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 현실은 통행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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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 현실은 통행 불가
  • 조용식
  • 승인 2014.08.26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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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에서 시작되는 율곡로 구간은 인사동과 북촌 등 주변 관광지를 찾는 내, 외국인의 통행으로 복잡하기만 하다.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 안내표시가 보이는 길을 한 자전거 이용자가 내려서 걸어가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안국동에서 시작되는 율곡로 구간은 인사동과 북촌 등 주변 관광지를 찾는 내, 외국인의 통행으로 복잡하기만 하다.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 안내표시가 보이는 길을 한 자전거 이용자가 내려서 걸어가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종로구가 보행자와 자전거가 함께 다니는 겸용도로 구간을 정비하고 나섰다.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 지시 표시, 겸용도로 구간의 시작과 종점 안내 그리고 건널목에서의 통행방법에 대한 안내 등 표지 218개와 노면 표시 4,448m를 오는 30일까지 정비를 마칠 예정이다. 겸용도로를 정비하고 있는 안국동, 창경궁, 대학로 구간의 실제 통행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걸어가 보았다.

안국동 교차로에서 이화 교차로까지 이어지는 율곡로 1.8km 구간의 시작점인 안국동. 보행자와 자전거 겸용도로를 알리는 안내 표지판과 함께 '보행자 주의'란 글이 눈에 들어왔다.

북촌, 인사동 찾는 내, 외국인들로 북적이는 안국동
자전거로 보행로 지나기 힘들어 결국엔 내려서 끌고 이동

최근 안국동은 북촌 한옥마을과 인사동을 찾는 내, 외국인들로 붐비는 곳이다. 보행로에는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어 자전거로 타고 이곳을 지나간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한 여성은 아예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이동을 하는 모습이다.

► 종로구가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니는 겸용도로 구간을 정비하고 나섰다. 사진은 창덕궁 돌담을 끼고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도로를 알리는 안내 표지판과 노면에는 보행자 주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에는 공공시설물과 가로수들로 인해 자전거 통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진은 한 자전거 이용자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모습.

► 혜화 로터리에서 성균관대를 지나는 보행로에는 주변 상점에서 길거리에 내 놓은 입간판, 배달용 오토바이 등으로 통행에 방해를 주고 있다.

► 보행로에 놓인 입간판, 차량 등으로 보행로 통행이 불편한 가운데 한 자전거 이용자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창덕궁으로 가는 길에 차도로 달리는 자전거의 모습을 간간이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보행로에 장애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행로에는 점포에서 내 놓은 입간판과 도로 중간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로 인해 자전거를 타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

율곡로 남측 구간은 창덕궁의 돌담 덕분에 자전거나 보행자가 이용하기에 큰 불편이 없다. 오히려 이곳은 자전거를 타면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쾌적한 환경이다. 반대편 도로는 율곡로 창경궁 앞 도로구조 개선공사로 보행로가 단절되어 있다.

국립서울과학관부터 성균관대 입구를 거쳐 혜화 교차로까지는 자전거가 다니기에는 보행로에 너무 많은 방해물이 있다. 가장 큰 방해물은 상점에서 내놓은 입간판과 배달용 오토바이. 거기에 보행로의 높은 턱은 자전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요소이다.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배려로 '정지'라는 안내 표시가 그려져 있지만, 무엇 때문에 '정지'를 해야 하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자전거가 지나가는 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시가 빠져 있는 것이다.

대학로~혜화 로터리 구간 겸용도로 요건에 안 맞어
노점상, 가로수, 공공시설이 보행로 1/3 점령, 결국 자전거는 도로 주행

대학로 1.1km 구간인 혜화 로터리에서 이화교차로 구간은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로 보기가 힘들 정도다. 공공시설, 가로수, 노점상이 도로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노면에 그려진 자전거 표시는 노점상에 막혀 곡예운전을 해야 한다.

► 서울대병원 입구에 있는 한 매점에서 보행로에 물건을 내 놓고 있어 자전거나 보행자에게 큰 방해가 되고 있다.

► 자전거를 타고 보행로를 다닌 자전거 이용자가 앞에 놓인 장애물 때문에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

► 서울대병원이 있는 대학로 길은 가로수와 공공시설물 그리고 노점상들로 인해 자전거나 보행자가 통행을 하는 데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 한 학생이 보행자를 피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대학로는 많은 사람이 통행을 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보행로를 다니기가 불편하다.

► 사람 통행이 많은 대학로 보행로를 피해 도로로 주행을 하고 있는 자전거 이용자의 모습.

특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되는 대학로는 보행로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자체가 위험하다. 자전거를 끌고 가도 사람과 부딪힐 정도로 복잡한 구간을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로 고수하고 있는 것에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대학로 보행로에서 힘겹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사람을 피해 곡예운전을 하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게만 느껴진다. 또한, 지하철 승강 편의 시설 설치 공사로 보행로는 더욱 좁아져 자전거는 차도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모습은 이화 교차로까지 계속 이어졌다.

방송통신대가 있는 반대편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방통대를 지나 만남의 광장이 있는 곳부터 노점상과 사람들의 통행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결국 자전거 이용자는 보행로를 버리고 도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행자 특별 우선하는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 인상적
간결하고 손 쉬운 노면 표시, 가로수 사이를 자전거 주차시설로 활용

그렇다면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된 타이완의 타이베이와 비교를 해 보자.

타이베이는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도로에서도 보행자를 특별히 우선한다는 안내표시(행인우선:行人優先)가 인상적으로 와 닿는다. 그리고 자전거가 지나갈 수 있게 흰색 실선을 보행로 중간에 그려놓고 있다. 차들이 나오는 도로에는 양쪽에 자전거 표시를 그려 놓는가 하면, 시선 확보가 안 되는 경우에는 도로에 자전거 표시를 그려 놓고 있다.

► 타이완 타이베이의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 안내표지판에는 '행인우선(지나가는 사람을 특별히 우선한다)'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 타이베이는 도로에 자전거 표시를 해 놓고 있으며, 사람과 자전거가 이용하는 길을 명확하게 구분해 놓고 있다.

► 자전거도로를 보행로 가운데 만들어 놓고 가로수를 양옆으로 조성해 놓은 타이베이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의 모습.

► 가로수 사이사이의 공간을 활용하여 자전거 거치대를 만들어 놓았다.

► 공공자전거의 경우도 가로수 사이사이에 설치해 놓고 있다.

►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타이베이 101 빌딩 근처에는 일반 도로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도로와 보행로 사이의 턱도 붉은색으로 칠을 해 안전에 유의할 수 있도록 구분해 놓았으며, 턱도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자전거 거치대나 공공자전거는 가로수 사이에 설치하고 있어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사람 통행이 잦은 타이베이 101 빌딩 근처에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실선으로 만들어 자전거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것도 무척 인상적이다. 또 하나 자전거 이용자의 모습을 보면 헬멧을 착용한 표시도 안전을 위해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종로구의 한 관계자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이용하는 겸용도로를 좀 더 자세히 안내해 주기 위해 노면표시와 안내표시 등을 작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도로에 '보행자 주의', '겸용도로 시작, 종점', '정지' 등의 문구를 노면에 표시한 것이다. 하지만 타이베이처럼 좀 더 쉽고 간결하게 노면 표시를 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래전에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로 지정이 됐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자전거의 통행이 불가능하다면 현실에 맞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자전거보다 보행자를 특별히 우선(優先)하는 타이베이의 정책을 깊이 있게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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