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 여행] 이현보의 숨결이 깃든 ‘농암 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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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 여행] 이현보의 숨결이 깃든 ‘농암 종택’
  • 사효진 기자
  • 승인 2015.11.27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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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종가의 정성, 고택체험과 종부의 아침 밥상
농암종택은 ‘어부가’로 유명한 조선 시대 대표 문인 농암 이현보 선생의 후손들이 사는 집성촌으로, 그가 정계를 은퇴한 후 강호에 은둔하던 곳이다. 사진은 농암 종택의 별채 긍구당이다. 사진/ 사효진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 농암 이현보의 ‘어부가’에는 “굽어보면 천길 파란 물, 돌아보니 겹겹 푸른 산”이라는 구절이 있다. 도산서원에서 낙동강을 따라 좁은 계곡 길을 가다 보면, 시 구절을 옮겨 놓은 듯 청량산과 건지산에 포근히 안겨 있는 농암종택이 보인다.

농암종택은 ‘어부가’로 유명한 조선 시대 대표 문인 농암 이현보 선생의 후손들이 사는 집성촌으로, 그가 정계를 은퇴한 후 강호에 은둔하던 곳이기도 하다.

6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종택은 농암의 학덕을 기린 분강서원, 그의 효심을 상징하는 애일당, 별채 긍구당, 강각 등의 유적들이 모여 분강촌을 이룬다.

분강촌은 본래 도산서원 근처 부내라는 곳에 있었다. 안동댐의 건설로 수몰돼 안동 곳곳으로 흩어져 있던 종택과 농암 선생의 유적들은 1996년 17대 종손 이성원 씨에 의해 도산면 가송리 올미재 마을에 복원됐다.

도산서원에서 낙동강을 따라 좁은 계곡 길을 가다 보면, "굽어보면 천길 파란 물, 돌아보니 겹겹 푸른 산" 어부가의 시 구절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청량산과 건지산에 포근히 안겨 있는 농암종택이 보인다. 사진/ 사효진 기자
농암 종택의 스위트룸이라 부르는 별채 긍구당의 누마루에서는 아름다운 가송리의 자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 사효진 기자
명농당은 농암이 관직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과 함께 생을 보내고 싶다는 ‘귀거래’의 소망을 담고 있는 곳이다. 사진/ 사효진 기자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
-농암 이현보 선생의 삶이 숨 쉬는 분강촌

현재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자리한 농암 종택은 봉화와 안동을 가로지르는 청량산과 더불어 가송리의 협곡을 끼고 굽이치는 낙동강이 감싼다.

이곳은 청량산 남쪽 끝자락에 형성된 산간마을이자 낙동강 상류 지역의 강촌마을로써 흔히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촌락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자아낸다.

종택에 들어서면 먼저 가장 아름다운 별채 긍구당이 맞이한다. 긍구당은 “조상의 유업을 길이 잇는다”라는 뜻으로 농암 종택의 상징적인 유적으로 남아있다. 청량산을 바라보고 있는 긍구당 누마루에서의 전망은 가송리의 자연을 담고 있어 종택의 스위트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긍구당 근처에는 사랑채가 있다. 사랑채의 벽에는 선조임금이 농암 가문에 하사한 현판이 걸려있다. 현판은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적선(積善)’이라는 글씨로 농암 이현보의 ‘효’ 행에 감동한 선조가 직접 써서 하사했다고 전해진다.

농암의 ‘효’를 상징하는 건물이 바로 ‘애일당’이다. 애일당은 “부모님이 살아계신 나날을 아낀다”는 뜻으로 67세의 이현보가 아버지를 포함한 아홉 노인을 모시고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어 노인들을 즐겁게 했던 곳이다.

특히 농암 종택의 담 너머로는 농암이 귀거래를 꿈꿨던 명농당(明農堂)이 있다. 명농당은 시조 ‘어부가’에도 드러나 있듯이 관직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과 함께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는 이현보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명농당 뒤로는 그의 학덕을 기리고자 후손들이 지은 ‘분강서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뒤로 애일당과 강각이 있다.

농암종택에서 낙동강이 흐르는 방향으로 길을 따라가면 분강서원이 보인다. 분강서원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1호로 농암 선생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후손들이 세운 조선 시대 사립대학이다. 사진/ 사효진 기자
고택에서 하룻밤을 묵고나면 안채에 모여 종가의 아침 식사를 맛볼 수 있다. 간 고등어구이, 콩가루를 넣은 부추, 명태 보푸라기, 호박, 버섯볶음, 깻잎 등의 농암 종택만의 소박한 반찬들은 고기반찬이 없어도 하나같이 고향에 온 것 같은 삼삼한 맛을 자아낸다. 사진/ 사효진 기자
농암 종택에서는 숙박으로 고택을 체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트레킹, 등산, 탁본, 다도, 천렵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천렵은 냇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놀이다. 사진/ 사효진 기자

“안동 종가의 정성”
-고택 체험과 종부의 아침 밥상

농암 종택은 농암 이현보의 뜻이 담겨있는 옛 고택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이에 종택에서는 숙박하면서 고택을 체험할 수 있고 트레킹, 등산, 탁본, 다도, 천렵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안채를 제외한 사랑채, 긍구당, 명농당, 분강서원, 애일당 등의 모든 고택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숙박 요금은 2인 기준으로 7만 원부터 15만 원까지 각 방마다 다르며, 인원은 영아와 어린이를 포함해 4명을 초과할 수 없다. 단,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해당하는 성수기에는 요금이 추가되니 참고하자.

고택에서 하룻밤을 묵고나면 안채에 모여 종가의 아침 식사를 맛볼 수 있다. 현재 농암의 종부 이원정 씨가 유기농 채소로 직접 준비한 종가음식을 제공한다.

간 고등어구이, 콩가루를 넣은 부추, 명태 보푸라기, 호박, 버섯볶음, 깻잎 등의 농암 종택만의 소박한 반찬들은 고기반찬이 없어도 하나같이 고향에 온 것 같은 삼삼한 맛을 자아낸다. 또한, 종손과 종부가 직접 퍼주는 밥과 국은 그들의 정성까지 더해져 마음마저 든든하다.

아침 식사 시간은 겨울은 오전 8시부터, 여름은 7시 40분부터이며, 비용은 기본 6천 원, 미취학 아동은 3천 원이며, 숙박비에 아침 식사 비용을 함께 보내거나 와서 주문할 수 있다.

특히 농암 이현보 선생의 ‘효’ 정신을 이어가고자 80세 이상의 연로한 부모를 모시고 오는 경우에는 가족 모두의 식사비를 받지 않는다.

한편, 근처에는 퇴계 오솔길(예던길)이라고 하여 조선의 학자 퇴계 이황을 비롯한 많은 문인이 걸었던 길로 도산서원에서 이육사 문학관, 퇴계 종택을 지나 농암 종택까지 이어진다.

퇴계가 당시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퇴계 오솔길을 걸으면서 옛 선비들의 발자취를 느껴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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