는 이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들리는 오르막과 내리막에 대한 표현도 인상적이다. 그는 업힐과 다운힐을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의 중심을 잡는 느낌도 전해주고 있다. 

김훈의 마지막 에세이가 될 '자전거 여행'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자전거 여행' 중에서)

► 함께 북 토크를 한 김연수 작가(사진 오른쪽)는 김훈 작가를 '다윈 같은 소설가'라고 했고, 김훈 자신도 사실적 토대 위에서 글을 쓰는 자신은 다윈을 좋아하는 과학자라고 답했다.

함께 북 토크를 한 김연수 작가는 김훈 작가를 '다윈 같은 소설가'라고 칭했다. 그도 5년 동안 세계 일주를 하며 자기 눈앞에 닥치는 모든 것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분석하고, 비교해서 '종의 기원'을 탄생시킨 다윈을 좋아하는 과학자라고 답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소설이나 시보다도 사실을 바탕으로 기록한 실록, 다큐멘터리, 연구보고서, 현장보고서 등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그런 사실적 토대 위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후기에도 이런 의미의 글이 기록되어 있다.

'10여 년 전에 기록하고 촬영한 현장과 사람들의 표정은 이제 그 모습대로 남아있지 않다. 거기에는 세월의 힘과 인간의 파괴작용이 겹쳐있다.'

► 서해안의 작은 섬에서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는 김훈은 주위의 노부부의 일상을 지켜보며,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서해안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에 있는 작은 섬(섬감도)에서 집필하고 있는 김훈. 그의 집필공간에는 책상과 원고지, 연필, 그리고 국어사전, 한문사전, 영어사전 이외에 그 어떤 책도 없다고 한다.

3매의 원고를 쓰기 위해 하루 3시간만 책상에 있다는 그는 종일 말없이 농사를 짓고, 말없이 경운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며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많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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