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주제로 떠나는 여행잡지 'r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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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주제로 떠나는 여행잡지 'rove'
  • 조용식
  • 승인 2014.05.26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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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한국의 숨어있는 여행지를 담아내고 있는 여행잡지 'rove'. 사진으로 전달되는 직감적인 현상과 그곳에 가서 만나보고 싶은 것들이 알차게 들어있는 계간지 'rove'를 만났다. 사진 / 조용식 기자, rove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한국의 숨어있는 여행지를 담아내고 있는 여행잡지

한 권의 책이 완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개월. 하나의 주제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 담백, 소담하면서 한국의 정을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안에 기록되어 있는 곳을 찾아가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한 권의 책이 있다.

"숨겨져 있는 한국의 모습을 여행으로 재조명하기 위해 여행전문 계간지를 만들게 되었어요. 글보다는 사진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고, 글은 글대로 보여주어 책 속에 빠져들게 합니다. 그것이 바로 'rove'라는 책입니다."

소장하고 싶은 책자로 만들기 위해 하나의 주제를 선택

20대 청춘을 여행잡지 만드는 일에 모두 바친 'rove'의 김선미 편집장(32)을 만났다. 그녀는 계간지이지만 소장하고 싶은 책자로 만들기 위해 3명의 사진작가와 본인을 포함해 2명의 편집자가 'rove'를 만들고 있다. 'rove'는 떠도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고, 유행과 관계없이 자기 색깔대로 여행하는 시대를 위해, 그리고 무엇도 해치지 않는 올바른 여행을 위해 탄생한 여행잡지다.

창간 준비를 위해 유럽 여행을 겸해 여행잡지에 대한 시장조사를 한 결과, 광고를 받지 않는 잡지, 그리고 계간지가 세계적인 추세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착안, 'rove'의 성격을 결정지었다. 말 그대로 'rove'에는 광고가 없다. 순수하게 책을 판매해서 운영을 해 나가는 것이다.

► 환갑을 맞은 DMZ은 외국인 전용 관광지에서 이제 내국인에게 문을 활짝 열었다. 2호에서는 여행지로의 DMZ가 전해주는 것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노동당사를 걸어가고 있는 김선미 편집장.

► 3명의 사진작가와 2명의 편집자가 만들어내는 'rove'. 3명의 사진작가가 창간호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조혜원, 김연지, 오승현 사진작가.

하지만 광고 없이 책자만 팔아서 현상 유지가 될 것인가? 지난 2월 '막걸리'를 주제로 만든 창간호가 완판이 되었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5명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물론 책 판매만으로 운영하기는 어려워요. 'rove'는 여행 계간지로 계속 발행을 해 나가면서 콘텐츠 사업에 관심이 있습니다. 'rove' 구성원 중 사진작가가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저희가 촬영한 이미지 중 'rove'에 실리는 컷은 20%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온라인에서 이미지를 판매한다는 전략입니다."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이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김 편집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rove'는 최근에 한 업체에 이미지 콘텐츠를 판매해 실적을 올렸다. 'rove' 3호가 나오는 시점부터 본격적인 콘텐츠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뜻밖에 일찍 반응이 온 것이다.

- 'rove'의 장점에 대해 설명을 한다면 ?

"여행잡지의 트렌드는 글을 많이 읽지 않는다. 사진이 보여주는 직감적인 것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한 페이지 빼곡히 쓰인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임팩트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을 몰아서 보여준다. 그리고 글은 글대로 읽을 수 있게 편집을 했다. 바로 가독성을 위해서이다.

그리고 하나의 주제로 책을 만들어 낸다. 잡지이지만 단행본으로 만드는 것이다. 잡지의 약점은 과월호에 대한 가치성이다. 우리는 시의성을 타지 않으며, 연속적이지 않으려고 하나의 주제만을 고집해서 책을 만든다. 그 이유는 책장에 소장하고 싶은 책으로 남겨지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 왜 하나의 주제만을 선정하나?

"우리의 여행패턴은 유행에 민감하다. 여행이라는 주제 아래서는 언제나 똑같은 기획뿐이고, 언제나 몇 개의 볼거리 위주로 돌아가고 그저 먹고 자는 것 이외에 아무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여행자와 여행지, 나아가 한국이 가진 여행 콘텐츠에 대한 배려들이 어딘가에는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접근하기로 했다. 한국의 숨겨진 것들에 대한 재조명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여행이란 것을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한국적인 모습을 깊이 있게 보여주고 싶다."

- 한국의 숨겨진 것들을 재조명한다고 했는데 예를 들면?

► 창간호에 소개된 막걸리 기사. 양조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막걸리를 맛보기 위해 15곳을 방문했지만, 10개의 막걸리만 소개했다. 그 이유는 막걸리와 함께 여행의 요소가 담겨 있지 않을 곳이었기 때문이다. 

► 그들은 한국의 숨겨진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많은 곳을 찾아가기 위해 오늘도 남들이 밟지 않은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난다.

"막걸리가 좋은 예이다. 막걸리에 대한 붐이 일어나더니 어느새 사라져 버린 듯 고요하다. 막걸리는 붐을 타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이다. 막걸리를 직접 사러 가는 여행과 프랑스의 와인너리 투어가 뭐가 다른가? 만든 곳에 가서 직접 먹으면 정말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양조장에서 직접 생산한 막걸리를 맛보기 위해 15곳을 다녀왔다.

하지만 우리는 10곳만 소개를 할 수밖에 없었다. 막걸리를 직접 사러 가면서 여행의 맛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 소개해 줄 만한 것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5곳은 그런 여건이 되지 않았다. 막걸리를 제조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체험 그리고 그들의 사는 모습들을 조명해보니 더 감칠맛 나는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여행의 공간을 한국으로 제한한 이유는 ?

"여행지 기자로 있으면서 외국인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들에게 한국에 관해 물어보면 너무나 뻔한 콘텐츠만 알고 있다. 10년이 지나도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래서 한국적인 것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한국적인 것에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외국인을 위해 영문 앱을 만들고 있다."

- 2호에서는 'DMZ'를 주제로 했다.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주제를 정한 이유는 ?

► 김선미 편집장은 "철원은 죽은 듯 살아있는 철원의 유적지를 보면서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받았다"고 한다.

"올해로 DMZ가 환갑을 맞이했다. 우리에게는 아픔이 베어 있는 DMZ이지만, 외국인에게는 여행코스의 하나이다. 최근에는 내국인에게도 DMZ가 개방되어 여행지로 새롭게 부상하는 것도 주제를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우리는 외국인 투어, 내국인 투어를 직접 따라가 인터뷰도 했다. 직접 체험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새로운 것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언론이 소개했던 DMZ의 다른 모습을 소개함으로써 잘못 알았던 부분이 수정될 좋은 기회였다고 본다."

새로운 길을 열고 있는 여행잡지 'rove'의 김선미 편집장. 그녀는 "넘겼다가 다시 시선을 끌 수 있는 책, 어떤 이의 책장에 소중하게 진열된 책, 이사 갈 때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그런 책으로 남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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